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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탄 어디까지 쏴봤니??
게시물ID : military_34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3
조회수 : 2235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3/11/23 21:18:37
저번에 집에서 회사로 가져올거 정리해서 들고왔는데, 실수로 그 중에 나의 군시절 일기도 낑겨들어와서 
사무실에 혼자 남거나...
오늘같이 빌어먹을 주말당직 걸린 날 꺼내보곤 함.
(식사비가 5천원에서 주말당직자는 만원나와서 돈까스세트 시켜먹어도 흡족치 않다...놀고싶엉ㅠ.ㅠ)

분명 쓸때는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마냥 나만의 "진중일기"라 생각하고 상병된 그날부터 써온 일기인데...
(일병때까지는 취침소등하면 고참이 갈구려고 부르지 않는 이상 그냥 자야해서 못씀 ㅠ.ㅠ) 
다시 읽어보면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쓴 그림일기를 전설속에나 존재하는 여자친구한테 들킨 기분임. 혼자 셀프 쪽.팔.림.

나의 범상치 않던 전역 전날이야기와 산불진화 대민지원이야기가 밀게에서 좀 먹혔으므로 
오늘은 공포탄 팡팡 쏴봤던 이야기를 쓰겠음.



더운 여름날.
태풍이 여린 아기피부같은 우리 부대 진지며 초소를 할퀴고 가서 
중대가 밀어내기로 나가도 애들이 피곤해 쓰러져나가는 7개초를 고정식으로 나가며(원래는 3~5개로 줄였잖아요...왜 그랬어요...) 
아침밥먹고 2교대로 근무조 남고 작업을 점심 저녁(!!!)을 추진해 먹고 내려오던 내 군생활에 유격보다 더 힘들었던 그 3주의 어느날이었음.

근무시간은 새벽4시~6시 새벽말번 근무.
사수(나)고 부사수고...피곤해서 농담따먹기도 안하고, 돌아가면서 졸다가
뒷근무(고참이었음) 올때가 되어 떠오르는 새벽해와 함께 날아오르려는 나의 정신줄을 붙드느라 정신이 없었음.

그때 철책 너머로 멧돼지 7~8마리가 우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산을 올라오는 거임.
그 진귀한 장면에 나와 부사수는 승천하던 정신줄을 붙잡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함
처음엔 진짜 신비로웠음...한 두 마리 돌아다니는건 자주 봤는데 다 큰 멧돼지의 떼빙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혹여 우리한테 해꼬지라도 할까봐 숨죽이며 그들의 떼빙을 지켜봤음.
어차피 철책 너머라 우리한테 해꼬지도 못하겠지만...

그런데 선두의 멧돼지가 철커덩!!하며 철책에 부딫힘. 멧돼지란 생물이 시력이 몹시 좋지 않다더니 못본듯함.
잠깐 당황한 후 흩날리는 흔적석들을 보며 ㅋㅋㅋㅋㅋ 웃음이 빵!! 터지려는 찰나...
그 멧돼지들이 일제히 철책에 닥돌하는거임.
이거 주위의 흔적석들까지 다 떨어지는게 문제가 아니라(귀하의 철수시간이 연장되었습니다ㅋ)
철책포스트(기둥)가 우리 조카의 흔들리는 유치마냥 뽑혀나갈 기세임.(당신의 작업거리가 추가되었습니다ㅋ)

부사수에게 냉큼 중대로 상황보고하라 이르고 그 쪽으로 튀어갔음.
그리고 철책 너머로 멧돼지들을 마주하고...자랑스런 1111 육군 보병 상병은 소총 조종간을 그대로 "안전"에 두고....

돌을 던졌음.

초병수칙에 의거하여 미거수 침입자라면 비록 공포탄일지라도 빵야빵야 쏘아서 포상휴가라도 노렸을텐데...
지금 이 상황이 선조치 후보고의 상황인가...
혹시 이 멧돼지들은 우리 부대를 뚫기 위해 과거 북한의 124부대마냥 휴전선을 뚫고 온 북괴의 특작부대 소속 멧돼지인가...(어? 그럼 침입자네?)
그럼 전방이나 뚫을 일이지 왜 이 후방까지 내려와서...하필 작업거리도 많은데 G랄인가
불과 며칠전 공포탄을 잘못 쏴서 영창을 간 타중대 아저씨를 본 터라...
공포탄일지언정 총을 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돌을 잡아던졌음.

그러나 육중한 멧돼지들에게 나의 돌팔매질은 
지금은 은퇴한 팀 웨이크필드
ugc.jpg
이 양반의 너클볼 구속마냥 느리기도하고 제대로 맞지도 않아서 위협적이지 않았나 봄. 

그렇지만 나도 계속되는 작업과 야간근무로 심신이 지쳐있던지라 
더 이상의 작업거리를 용납치 않겠다는 일념하에...
(내가 한게 아니어도 내 근무타임때 이 사단이 발생했다고 고참들이 날 죽였을거임...두번 죽였을 거임)
계속 철책에 맞고 나와도 돌팔매질을 했음.

"X상병님!! 발포하랍니다!! 지통실에서 발포하랍니다!! 5대기 출동했답니다!!"

O.K
나 분명히 조종간 반자동으로 놓고 철책에 총열을 걸쳐놓고 돌진하는 멧돼지 미간을 노리고 쐈음.



그 후 기억나는건 
어느 새 뛰어올라와 내 옆에서 같이 공포탄을 쏴대고 있는 뒷근무 고참과 부사수 후임.
공포탄을 삽탄하고 오랫동안 안써서 탄창 스프링이 그대로 눌려져버려서 중간중간 제대로 격발이 안됐다는 점과...
공포탄으로는 멧돼지에게 상처 하나 주지 못한것 같다는 점...(5대기 올라오니까 쪽수로 눌렸는지 산아래로 돌아감.)
그리고 공포탄 자체로는 누구를 죽이고는 못하지만
나의 가녀린 고막은 충분히 앗아갈수 있다는 점임.
(그 후가 이렇게 짧은건 총소리에 삐~소리가 나며 오전내내 사람들 말소리가 제대로 안들려서 영상만 기억나고 소리는 기억이 없음)

어쨌든 나와 부사수는 철수하는 5대기 차를 타고 중대로 복귀했고(아싸ㅋ)
온 중대원들이 출동준비하다가 만 상태로 있다가 우리가 복귀하자 괜찮냐 다친데 없냐며 물어봄.
오전 내내 진.짜.로 바로 옆에 사람 말소리도 제대로 안들려서 필담으로 중대장횽이랑 작전과장님이 물어보면 대답하면서 상황진술했음.
작전과장님 말이 너 계속 안들리면 통합병원가서 진찰받고 입실해야겠다는 거임.
이 작업의 지옥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날 찬스가 생긴거임.

그런데 이 놈의 몸뚱아리가 나의 속셈을 눈치채고...자기 힐링을 시작한거임.
거짓말같이 삐~소리는 여전한데 사람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그래도 하루 이틀은 쉴수 있다!!는 일념하에 안들리는 척 했는데, 
중대장횽이 '너 일단 의무실가게 관물싸서 와.'라고 적는거임.
양심껏 오늘 제끼고 내일 저녁에 복귀하자ㅋ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법ㅋ. 
이러며 행정반을 나서려는데.

"아. 맞다. XX야."
중대장이 날 불렀음.

왜 나는 그때 "예. 상병XXX."이라며 돌아섰던가.
중대장횽도 무심결에 깜빡한거 있어서 부른거였는데...


그 날 오후.
나는 A급 전투복을 입고 사건현장에 올라가 
부대장님께 당시 상황을 브리핑했음.
황송하옵게도 부대장님이 냉온병에 싸오신 냉커피를 마시며 브리핑함-_-ㅋ 

부대장님은 나의 상황대처를 크게 칭찬하셨으며(지금 생각해도 잘한건 없는데)
다른 중대장들에게도 경계근무는 우리 중대같이 서는거다라고 하시어 우리 중대장횽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으며...

다음 주에 다른 부대에 전출가시며 악수하며 약속하신 내 포상휴가증은 그 분이 새로가신 부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짐ㅠ.ㅠ
악수할때 새끼손가락 걸고 복사 코팅도 했어야 했는데ㅋ
대신 중대장횽이 내 남은 군생활을 팍팍 밀어줘서...
더럽게 힘들었어요...형...왜 뭐만 하면 나를 찾고 그래요...관심병사가 괜히 힘든게 아님을 상병분대장때 깨달음ㅎ

그리고 안그래도 끝이 없던 작업거리에 
멀쩡하던 철책마저 뽑혀나가게 생겨서 보강하는 새로운 작업거리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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