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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로봇수사대 K-캅스 완주 후기
게시물ID : sisa_4827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0
조회수 : 6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0 01:28:51

Written by 무명논객


보통 용자물이라고 하면 인공지능을 지니고 말을 하는 멋진 로봇이 등장하여 악당과 싸워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것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사실은 이런 용자물의 대부분이 상당히 철학적 측면을 담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이전부터 에반게리온이라던가 공각 기동대 같은 시리즈야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설마 우리가 어릴 때 흔히 보아왔던 용자물들이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게 함정이었다. -_-;;


간단히 말하자면, 용자물은 큰 스토리 줄기야 뭐 악당과 싸워 이기는 그렇고 그런 뻔한 전개이지만, K-캅스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 아무래도 94년도-95년도 이 시기에 등장한 애니메이션이다보니, 당시의 과학적 상상력들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악당들을 다 때려부수는 용자물이 아니라 "로봇도 사람처럼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큰 주제 덩어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심지어 악당과 싸워가는 과정도 로봇들이 마음을 지니게 되는 과정으로 서술한다.)


주제의식만 담겨 있다면 모르겠는데, 심지어 스토리 전개의 서사 구조 또한 하나의 논증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예컨대, 스토리 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인 최종일 군은 '마음을 가진 로봇'들의 창조주로 설정되어 있다. 즉, '마음을 가진 로봇'이라면 누구나 최종일 군으로부터 마음의 요소를 나누어 받았다는 것인데, "마음을 가진 로봇"이라는, 인간-기계의 경계선이 무너지게 되는 불확정 요소로서의 '마음'은 제각기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형식을 지닌 것이라는 변증법적 논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중간에, 로봇수사대원인 '듀크'는 "각각이 인식하는 현실을 다를 수 있어!"라고 단언함으로써, 센서에 의해 지각되는 현실의 물질들이 아니라 마음을 통해 지각되고 구성되는 세계를 전제하고 있다. 현실은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로봇수사대원 '데커드'와, 세계는 마음에 따라서 다르게 인식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석양조차 누구에겐 슬프게 보일 수도, 누군가에겐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듀크' 간의 논쟁은, 이게 용자물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 씬이 삽입된 시나리오 자체도 대단히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로봇의 '마음'이란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므로 '가짜 마음'이라는 주장과, 로봇 역시 '진짜 마음'을 지닐 수 있다고 믿는 이들 간의 투쟁으로 묘사된다.


'마음'의 문제는 존재, 인식과도 연관되므로, '마음'의 문제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이제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달려들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데카르트도 마음을 문제로 삼았으며, 칸트나 하이데거 역시 마음을 문제로 삼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로봇수사대 K-캅스를 다시 방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 역시 보면서 생각할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이 애니가 방영될 당시 시청연령이 7세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내용 자체로만 본다면 15세 이상으로 해도 사실 무리는 없어 보인다.)


비록 초반에는 '심심한데 옛날에 봤던 추억의 만화나 봐야지'하는 심산으로 시작했지만, K-캅스를 보면서 내내 느낀 건 충격이었다. -_-.. K-캅스를 구성하고 있는 서사를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치환하는 것은 오류다. 오히려, "'마음을 가진 자'와, '마음을 획득하려는 자' 사이의 투쟁"으로 정리하는 것이 훨씬 알맞다고 생각한다.(빌어먹을, 94년도의 관료들은 이런 내용을 7세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냐아아아아!)


다음 목표는 마이트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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