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너에게 말하는 바가 빨갛게 들리면
빠알갛게 오라. 이도 저도 뭐든지 내 입술처럼
내 피처럼 빠알갛게 내게로 오라.
너도 한 때는 나와 같지 않았느냐.
불의에 분노하고 정의에 환호하는
너도 한 때는 그렇지 않았느냐.
빠알간 네 피가 나쁜 것이더냐
아니면 빠알갛게 달아오른 나의 입술이 나쁜 것이더냐.
빠알간. 그 이쁜 그 정열적인 모습으로 내게로 오라.
하지만, 네가 오지 않겠다면 그 또한 말리지 않겠다.
허나, 이것만은 약속해다오. 제발 얼음 같이 시퍼런 이성으로 냉철히 판단하겠다고.
이것만 약속해준다면 내 네가 무엇이든 즐겁게 얘기하련만.
이조차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
빨간것은 더이상 빨치산이 아니다. 빨간것은 우리들의 목소리이며
빨간것은 너의 피이고 너의 입술이고 너의 혀이다.
그렇게 나에게로 언제든지 왔으면, 내가 너의 입술 맞대고
너의 숨결과 너와 함께 이 마음 이 정열을 같이 쏟아봤으면.
파리하게 질린 입술 그만 거울을 보고 빠알갛게 나에게로 오려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