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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마지막에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게시물ID : freeboard_7378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淸人
추천 : 2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31 23:01:05
2013년 12월 31일 저녁 10시 30분부터 작성 시작.


...

이것저것 드릴 말씀이 많네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평탄하게 보내지 못한 연말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많이 있었고, 오유 내부에도 소수 친목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분탕질로 몸살을 앓았지요. 앓고 있는 중이고요. 음... 아마도, 희망찬 내일을 위한 액땜인지 유달리 굵직한 문제들이 많았던 것 같네요. 그래서 안녕하신지는 차마 묻지 못하겠네요. 허나, 안녕하실 건지요? 일단, 저는 안녕할 겁니다.


2013년도 공무원시험에 낙방하고 한동안 멘붕이 심했습니다. 절치부심하여 시험장에 갔건만,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고 곧바로 이건 또 떨어질 것임을 직감했었네요. 합격한 누군가를 질투할 여력도 없었습니다. 한없이 자해하고 또 자해했지요. 멘붕이라는 단계를 넘어서서 오히려 얌전하게 잘 지냈습니다. 지독한 패배감이 이런 느낌일줄은 몰랐네요 ㅋㅋㅋㅋ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습니다. 

"나 도대체 왜사는걸까?"

허무하게 되뇌이다가 문득 배고파서 밥을 먹었는데, 갑자기 롯데리아의 핫크리스피버거가 생각나서 바로 집을 뛰쳐나가 시내로 가서 버거를 사먹었습니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서 편의점에 가서 마늘후랑크를 사먹었습니다. 배는 이미 부른 상태인데도, 먹고싶다는 생각이 미친듯이 들었습니다. 씨리얼, 아이스크림 등 닥치는대로 사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못해본 것들이 하나 둘 생각나더라구요.

아직 애인도 사귀어보지 못했고, 해보고싶은것 가보고싶은것 등등 내가 못해본게 너무 많아서 위험한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매사에 의욕이 떨어져버리니 그건 그것대로 힘들더라구요. 공부생활에 몸도 망가져있어서(신체 오른쪽 전체가 안좋습니다. 시험 보고나서 수술할 생각입니다.) 뭔가 왕성한 활동도 할 수 없는 형편이구요. 

그럼에도 그것들을 해보기 위한 욕망이 넘실넘실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깨닫고 나니 새삼스레 활력이 돌더라구요. 활력이 도니 놓았던 책이 잡혔고, 그렇게 책이 잡히니 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이미 좀 망가져있는 상태라서 뭔가를 해도 자꾸 빨리 지치는게 성가시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하고싶다고 느낀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 기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일어나고 싶습니다. 지친 모두와 함께요. 쓰러져있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힘차게 일으켜 세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편지를 씁니다.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작은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부터 안녕할 겁니다.

2014년 새 해. 안녕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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