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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완 은퇴 관련 뭉클한 기사
게시물ID : baseball_71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룰루랄라227
추천 : 5
조회수 : 65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0/23 15:51:15
http://casspoint.mbcplus.com/community/columnist/?mode=view&cntid=37843
 
기사보고나니 진짜 제대로 된 은퇴식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평생을 야구에 받친 선수들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던건 이런 이유일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은퇴하는 선수들 있으면 성대하게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시간이 있었음 좋겠네요
박경완 선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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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C BY) Dennis Yang>
 
2001년 7월 11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벌어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3회말 기립박수 속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칼 립켄 주니어는 바뀐 투수 박찬호의 초구를 잡아당겼다. 좌측으로 한참을 날아간 그의 타구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칼 립켄 주니어는 시즌전 은퇴를 선언했고 이 올스타전이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박찬호는 한국에서의 은퇴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그 공은 메이저리그의 전설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아 선사해준 선물이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일은 11년 후에도 벌어졌다. 2012년 7월 11일. 캔자스 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경기장은 내내 고요했다. 마치 한적한 수평선처럼 고요함을 유지하던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6회초가 되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전 은퇴를 선언한 치퍼 존스가 등장한 것이다. 6회초 1사 주자 없이 타석에 들어선 치퍼 존스를 상대로 투수 크리스 세일은 초구를 던졌고 존스는 그의 투구를 주저 없이 잡아당겼다. 2루수 쪽으로 힘없이 구른 땅볼타구. 아메리칸 리그 2루수 이안 킨슬러는 타구를 향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비록 킨슬러는 추후 인터뷰에서 안타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안 킨슬러의 평소 동작과는 확연히 달랐다. 존스의 땅볼타구는 1,2간을 빠져나갔고 존스는 올스타전 마지막 타석을 안타로 장식했다. 기립박수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올해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이보다 더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면이 나왔다. 2013년 7월 17일 뉴욕 시티필드에서는 8회말 내셔널리그의 공격을 맞아 Enter Sandman의 기타리프가 우렁차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곡은 마리아노 리베라의 등장곡으로 그 동안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9회초에만 들을 수 있던 곡이었다. 관중들은 열광했다. 그들은 불펜의 문이 열리고 누가 달려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운드를 향해 달려오는 선수는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리베라가 마운드에 멈춰선 순간 그라운드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넓디넓은 그라운드 위에 오로지 리베라 혼자만이 머물러 있었다. 모든 관중들의 환호는 단 한 선수. 마리아노 리베라를 위한 것이었다. 대략 5분간 리베라는 마운드 위에서 관중의 경의와 박수를 혼자 받았고 리베라도 모자를 벗어 경기장의 모든 방향을 향해 관중에게 답례했다.
 
리베라는 후반기에도 메이저리그의 모든 경기장에서 환호를 독차지했다. 특히 양키즈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베풀어준 리베라의 은퇴식은 ‘필생의 적은 최고의 친구’라는 것을 보여줬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존 레스터는 펜웨이파크 42번 좌석의자를, 우에하라 코지는 원정불펜 투수판을,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펜웨이파크의 42번 스코어보드를, 데이빗 오티즈는 리베라의 초상화를 각각 선물했다.
 
이후 리베라의 뉴욕 은퇴식때는 그의 등장곡 Enter Sandman의 주인공 메탈리카가 직접 찾아와 공연을 했다. 그리고 그가 양키 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으로 등판했던 지난 9월 27일, 그의 야구인생 평생지기들인 데릭 지터와 앤디 패팃이 조 지라디 감독을 대신하여 마운드에 올라 그를 강판시켰다. 지터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리베라의 모습은 단언컨대 2013 메이저리그 최고의 장면 중 하나다.
 
칼 립켄 주니어, 치퍼 존스 그리고 마리아노 리베라. 이미 립켄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존스는 2018년, 리베라는 2019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은퇴선언을 했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팬들과 이별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올스타전은 그들을 위한 축제였고 이후 홈이건 원정이건 모든 야구팬들은 그 전설들과 아름다운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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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년 10월 22일. 박경완이 은퇴를 선언했다.
1991년 신고선수로 쌍방울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쌍방울, 현대, SK 세 팀에서 22시즌을 봉사한 KBO의 전설이다. 통산 314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SK라는 신생팀이 강팀의 반열에 오르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 중 한 명일 뿐 아니라 비단 SK만이 아닌 우리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포수였다. 그런데 우리는 전설과 아무런 준비 없이 헤어져야 한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2010년 양준혁이 그랬고 - 그나마 그는 올스타전 이후 은퇴를 선언했고 은퇴경기에서 마지막 타석에는 설 수 있었다. - 2012년 이른 봄날 이종범이 그랬다. 또 2013년 박재홍과의 이별도 너무나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오늘 박경완의 은퇴선언을 보며 모든 구단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비록 선수라는 존재는 구단에 소속되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구단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들의 존재, 그들과의 추억 또 그들이 써내려간 위대한 전설은 구단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에겐 그들과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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