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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0일의 일기.
게시물ID : gomin_875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낙타구름
추천 : 1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0/21 05:54:37
늦잠을 잤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대낮의 날씨가 여름날 새벽의 날씨와 비슷해진덕에 쉽사리 몸이 일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일어나서 담배를 피웠다. 한 까치의 담배는 이제 나한테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피우지 않으면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골치덩이가 되어버렸다.
담배 연기의 맛을 음미하지도 못한채로 찌질하게 연기만 내뿜는 것이다. 이건 좀 슬프다. 담배는 맛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써보도록 하자.)
아침 아니 아침이라 하기도 뭐하지만 세수를 하고 어제 사놓은 삼각김밥 2개로 끼니를 때웠다. 모서리 하나당 한입씩. 세입 베어물고 나면 삼각형의 무게중심이라던가 밥안에 잠재되어 있던 엔트로피 무질서에 대한 혼돈의 카오스 증가라던가 뭐라던가 그런게 다 없어져... 버린다. 먹는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삼각김밥을 먹고 또 담배를 피웠다. 먹거나 숨쉬거나 또는 연기와 숨쉬거나 하는게 항상 일과의 시작이다. 따분하게도 이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하루 무얼 할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오늘은 도무지 아무것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냥 주저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바라던 오늘을 그냥 나는 세상 누구보다 헛되이 쓰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나는 지금 여기 살아 있으니깐.

진우와 오늘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약속 시간까지 연락이 오질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냥 어지러진 방 한가운데 정신조차 이지러진 채로 아무것도 안한채 있었다 햇빛이 과분할 정도로 한심해 보였지만, 해가 감히 나를 비출 수 있으니 그것은 영광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였다 나는. 다시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살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세시쯤에 연락이 왔다. 늦잠 잤으니 지금이라도 채비하고 출발 하겠다 하였다.
이미 충분히 시간을 허비한 나는 남은 하루를 알차게 보내도 된다는 생각에 만날 마음을 먹었다. 18개월만의 재회였다.
옛이야기 지금 이야기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의 눈빛을 보았다가 하늘을 보았다가를 반복했다. 누군가 나를 보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다, 그들의 눈엔 내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남에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 하는 사람. 하늘을 가끔씩 바라보는 이유는 아마 그네들의 눈을 응시할정도의 떳떳함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즐거웠다. 오늘 하루는 즐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 즐거웠고.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하루의 반을 보낸것도 즐거웠다. 헌데 나는 즐거우면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무엇 때문일까?

두서 없지만 최근에 느낀바를 쏟아내자면 이렇다. 나는 원래 대단히 실로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고 활발한 사람이였지만. 세상이 나를 더 내실있는 사람으로 다지려고 내린 고련에 미련하게도 꺾여버려 지금은 맹한 눈을 한 깜깜한 낯을 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강저강 세상비관을 하며 화살을 밖으로 돌리며 표출하는 것은 대다수의 영화나 소설속에 나오는 바보같은 인물상의 대표격이라서 나는, 그 화살을 내 심장을 향해 마구 갈겨 버렸다.
너를 원망하기 보다는 나의 잘못을 책망했고, 그때 니가 내게 했던 몹쓸짓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너에게 모든걸 다 걸지 못했던 나를 후회했었다.
자신감 밖에 없는 나였거늘, 내 자신감을 내가 꺾어버려 내가 스스로 나답지 않게 나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지만, 그러나 이 또한 나이니 나는 이제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유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인상이 온화하다는 소리와 함께. 매력이 없다는 말과 이음동의어로 밖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나의 기원으로 돌아가려 마음 먹었다. 예전의 나, 가진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기에 세상을 오시할 수 있었던 나로. 그래 오늘은 솔직히 이 말들이 쓰고 싶었다.

덧붙여, 말은 한 없이 연약하고 나약해서, 별반 큰 힘을 지니지 못하니 그만 말하고저 하지만 다시 너를 사랑하겠노라고 마지막으로 다짐을 입밖에 내뱉어 본다. 이 마음에서 비롯된 결말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지만, 결말을 아는 영화와 승패가 보이는 경기만큼 재미 없는것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위의 말과 일맥 상통하게, 나는 그냥 나로써 나답게 순간순간의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하루의 울분을 쏟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는다는 시인.
그 시인의 이 시를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내 작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끈다.
허나 잠을 청하지는 아니한다. 오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 까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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