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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으로 쓴 글
게시물ID : readers_108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해표
추천 : 1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1/12 00:11:13
 언뜻 두 시간이 지났나, 내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번갈아 보던 순간 나는 게시글에 쓰여진 감정 하나하나에 집중한 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어떤 감정 상태에서 쓰여졌는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누구를 향해 쓴 건지. 
시간이 지난 후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사람들의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140자 속, 아니, 그보다 짧은 글자 속에 전부 다 녹아 들어있던 것이다. 심지어 글자 제한이 심하지 않는 페이스북에서도 모든 상황을 50자 이내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만 알지, 무슨 상황인지 도통 모를 법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50자 이내의 짧은 글이 함의하는 의미도, 기표, 감정.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150명 남짓이 보고있는 이 타임라인의 게시글은 바라보아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표현한다. 그들은 그것 자체로써는 존재할 수 없었다. 누군가 쓰고, 바라보아야만 하니까, 
애초에 그 글자들은 상황 자체, 그의 감정, 그가 말하는 그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니까.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여러분 날씨가 꽤 춥습니다. 옷을 껴입고 나가도록 해요."

 올린 사람의 바깥은 꽤나 추운가 보다. 또, 다른 사람도 그런 듯 이 게시글에 많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따뜻한 방 속의 나로서는 전혀 공감될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바라보는 이의 공감마저 얻지 못한 게시글.
의미를 잃은 이 게시글의 나의 필요성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필요성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증명하기 위해 나의 상황을 적어보는 게 좋을 듯 싶었다.

 "방이 참 따뜻합니다. 밖은 추운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런 반응은 오지 않았다. 금방 글을 지우고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춥다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저도 춥네요. 옷 좀 껴입고 나갈까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이건 진짜 내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추운지 따뜻한지는 모르겠지. 
그래서 그런지, 몇 명의 '추운' 사람들이 내 게시글에 반응했다.
어쩌면 나는 이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는 이미 밖에서 떨고 있는 것일까. 나는 구별되지 않는다. 
따뜻한 나는 생각되지도 않고, 내가 방에 있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타임라인 속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아지면 괜찮다 그들은 타임라인 밖의 나와 구별할 수 없고, 구별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만 한껏 맞추면 타임라인 바깥의 나는 외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까. 
내가 타임라인 밖에서 벌거 벗어도, 밥에 식초를 뿌리는 괴상망측한 짓을 해도,
 타임라인 밖의 시선에만 맞춘다면 패셔니스타, 미식가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선을 주지 않으면, 타임라인 안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선에 맞출 수 있게 항상 나를 꾸며야 한다.
 시선에 버려지지 않게. 몇백개의 시선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몇백명에게 존재를 확인받겠지.



페북하다가 문득 올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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