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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나의 전역 전날...
게시물ID : military_341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6
조회수 : 2682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3/11/12 21:41:58
"기상!! 기상하십시오!!"
일이등병들은 얼어 붙고, 상병장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당장 내일 전역하는 아저씨 둘이서 이등병들 마냥 후다닥 일어나서 
동기는 내무실 점등하고, 나는 굼뜨게 일어나거나 아직도 꿈나라에 있는 병장들 모포를 걷어차면서 소대원들을 깨우고 있으니까.

"이 아저씨들이 미쳤나!! 야!! 총기함 따!! 여기 신원미상 거수자가 난동부린다!!"
맞후임은 고참이지만 그냥 때릴까...같이 군생활 15일쯤 늘어나는것도 괜찮을거야...라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다시 자리에 눕지만, 
나와 동기는 바로 그 위로 날아들어 기어이 깨운다.

그 난동을 피우고 있는데 당직부사관이 인원파악하러 들어와 우리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며 소대분위기 개판이라며 한숨을 쉰다.
"번호."
"하나!!" "둘!!"...."열다섯!!" "백만스물하나!!(동기)" "백만스물둘!!(나)" "열여덟!!" "열아홉. 현재원 이상없슴다."
"어. 야 저 아저씨들 내보내. 부대해체시킬 위인들이다."
"이따가 짬아저씨오면 짬통에 처박아서 내보낼랍니다."
"어? 이거 하극상이야. 하극상."
"전쟁 중에 하극상벌이면 사형이야 사형. 아직 우리 휴전상태라고."
"갑니다. 식사집합 안나와도 되니까 조용히 식사하십쇼."

취사장가니까 내일 같이 전역하는 다른 소대 동기들도 이미 모여 식사중이시다.
흐뭇한 표정들이 각자 자기 소대에서 난동들을 부리고 오셨나보다.

우리가 분대장 당직부사관일때 소대작업인원 부족해도 
결국 우리 먹을 밥만드는 작업이라고, 한번 짜증내는거 없이 취사장작업인원은 보내주던 우리들이 우르르 전역한다니까 
짬장이 짠한가보다. 하나씩 계란후라이 해주고...언능 나가란다. 짬냄새난다고.

밥먹고 할일없어서 우리들이 어제까지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중대입구 앞 BL초소는 안녕하신지 둘러보고 
(완성해놓은 전날 밤에 고라니가 들어와서 마르지 않은 바닥에 공구리며...페인트칠을 다 짓밟아놔서  다시 작업했음.)
당직사관이랑 커피 한잔 하면서 식후연초불로초를 즐기는데 행보관님이 출근하신다.
"전체 차렷!! 행정보급관님께 대하여 경례!! 추ㅇ써ㅇ!!!!"
이놈들이 나갔던 군기가 이제야 돌아왔다고 흡족해하시면서 나가기 전에 작업 한번 더 하고 나가라는거,
저 BL초소 분명 행보관님이 우리에게 시키시는 마지막 작업이라고 해서 만들어 놓은 작품임을 강조한다.
(작업 한번 더 하면 행정보급관이 중대장님께 건의해서 포상휴가 줄께ㅋ 됐습니다ㅋ)

간밤에 근무인원들 오침방송이 나오자 우리도 자리를 펴고 눕는다.
원칙상 야간근무인원이 아니면 오침하면 안되는지라 행정병이나 오전근무자...특히 행보관님이 오며가며 깨울때가 있어서 긴장하고 드러누웠는데...
어느새 기상방송이 나온다. 
당직부사관말로는 분명 행보관님이 깨웠는데...우리들 그냥 잤단다.

어기적 어기적 점호 받으러 간다. 마지막 기상점호라고 생각하니까...착잡은 개뿔. 아주 쒼이 난다.
소대장이 점호하려는데 중대장이 내 동기를 부른다.
"ㅁㅁ!! 너 오후에 축구예선나가!!"
"저말임까? 전역준비..."
"닥쳐!! 너 오늘 축구지면 바로 징계위원회열어서 14박 15일 동안 영창피아노 연주할 줄 알어."
축구 선출인 동기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하긴 지난 군생활동안 부대축구를 제압한 우리 중대의 핵심전력인데 마지막까지 뽑아먹고 보내려는 중대장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밥먹고 후임에게 물려준 축구화를 다시 받고 있는 동기의 등을 두들기며
"잘 다녀와. 동기. 내가 니꺼 전투복도 다려놓을께. 나에게 승전보를 가져오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보낸다.

내거랑 동기의 A급 전투복과 반합뚜껑을 들고 정비실로 가는데 당직부사관이 와서는 
"어? 작업안나갑니까? 다른 소대 고참들은 마지막으로 에어리어 보고 간다고 작업 따라나갑니다."
"어. 안봐도 돼. 안봐도 돼. 나 지금 안대씌어놔도 다녀올 수 있는데. 뭐.하.러."
"알겠슴다."
나는 이때 작업을 갔어야 했다.

한창 가슴에 전역마크따라서 다섯줄 만들고 있는데...
얼빵이 통신병이 정비실로 들어온다.
"아!! xxx병장님. 중대장님이 xxx병장님보고 분대장간담회 가시랍니다."
"무슨 농담을 그렇게...나 곧 민간인이야."
"야!! XXX!! 언능 견장차고 본부 갔다와!!"

사연인즉슨...
서무계가 휴가를 나가 당분간 서무계일까지 담당하게된 우리 통신병께서...
엊그제...부대장님께서 분대장간담회를 하시니...당일 각 중대별로 분대장 1명씩 14시까지 본부로 보낼것...이라고 통보했는데...
이 쉬키가 까묵고 근무조정도 안하고 간담회갈 분대장도 안정해놓고 있다가...이제야 발견해서 중대에 유일하게 남은 간부. 중대장에게 보고하고 개박살나고나서 보내려니....분대장들은 휴가로 없고, 근무로 없고, 작업나가서 없고, 당장 있는 놈은 당직부사관이라 못나가고...
그때 중대장이 나 아직 중대에 있냐고 물어보고는...당첨.

후임전투복에서 견장떼서 달고는 마침 수송부에 정비받으러 가야하는 중대 두돈반에 선탑겸 탄다.
"어?? 아저씨 내일 전역이잖아? 왜 다시 견장달았어??" 
"기사양반...묻지말고 경치좋은곳으로 좀 달립시다...울고 싶으니까..."
(가는 중에 사연을 들은 운전병 아저씨는 진짜 차 세워놓고 배꼽잡고 웃었음.)

 본부에 내리자 본부연병장에서 축구예선땜에 몸풀고 있던 중대원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ugc (1).jpg
이런 표정들로 나를 쳐다보다가...
내가 지금 분대장간담회 간다고 하니까...
ugc.jpg
이러고 나를 비웃었음-_-


그때부터였을거야...내 안의 악마가 꿈틀거린게...

내가 가장 가까운 중대인고로 제일 먼저 도착해서 분노의 연초를 태우고 있는데 다른 중대 분대장들이 속속 도착.
그런데 경비중대 분대장들이...다 내일 전역하는 동기들.
심지어 수송부 분대장은 수송부에 딱 한명있는 도자(불도저)끄는 동기...
다들 나같은 사연으로 끌려온듯함.
(야. ㅁㅁ이 저기서 축구한다. 그래도 간담회보다는...)

우리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간담회 들어갔음.
간부에게는 차갑지만 병사들에게는 한없이 따듯한 부대장님이 들어오시고 시원한 차 마시면서 간담회를 함.

항상 하시는 좋은 말씀을 하시고 분명 당번병이 알려줬을 철지난 개그도 해주시며...화기애애한 시간이 지나고 
"그래. 너희들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있니?"

대개, 분대장간담회라고 가면
군기교육대에 있는 우리 중대원이 이런저런 억울한 사연으로 간거니 선처해주십시오.
우리 중대 누구누구가 집에 부모님이 편찮으신데 정기휴가 청원휴가 다 끌어써서 뵙지를 못하니 포상휴가 한 장 내려주소서.
이 정도가 건의사항이고 애로사항이었음.

그러나 전역 전날, 우리를 이런 불편한 자리에 내몬 중대원들에게 빡쳐있던 내일 전역예정인 "가짜"분대장들은...
"비록 후방에 있지만 우리도 군인입니다!! 훈련이라도 전방 못지 않게 실전같이 받고 싶슴다!!"
"부대장님. 부대원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으신거 잘 알고 계실겁니다. 예하중대 방문하시면 부대원들이 번거로워하실까봐 다른 간부들만 보내는거 잘 압니다.(실제로 자기 간다고 하면 청소하고 긴장하고 그런다고 잘 안오시고 참모들한테 넌지시 보고오라고 하시던 분이었음.)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전역하니 이제 무서울 것도 없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아직 군생활들 남은 다른 분대장들을 애써 무시하며, 내일 나가는 "가짜"분대장들은 마음껏 건의사항 및 애로사항을 쏟아놓았고...부대장님은 정말 진지하게 들으셨음.

그날밤. 내 영혼이 탈탈 털릴 정도로 모포말이 당하고
그날밤 야간순찰인 소대장따라서 나랑 동기는 정말로 무월광일때 눈감고 가도 갈 수 있는 에어리어 돌아보고 내려왔음.
그리고 자고 있는 병장급 후임들 깨우고 다시 잤음.




훗날...
종종 내게 전화하거나 휴가때 나를 찾아온 후임들은...
부대장님이 정말 자주 찾아오시며...(뭐 와서 갈구거나 하시는 분은 아니지만...그래도 높은 사람온다고 하면 다들 긴장하니까)
준비태세며 훈련들이 가라없이 빡쎄게 돈다고...치를 떨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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