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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포)
게시물ID : movie_22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romet
추천 : 4
조회수 : 96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1/09 23:54:44
movie_image.jpg

아직 못보신 분들께는

 <변호인>과 <용의자>가 박스오피스를 양분했던 연말 그리고 연초, 다른 영화들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어 <월터...>를 보았습니다. 
사람도 거의 없는 평일 한적한 시간대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을 했는데, 모처럼 이쁜 영화를 만났습니다.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있고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입니다. 
 멍 때리며 백일몽에 빠져드는 것이 주특기인 지루한 인간 '월터'가, 자신이 필름 기술자로 일하는 잡지 '라이프(Life)'의 폐간호 표지가 되어야할, 그러나 사라져버린 필름을 찾기 위해 그린란드로 떠나는 갑작스런 여정은 벤 스틸러 특유의 유머감각 덕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진행됩니다. 유머와 감동의 적당히 버무려졌다고 해야할까요. 시도때도 없이 난입하는 월터의 백일몽이 쌩뚱맞고 뻔뻔한 모습으로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삶의 무게와 일상의 단조로움에 짓눌린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월터의 고난과 이를 넘겨내는 과정은 우리에게 자그마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거기에 그린란드 등을 여행하며 펼쳐지는 장엄한 자연의 풍경은 덤입니다.







보고 난 후에는 (스포일러, 못 보신 분들은 더블클릭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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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반부까지 그린란드의 상어와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을 종횡무진하는 월터의 모습에서, 우리는 상상과도 같은 모험이 현실을 돌파해내리라는 기대감을 가지나, 영화는 그를 다시 미국으로 불러내어 무거운 현실(자신과 짝사랑을 실직자로 만들어버린 구조조정, 어머니의 새 집 이사 비용과 물쓰듯 대책없이 써버린 여행경비로 가득찬 가계부의 지출내역)을 상기시켜줍니다. 그에게 인생(Life)은 결코 탈출할 수 없는 족쇄와도 같은 것일까요, 그렇게 절망하던 찰나, 월터는 기적과도 같이 어머니의 피아노에서 단서를 찾아내 히말라야 깊은 산속으로 여정을 떠납니다. 그리고 션 오코넬을 드디어 만난 그.  그런데 웬 걸, 애초에 25번째 필름은 션이 월터에게 준 지갑안에 들어있었다고 하네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의 군벌을 거쳐 히말라야까지 션을 쫓아온 월터는 정작 25번째 필름이 자기 지갑에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나, 이내 션의 행동을 보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션은 고생 끝에 매우 희귀한 피사체인 눈호랑이를 발견하고도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냥 보내어줍니다. 그리고 산 아래서 축구를 하는 무리를 보곤, 재밌겠다며 같이 뛰놉니다.
 영화의 진짜배기는 이 부분입니다. 우리는 라이프 지의 25번째 필름이 은유하는 '인생(Life)의 정수'가 무언가 대단한 모험과 일탈,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이러한 모험의 중요한 순간마다 단서가 되며, 동시에 최종적으로 목적지가 되어주는 것은 짝사랑하는 직장동료, 어머니의 피아노와 귤 케이크, 그리고 지갑 안주머니와 같은 일상입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프로필 란에 특별한 장소나 일탈을 쥐어짜낼 필요가 없습니다. 짝사랑하는 여인과 데이트를 이루어주는 것은 벤자민 버튼과 같은 기이한 사건이 아니라, 여동생이 동네 교회에서 서툰 솜씨로 공연하는 뮤지컬입니다. 히말라야 절벽의 눈호랑이보다 중요한 것은 산 아래 친구들과 즐기는 축구 한 게임입니다. 정말로 월터의 삶(Life)의 표지를 장식할 정수가 되어주었던 것은 세계를 누비며 겪은 모험과 눈호랑이가 아닌, 그가 16년간 헌신해온 직장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션 오코넬처럼 삶을 놀라운 모험으로 채우는 것도 의미있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은 놀랍지 않아도 매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다는 점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사족. 여러 사람이 지적한 대로, 영화의 번역명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완벽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저도 사전정보가 없더라면 월터가 현실왜곡능력자인 줄 착각했을 겁니다. 물론 이렇게 직설적으로 번역한 배급사의 입장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흥행하려면 <월터 미티의 비밀스런 삶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라는 원제보다 더 임팩트 있는 제목이 필요했던 거겠죠. 그러한 맥락에서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이야기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둔갑했고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네요.
사족 2. 사실 이 영화는 순전히 포스터(위에 두개)가 너무 이뻐서 보게되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조금 떠오르기도 해요.
사족 3. 한편으로 이 영화는 모든 것이 급속도로 디지털로 변하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줄거리 자체가 디지털로 변화되는 잡지사에서 고통받는 아날로그 필름 기술자의 이야기니까요. 근데 이 영화는 아날로그로 찍었을지, 디지털로 찍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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