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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
게시물ID : sisa_4662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빈병팔아요
추천 : 14
조회수 : 796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3/12/18 09:47:18

안녕들하십니까?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할려고 합니다.

 

12월 6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도 분하고 억울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누나와 손주들과 함께 즐거운 해외여행을 다녀오시고 며칠 후 저희 집으로 한전에서 사람 두명이 찾아 왔습니다.

송전탑이 저희 집 뒤로 아주 가깝게 지나가고 몇십미터 차이로 제대로 된 보상도 되지 않는다고 아주 친절하게 송전탑 세워질 위치까지 알려주고 가더랍니다.

저희 집은 밀양에서 28년간 양돈을 하고 있습니다.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전기가 높이 100m가 넘는 괴물같은 거대한 송전탑을 타고 흐르면 돼지의 수정도 발육도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부모님의 건강과 안위는 위협적일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동물 모두 살아 갈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전기가 흐르는 곳에서 키워내는 돼지 고기를 드실수 있겠는지요?

 

집과 땅과 생업을 포기하고 어디가서 어떻게 살라고 이런 만행을 저지르나요? 아버지는 애가 타셨겠지요.

밀양시에서는 국책사업으로 밀어부치고 경찰 몇 만명을 대동해 공사를 강행하니 늙고 힘없는 노인이 어떻게든 해 볼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그때부터 공사현장에 나가서 열심히 송전탑 건설반대 시위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모두 힘없는 70~80대 노인들 뿐이고 보고 듣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고 몇몇의 사익을 위해 공사를 강행하는 밀양시청과 한전의 어처구니 없는 뻔뻔한 행태와 공허한 말뿐... 결국 안탑깝기 그지 없는 선택을 하셨습니다.

 

글이 길어지니 여기엔 쓰지 않겠습니다.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이유를 꼭 찾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검색해 보시면 충분히 이해하실겁니다. 지금...저희는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독하시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누워 계시 아버지를 보고 뭐라 말도 못하고 울고 서있었습니다. 

밀양경찰서에서 경찰 3명이 초동수사를 하러와서는 신음하고 계신 아버지에게 휴대폰을 들이대며 " 어르신' 왜 이렇셨습니까?" 하고 물었고 그때까지 눈만 꼭 감고 계속 토하시고만 계시던 아버지가 눈을 뜨고 경찰관을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송전탑 때문에 그랬다.송전탑때문에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 

경찰들이 얼마나 당황하며 휴대폰 녹음기능을 껐는지 저는 옆에서 지켜 봤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기어이 조사결과를 음주,가정불화,신변비관으로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음주..술 먹는다고 다 자살하나요? 

저희 아버지 모임가셔서 몸을 못 가눌 만큼 술을 드셔도 다음 날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돼지사료 주러 나가시던 분이십니다. 

신변비관...이 원인을 누가 제공했습니까? 

단순한 주민 자살에 산업자원부 장관,밀양시장,밀양경찰서장은 조문 화환을 왜 보내고 산업자원부 에너지팀장은 조문을 왜 오나요? 

밀양시청도 '복합적 원인으로 자살' 이라며 송전탑과 연관 없는 죽음이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한전과 밀양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은 기자회견까지 해가며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초동조사때 고인이 직접 밝힌 자살원인 녹음한 자료 내놓고 유족과 고인에게 사과 하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청에도 차려진 분향소를 밀양시는 절대 불허 하고 그나마 시민공원 끝자락에 초라하게 차려진 분향소마저 경찰차 10대와 몇백명의 경찰을 출동시켜 천막을 찢고 비가와서 막으려는 비닐도 설치 못하게하며 빗물이 고인는 바닥에 까는 파레트 조차 뺏어가고 부쉈습니다.

70~80대 노인에게 발길질은 예사입니다. 한전은 지난 6월 ,공사를 반대한 주민 3명에게 공사방해를 이유로 10억손해 배상청구를 해 놓았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요. 감히.... 

14일 ,밀양시장을 찾아갔습니다. 시장은 '본인이 말을 하면 파장이 너무 커진다.민원인의 말을 듣지 않을 권리가 자기한테 있다.'

 하며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어떻게 밀양시와 한전이 건설중인 송전탑때문에 밀양시민이 죽었는데 듣지 않을 권리 운운하며 비도덕적이고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나요? 

16일 오전 여전히 할 말이 없다는 밀양시청에 저희 형제 셋이서 또다시 항의방문 했습니다. 

경찰버스와 경찰 몇백명,시청 직원 수십명이 모두 나와 출입구를 막고 아예 시청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제지 당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수사 결과를 신뢰한다. 시장면담은 사전 약속하고 와야 된다.시장은 바쁘신 분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고 왔습니다. 

일단 나와서 전화로 면담 신청을 했습니다. 전화를 이부서 저부서 돌려가며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고 시간을 끌더니 결국 통화된 비서실에서는 '나는 결정권이 없다. 시장에게 말 해 보겠다. 언제 답을 줄지도 알려 줄수 없고 연락도 해줄수 없다' 이것이 끝이었습니다.. 

뭐가 그리도 겁이나서 그 많은 사람들이 겨우 세사람에게 힘과 권력을 행사하며 시청 입구에도 못 들어가게 할까요? 

그렇게 타당성 있고 떳떳하면 왜 당당하게 유족들이 요구했던 사항에 대해 안 되는 이유를 설명 하지 못하는건가요? 국민을 죽여가며 하는 국책사업이 진정한 국책사업인가요? 우리의 존재가치가 이 사업으로 사익을 얻는 몇몇사람들의 존재 가치보다 저렴하고 무시해도 된다고 누가 정해 놓았습니까?

 UAE원전수주와 신고리 원전 관련 비리를 다 해결 해 놓고도 송전탑 세워야 한다면 그땐 받아 들이겠습니다. 

지역주민들 의견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송전탑으로 이익을 보는 몇몇 이익 집단을 위해 건설하는 76만5천볼트 초고압전기선... 절대 받아 들일수 없습니다. 

저희가 밀양시청앞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저희 아버지 죽음이 헛되지 않게 도와 주세요. 

저희 가족은 아버지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한채 장례도 못 치르고 가족의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슬퍼할 겨를도 없이 거짓으로 점철된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공권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저희가족과 일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간곡한 바람을 외면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변분들에게 이 억울한 이야기를 꼭 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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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왔습니다. 너무 가슴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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