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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정치와 경제의 관계에 대하여
게시물ID : sisa_482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5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1/18 00:41:00

Written by 무명논객


간밤에 있었던 논쟁에 관해 약간의 주석을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보 같은 극우파의 난동이야 워낙 익숙해져 있는 탓에 그러려니 하는데, 궤변을 펼치는 시장주의자의 등장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 사람은 정치와 경제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정치가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듯이 서술하고, 종국에는 법 체계 없이도 시장이 성립한다는 절망적인 주장과 함께 한가득 조롱과 냉소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이런 시장(만능)주의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의 사고관이 단순하다 못해 천박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들은 복지라던가 빈곤의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온갖 경제학적 수치와 통계를 근거랍시고 내밀지만, 이들의 주장에서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있다. 만일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혼자 경제활동을 한다면 가난의 문제건 복지건 모두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영역에 속하겠지만, 사회가 성립하고 타자성이 구성되며 개인의 존재로부터 관계(Relationship)가 설정되는 이상 개인은 곧 사회적 존재다. 


다시 말해, 개인의 선택은 개인의 의지로만 환원되지 않고, 문화적-계급적-인종적-성별 등에 의해 다층적으로 영향을 받아 성립하게 된다. 굳이 여기에서 부르디외의 계급분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로부터, 사회란 단순히 개인의 총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렇게 성립된 사회로부터,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고 조율하며, 제도화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천박한 사고는 두 번째로 기각된다. 민주주의는, 그것이 시장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이건 개인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이건, 그것을 조정하고 조율하며 타협과 제도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부각되고, 개인의 덕성(시민의식)이 중요해지며, 정당과 같은 대의적 기구들이 그 역할자로서 등장한다.(엄밀히 말해 이것은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의 레토릭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논쟁했던 그 사람의 눈에는 정치가 경제를 규제하려 한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짐과 동시에 좌파 맑스주의자의 레토릭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으로 도달하였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은 이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는 이들의 역할과 기능은 모조리 무시한 채 오로지 개인의 이득과 소비-규제와 탈규제라는 관점으로만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사회적 힘을 지닌 경제적 강자는, 나와 논쟁했던 이의 말에 따르자면 '소비자'이다.(오..사회학의 창시자 에밀 뒤르켐이시여....) 다시 말하면 이들의 눈에 보이는 사회적 구조와 갈등, 그리고 일련의 투입-산출이라는 과정의 합리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시장을 통한 개인의 무한한 이득 추구가 있을 뿐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들이 '합리성'을 운운하는 것을 비웃는다. 무인도에서 자신만의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신앙 고백을 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겠지만, 민주적 조정과 타협의 가능성을 무시하며 오로지 탈규제와 시장의 자유만을 외치는 바보들은 공화주의의 적일 뿐이다.(이들이 탈정치의 언어를 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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