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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겨울인가.. 철벽쳐서 안생긴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02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헤이븐노트
추천 : 1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30 23:01:56

페북에 썼던 글이라 반말체인거 양해바랍니다 ^^;


한 3년전인가 안산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할때였는데, 
술자리가 길어져 밤늦게 전철을 타고 퇴근하다 그만 졸아버렸다. 
금정에서 4호선으로 갈아탔어야 했는데 일어나보니 수원; 이미 돌아가는 전철은 없는 시각... 
예전에 수원에서 직장 다니던 기억을 더듬어 수원역앞에서 안산행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번에도 버스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아마 110번 버스였던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종점이 선부동쪽이었던 모양인데 안산에서 10년넘게 살면서 그쪽동넨 가볼일이 없었으므로... 
기사 아저씨가 '종점이에요 내려요'하고 소리치자 
나처럼 버스에서 졸던 처자 하나가 화들짝 깨더니 
당황해서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아저씨 여기가 어디에요?' 
불친절한 버스기사는 짜증난 목소리로 '종점이라니까 빨리 내려요'...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인, 처음 보는 거리... 
마침 아이폰으로 바꾼지 얼마 안된시점이라, 서툴게 지도 어플로 위치를 조회해보았다. 
일단 큰길가로 나가야겠다 싶어 걸음을 옮기는데, 
비몽사몽간에 버스에서 내린 아가씨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는가 싶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 같았다.
안됐다는 생각에 얼핏 돌아보니 어쩐지 귀엽게 생겼다. 
딱 아담한 사이즈에 안경도 쓰고 단발머리에... 
생각해보니 저쪽도 버스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온거라면 어차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야 할것 아닌가 싶었다. 
아직 덜 깬 술기운이었는지, 평소의 나답지않게 선뜻 말을 건넸다.

'저기 혹시 버스에서 졸다가 못내리셨죠? 저는 나쁜 사람 아니구요 고잔동 oo근처에 사는데요. 
큰길가로 가서 택시 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어느 동네 사세요?'

밤늦게 길 잃은데다 넘어지기까지 한 상황에 처음 보는 남자가 말을 건네니, 
잠시 경계하는듯한 눈치였으나 이내 승락하고 따라오기 시작한다. 
조금 걸으니 그나마 눈에 익은 거리가 나오고... 다행히 지나가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처음엔 어디 사느냐는 말에 대답을 않고 나보다 조금 더 간다고만 하더니, 
따뜻한 차 안에서 긴장과 경계심이 풀렸는지 말문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얘기해보니 그쪽도 나처럼 전철에서 졸다가 수원까지 가버려서 110번을 탔고, 
버스에서 또 졸다가 종점까지 왔다고... 
아깐 정말 무서웠는데 집에 갈수있어서 다행이라고... 

자초지종을 들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더 신이 나서 
'아이구 총각이 용기있게 대처했네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둘이 잘해보지 그래? 딱 선남선녀구만'.... 

잠시 말이 없자, 아가씨가 묻는다 

'아이폰 쓰시네요? 아이폰 좋다던데 나도 아이폰으로 바꿀까....' 

'네 아이폰 좋아요....' '잠깐 봐도 돼요?'

........'아, 저희집에 다 왔네요. 이만 내릴께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처음보는 여성에게 같이 택시타고 집에가자고 말할 용기로 연락처나 물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면 아이폰 보여달랠때 건네줬으면 무슨 메모라도 남겨줬을지도. 

가끔 이렇게 추운 겨울날 생각나는, 
난 이래서 안생기는구나 싶어지는 씁쓸한 기억.


ㅠㅠ....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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