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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악대 다림질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357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npoko
추천 : 4
조회수 : 15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2/12 14:27:02
어제 본부대 이야기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리플도 없고 추천수도 없지만, 일단 푼 썰 궁금해 하시는 분이 한분이라도 있을까봐 마저 적어봅니다. 저도 언젠간 한번 썰을 풀어보고 싶었구요..

글을 쓰다보니 본부대 보다는 제가 있던 군악대에 대한 일들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본부대 보다는, 군악대 내의 부조리 아닌 부조리, 라기 보다는 고충에 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일단 첫글에 설명드렸다시피, 일과를 소대원 전체가 모여서 하는건 군악대가 유일하였기에..
(보통 경비소대는 따로 위병소 낮근무 및 제초작업 전담이었기에 분대별로 바빴고, 참모소대는 각종 처부, 본부소대도 각종 부서, 수송부도 각종 운행 및 정비작업으로 인해 뿔뿔히 흩어진 상황... 평일 낮 전병력을 소집하면 집합인원의 50% 이상은 항상 군악대 였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행사준비 및 주특기 훈련을 하고 있어도, 대부분의 간부들, 특히 행보관님에게는 참 잉여로운 작업병력이었습니다.
딴따라라고 대놓고 비하하던 장교/부사관도 있었죠..(물론 개말년 군악대장 전역 후 신임소위가 부임해온 후)

그래서 항상 행사 끝나고 돌아오면 버스 문 열리자마자 앞에 행보관님이라던가, 당직사관님이 저희를 맞아주셨죠..

"어이구 이제 온거야? 날도 더운데 고생들 했다~"

"감사합니다!"

"환복하고, 20분 후에 작업도구 챙겨서 사열대 앞에서 보자^ㅡ^"

"......ㅠ_ㅠ"

사실, 군악대 행사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지만, 이 글에서는 자제하도록 할게요.

어쨌든, 행사를 다녀오면 일단 악기라던지, 행사복이 엄청난 먼지/땀에 노출이 되기에 정비를 해 줘야 합니다.

근데 이게 만약 행사 후 복귀시간이 딱 일과종료 시간이라면, 밥먹기 전에 정비 싹 해놓고 쉬거나(짬, 실력 둘중 하나라도 안되면 연습실ㄱㄱ) 

작업을 하거나 하지만, 이 개인정비 라는게 군악대에서는 말 그대로 '개인장비 정비' 시간이기에 일과 후 악기수입, 

행사복 세탁이나 다림질을 하는게 여간  짜증이 나는게 아니었죠. 적응되기 전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원도 많다보니까

 아무래도 행사나갔던 인원(짬찌) 2/3는 취침소등 후 개인정비를 해야 했습니다...보통 일주일에 5번씩 근무가 있었으니..

말 그대로 근무 다녀오기 전이나 다녀와서 하는거죠.



(본부대 근무에 대해서도 썰이 많으나, 역시 이 글에서는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군악대 개인정비라 함은, 쉽게말해 99% '다림질' 입니다.

저희사단 군악대 인원은 평균 30명정도 됬었고, 다리미는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매주 건의를 했는데도..안사주더군요.

능숙한 고참은 10분만에 칼줄을 잡지만, 이등병은 상의 등줄만 30분 이상이 걸렸죠.

줄잡는다고 체중실어서 누르다 나중에 두줄잡힌거 알면 자살하고 싶어집니다... 

행사복 정비는, 군악대에 있어 참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꼭 해야하지만, 좀 지나치다 싶게 기준을 세워 후임들 군기잡는 도구까지 겸하고 있었죠.

행사나가기 전 버스탑승 직전에 항상 꺽상(상병 5호봉 이상)들이 후임들 '군장검사' 라는 걸 했는데,

말그대로 행사복 다렸나 안다렸나, 단화 광이 살아있나 검사하는겁니다.  잔주름 하나라도 발견되면?




미싱분대 일일 분대원이 되는겁니다 ㅋㅋㅋㅋ





물론 사람이 잔주름 하나 없이 상하의를 다리는건 가능합니다. 

가능해요. 매일매일 다리고 또 다리고 하다보면 나중에 세탁소에서 일할 자신감까지 생깁니다.

근데, 사람이 다림질은 완벽히 할 수 있어도, 대부분의 문제, 즉 주름은 착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이죠...하하하하하하

말 그대로, 내가 지난밤 초소근무를 다녀와서 40분동안 다림질을 하고 단화 광내고 행사보 칫솔로 비비고 해도,

전날 옷걸이에 잘못 걸어두었거나, 입을때 침상에 떨어트리거나(이건 즉석갈굼..),바지 입다 중심 흐트러져서 한번 깡총 하다 바짓단을 밟거나

하면 모든 노력은 물거품 아니, 치약거품이 되는 것이죠..

이건 분대장이 개인정비 불량 및 지시 불이행으로 불이익을 주는거라 표면상으로는 아주 합법적 갈굼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장마철 야간 행사가 제일 싫었죠..땀, 비에 축축해진 행사복, 진흙투성이의 하의와 단화...

빨고 말리고 닦아야 하는데 다음행사는 내일아침... 밤에 일어나서 하려고 해도, 이미 상황판 뒤에는 30분 간격으로 예약자들이 넘쳐납니다.



나중에 제가 분대장 되서는 좀 현실적으로, 융통성 있게 바꾸긴 했지만서도,  이 행사복 정비는 지금 생각해도 아주....

사실 어젯밤 꿈에서도 다림질 했어요.....


그럼, 나중에 또다른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

퇴근시간이라 급한 마무리 이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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