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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조장때 만났던 면회객들
게시물ID : military_36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9
조회수 : 3274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3/12/21 21:35:34
위병소 근무서는 소대에서 근무인원+작업인원 부족하다고 하자 나온 방법이
"타소대에서 위병조장 1명씩 지원"이었음.
그 소대도 다른 소대도...헐 이었음.
그 소대가 근무서는 다른 초소. 본부중대에서 가져가면 되는거였는데 기껏 나온 방법이 저거였음-_-
그런데 그때는 본부중대장이 가장 짬이 되던 때라...

내가 우리 소대에서 마지막 위병조장이었음.

당시 위병소근무자들 입장은 
"위병소에서 부사수-사수 근무서고 위병조장 다는 낙으로 근무서는데, 짬되니까 다른 소대 사람이 위병조장으로 들어온다!!"라고 불만이었고
우리도...
"짬되니까 나가라는데 위병조장도 하던 사람이 해야지!!"였음

어쨌든 나때까지 하고 위병조장은 다시 그 소대가 다 가져가게 되었고...

짧지만 위병소 근무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체험하게 된 2달이었음.


주말
전국에서 우리 아들, 형제, 오빠, 동생, 친구, 자기, 선후배 만나러 오는날.
위병소는...말 그대로 터져나가는 날임.
당시 우리 부대는 공식적으로 면회가능 시간이 9시부터 17시까지였는데...
주말에 오전근무 들어가면 새벽 6시...그때부터 와계시는 분들도 있음-_-
원래는 지~인~짜 안되는데...아들보러 오는 부모님의 경우, 그 중대에서 위병소까지 차량운행한다고 하면 면회시켰음.
(그 시간에 온 친구들은 단 한번도 없었고...여자친구는 종종 있었는데...어째 위병사관들이 심통나서 전화 잘 안해주더라)
지통실도 CCTV(매의눈)로 다 보고있지만, 부모님인거 같으면 별말 안함.
그리고 원래는 받아먹으면 안되는데, 아버님 어머님들이 우리도 자식같다면 음식 나눠주시곤 하는데...
까탈스러운 당직사령 걸리지 않은 이상, 별로 터치 안했음.
("야!! 위병소!! 너네만 먹냐!! 당직사령은 괜찮은데, 상황병이 입이 심심하다잖아!!")
면회구역 이탈하는 사람 있을까봐 가슴졸이고
음주금지라는데...한잔씩 하는 어르신들 사고칠까봐 가슴졸이고
금연구역이라는데...꼭 담배피고 불똥처리 제대로 안해서 쓰레기통에 파이어 인더 홀!! 할까봐 가슴졸이고
특히 친구 면회온 남정네들 오면...성실한 친구들이면 모르는데...혈기만 왕성한 전국팔도 양아치들이 면회실에서 무쌍난무를 펼칠까봐 가슴졸였음.
(가슴 졸인 이유는...사고는 니들이 치고, 군장은 내가 도니까!! 심지어 다른 중대 아저씨 사고친건데 내가 돌아!!)

가슴찡한 사연도 있음.
밀려들 면회객에 대비하며 마음의 각오를 다지는 중에 위병소 근무자가 "택시!! 스톱!! 그만 들어와요!!"이러는 거임.
택시정차장이 있고, 면회객이 짐이 많으면 위병소 근무자가 부르면 위병조장이 뛰어나가서 짐을 들어주는 아름다운 시스템(...)이라 기사님들도 아는데 택시가 위병소 앞까지 밀고 들어온거임.
문을 열고 내린 그 아가씨는...간난애기 둘을 양 옆구리에 안고 내렸음. 짐도 많았음. 그래서 기사님이 부대사정 아는데도 들어온거임.
아무리 많이 봐줘도 내 동생뻘 되는 아가씨는...남편 입대직전에 출산하고...한달 정도만 더 있으면 백일휴가인데....
문득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와버린 거임. 허락받지 않은 결혼이라 애들 봐줄 사람도 마땅치 않아서 음식만들고 애들까지 데리고 밤차타고 면회온거였음.
그때 시간이 아침 7시-_- 면회 안되는 시간.
그러나 이미 위병사관님은 즉시 지통실로 전화돌리고 , 나는 즉시 면회실 히터온도 더 올렸음.
의자모아서 애기들 누울 자리 만들어놓고...자기가 혹시 잘못한거냐...우리 오빠한테 큰일 생기냐며 울먹거리는 아가씨를 우리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남편분한테 아무일도 없으니 걱정말라며 달래고 있는데...남편 도착함.(잘 생겼더라...이등병 빠박머리하고 잘생기기 힘든데) 
면회실은 울음바다가 되고...하필 그때가 부대에 큰 훈련이 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어서 휴가통제되던 때였음(내가 그때 휴가 밀려서 잘 압니다.)
둘이서 이야기 하는 동안...잠시 탄띠 풀고 애기들 위병사관님이랑 내가 하나씩 업고 면회업무 보고 있다가...
그 중대 중대장 행보관 사모님이 오셔서 애기들 데려가시고...(내 등에 엎혀있던 애기가 포대기 푸니까 막 울어대서 가슴찡했음)
급히 부대로 나오신 부대장님께서 
"지금 상급부대 차원에서 휴가는 안되는데!! 오늘이 일요일이지만!! 특별히 외박보내줄께!! 내일 저녁에 읍내 00식당에서 나랑 만나서 외박증 한장 더 받아가!! 어차피 훈련은 수요일부터니까!! 그리고 이 돈은 특별히 네가 딱해서 주는게 아니라...너...너의 애기들이 예뻐서 주는거라구!!"
라는...훈훈한 결말로 끝이남. 
항상 위병소 근무자들에게 딱딱한 모습을 보이던 간부들이 (이상하게 위병소 밖에서 만나면 사람들이 그렇게 괜찮음)보인 당시의 나로서는 새로운 모습이었음.    


하지만...어딜가나 "병신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진상들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면회자 출입증 먼저 오신 순서대로 작성중인데...자기 먼저 해주라고 신분증 던져주던 사람"들"
("젊은 사람이 유도리 있게 일처리 해야지!!"라고 오만진상을 피우시길래 알았다고 작성해주고 "유도리있게" 그 면회병사는 늦게 전화함.)
-여기까지 타고온 택시비 달라던 사람
-발렛파킹을 요구하는 사람(발렛비 2천원입니다)
-난생 처음보는 타중대아저씨가 "음...그...저...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왔는데..."라며 으슥한 곳을 요구할때.(나보다 더 열내던 위병사관ㅋ)
-친구 면회하러 왔다가 남자들끼리만 있으려니 적적한지 다방아가씨를 불러달라던 조만간 입대예정자로 보이던 양아치놈들
-여기 노래방기계 없냐며 어이없어 하던 면회객.(성가대라도 불러줄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했음...그만큼 진상이었음.)
-내 아들놈 어찌사는지 봐야겠다며 부대내로 진입하려던 만취하신 아버님
(이땐 5대기가 출동하고...담주에 아드님 군기교육대 입소했음. 부자가 같이 만취했거든-_-) 
-써프라이즈~하고 면회왔다가 남자친구 근무중이라 기다려야 했던 어느 아가씨
("아저씨. 담배있어요?" 
"예?...아...예. 담배요..."
"글구 우리 자기한텐 비밀로 해주세요....뭐야? 디스잖아? 말보로 없어요?" 
(양담배피다 걸리면 우리 행보관한테 맞아죽는다...이 가스나야...연초 엊그제 받아서 인심써서 한대 주는거구만-_-) 
-이름하고 성만 알고...남자친구 계급도 중대도 몰라서 10여개가 넘는 중대에 모두 전화하게 만들었던 어느 아가씨"들"
(한명은 가장 마지막으로 전화한 중대 소속이었고...
한명은 부대를 잘못 알고 온 옆부대 고무신...너무 짠해서 당직부관이 자기 차로 그 부대에 태워줬음)
-출입증 작성 중이던 나의 윗머리를 보며 나와 위병사관의 외모를 품평하던 어느 아가씨들(솔직히 너네도 별로였음)
-생닭+양파+감자를 통으로 주고...닭볶음탕을 해오라던 어느 아버님.(양념을 안주셔서 못해드렸습니다.고추장, 참기름, 간장...저희 중대원들 먹기도 벅차네요...그리고 출장요리사 비싸요)
-면회실말고 위병소로 들어오셔서 나와 위병사관에게 6.25때 자신의 이적스토리를 자랑스레 말씀해주신 어느 할아버님(낮에는 대한민국!! 밤에는 인민공화국!!...연세가 있으셔서 곱게 보내드렸습니다...)
-무지하게 열받아서 부대장 나오라고!! 난리를 피우셔서...휴가가신 부대장님 대신에 업무보던 당직사령 기어이 나오게 한 어느 아버님.
(읍내에서 배달한 탕수육이 小자 같은 大자가 왔다는게 그 난리의 이유였음...
저희가 그 중국집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아드님도 공식적으로 당직사령님의 항의를 듣도록 조치하였습니다.)
-면회실에 자기 중대 고참들 없다고...하지말라고 했는데...반말찍찍...가래침도찍찍...욕설난무...하던...면회실 들어가기 전 어깨에 노란 견장 빼고 들어가던 타중대 병아리 이등병.
("아~동기~나야. 나 오늘 위병조장근무ㅋ. 잘 지내지? 오늘 근무 뭐야? 너가 당직 설 정도면 우리도 짬이 찼구나ㅋ...다른게 아니고 너네 중대에 이병000이라고 알아? 오~너네 소대야? 그 이등별님 지금 면회실에서 너네 소대 고참들 다 X밥이라고 일병쯤 되면 다 친구먹겠다고 위병소까지 들리게 말한다ㅋㅋㅋㅋㅋ. 아냐~ 나는 동기 목소리 들을라고 전화한거야~ㅇㅇ 수고~")
-나 총 한번만 쏴보자고!! 위병소 근무자 총에 매달려 울며 불며 떼를 쓰던 6살 소년.
(15년만 있으면 너가 쏘기 싫어도 총 쏘게 될건데...15년이 언제 오냐고?? 15년 생각보다 금방 온다...꼬마야...
그리고 15년 뒤에 만날 2년이 미칠듯이 안가서 그렇지...)

이게 다 내가 위병조장 2달정도 있으면서 주말을 18번 보냈는데...
그동안 실제로 내가 만난 사연과 진상들임.
이 중에 몇개는 한 날에 몰려와서...진짜 사람 피곤하게 만들었음. 레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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