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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극우 개신교에 대하여─정치와 민주주의의 '주적'
게시물ID : sisa_455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6
조회수 : 37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1/27 07:47:34

Written by 무명논객


페이스북에서 "무신론자들과 이성적인 자유사상가들" 페이지를 보다가, 한정석이라는 정신나간 작자의 글을 보게 되었다. 트루먼 독트린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편지를 읽은 트루먼 대통령이 기독교적 신념에 의거해 용단을 내린 결과이며 공산주의는 무조건적 악이기에 척결되어야 한다는 얼간이 같은 소리를 보면서 한 명의 정치학도로써 심각하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은 걸핏하면 자유와 민주를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입에 담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사상의 모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으며(세상에, 자유주의 사상의 기본적인 모태인 사회계약론을 멍청한 소리라고 치부하면서 국가신성론을 들이밀다니, 오 자유주의와 근대정치학의 창시자 홉스이시여 이 머저리를 구원하소서) 자신의 정치학적 무지를 기독교적 믿음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논증의 비약도 문제이지만(도대체 트루먼 독트린이 트루먼 자신의 기독교적 신념에 근거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이념과 사상이라는 추상에 대한 정치철학적 논의는 온데간데 없이 오로지 박정희와 이승만을 통해 투영된 '국가'에 대한 자신들의 신앙을 자유주의인 양 선전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차라리 스탈린을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다.


한 사람만이 유일하게 이 정신 나간 인간과 논쟁을 시도하였으나, 그 시도는 '믿음을 가지지 못한 자여, 구원 받지 못하리니'라는 괴악한 레토릭으로 끝나는 절망적인 것이었다. 일찍이 극우 개신교 집단의 헛소리들과 망동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자신을 자유의 수호자라고 소개하는 이 바보 같은 양반의 소리는 좌파인 나조차도 경기를 일으키게 만드는, 자유주의 능욕의 극한을 경험하게 하였다. 박정희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이념을 구현하려 했다는 괴악한 주장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자신의 정치적 망상을 신앙으로 도치시키며 좌파들을 멸절시켜야 한다는 이들의 '민주주의'는 히틀러 유겐트의 축소판이다. 자유의 이념을 기독교 신앙의 근본이라고 소개하며 기독교에 근거하지 않은 자유주의는 멍청한 이단이라는 소리를 듣고 대체 어떤 반응을 해야 적절할까?


이들이 골방에 틀어박혀 자신들의 극우적 망상(이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성경에 따르는 것이란다. 민주주의의 대학자이신 로버트 달 옹은 이 사람의 규정에 의하면 이단이 되시겠다.)들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뚤어진 신념을 강조하는 이 작자는 대체 신념과 규범을 구분하지 못하는걸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정치적 규범이 되기를 소망하는 제정일치에 대한 중세적 소망을 보고 있으면 당췌 이들이 자신들을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자신들의 극우적 망상이 '악'이라는 가치 판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기독교적 믿음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것처럼 '평범한 악'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과물들이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우스갯소리로 일베는 자신들이 '병신'이란 걸 알고는 있으나 이들은 자신들의 헛소리가 '헛소리'인 줄 모른다. 차라리 일베가 '홍어! 폭동!'이라고 떠들어대는 건 애교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망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며, 자신들의 낮은 지능지수에 걸맞는 바보 같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참'으로 믿고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기독교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정신병적 주장이 가치 없다는 것이야 굳이 주석을 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나는 민주주의 사회 내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가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나는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인들 역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들 역시 민주적 토론 내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히려,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반국가적 내란 음모'라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수사하려고 하는 검찰의 행동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치명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종교적 신념이 정치적 규범으로 작동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충분히 민주적 규범 내에 위치해 있으며 그것은 종교적 신념이 정치적 규범으로 작동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위험한 것은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규범과 신념이 정치적 규범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한정석과 같은 멍청이들에 대해 다소 감정적이다 싶을 정도로 적대감을 표명한다. 저들이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나, 자신의 괴랄한 망상을 정치 규범화하려 시도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북괴와 대치 중이므로 좌파는 허용되면 안된다는 이들의 정치적 망상이 실제로 정치 규범으로 작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보다 무서운 것은, 이들은 그것이 '자유'이며 '민주주의'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나는 이들의 망상이 더 이상 비웃음의 대상이 아니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우리 내부에 기생하며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내란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모르는 '누군가'가 아니라, 아주 명시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언동을 일삼는 이런 얼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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