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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랑이란 때때론 폭력으로 귀결된다.
게시물ID : gomin_9775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래통
추천 : 2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0 22:06:21

 앞에 베오베에 올라간 글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서 적는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철학적으로 풀어 놓은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선 사랑을 절대적인 가치로 보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데, 최근에 그것에 대해서 새삼스레 느낀다.

 종종 어른들은 말한다. '부모의 말은 너를 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잘되라고 하는 것이지.'라고. 그런데 가끔 그게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의도는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다가가지만은 않음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은가? 분명 부모도 사람이기에 자식에게 화내고, 심지어 때리기도 한다. 아무리 부모자식이라도 엄연히 따지면 타인이기 때문에 분명이 다른데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자식은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는가.

 하지만 그 잘되라고 하는 것도 잘 보면 부모의 욕망이 그대로 투사된 것들이 많다. '공부 잘해라' '돈 잘벌어서 시집장가 잘가야지' '어른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거라'등 얼핏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연한 것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은 도덕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저 수동적인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부모가 때로 자신이 바랬던 부나 성공, 혹은 다른 욕망을 아이를 통해 이루어내면 과연 그것은 자식의 행복으로 연결될까? 절대 아닐 것이다. 공부나 돈, 건강, 예술등 삶의 중요한 요소들은 자신의 독립적인 선택에서 우러나와야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때로 행복=편한 것으로 단정 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 잘들으면 칭찬해주고 돈 주고 편하게 해주니까 그것을 행복이라고 맹신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부모말을 무조건 잘 들으면 성공한다? 그건 분명 오래된 격언이긴 하지만 거기에 무슨 과학적인 필연적인 근거가 있다는 말인가. 다만 확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라는 것 뿐.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주위의 말은 참고는 될수 있지만 결국엔 자신이 결정을 하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 만약 부모 말을 들었다가 내가 실패하면 부모탓을 할 것인가? 오히려 위인들의 자서전을 보면 부모말 잘 들은 사람 하나 없더라. 애초에 신을 믿지 않는 이성적인 인간들이 오래된 격언들을 아무 의심 없이 수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종교가 있다면 논외로 치는 게 좋다. 애초에 종교는 논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가치 판단을 하기에 터부시 되어서 그렇지 가만히 잘 따져 보면, 그게 그런 숭고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식은 어렸을 때는 귀엽다. 하지만 자라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면서 어렸을 때 잘 따르던 자식은 이제 없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는 아이가 독립할 때 까지 키워야 한다. 만약 새끼라는 것이 보호 본능을 일으키지 않게 생겼다면 그 종족은 이미 없어졌을 것이다. 어미는 임신기간 동안 모든 것을 바쳐서 만든 결과물이 자식이라는 것과 유전자 속에 박힌 모성 본능에 의하여 아이를 돌보게 되고, 아비는 자신과 짝이 만든 것이라는 것과, 짝이 애지중지 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자식을 사랑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기게 되면서  부모는 자식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칙에 의해 무의식에서 부터 자식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사회의 규칙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애초에 결혼이라는 게 없는 동물 사회에서는 모계사회가 구성 되어있지 않는가. 그런 유사점을 살펴보면 무조건적인 사랑은 어미의 프로그램에 각인된 모성 본능만이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모성본능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선, 인간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아가페적인 사랑은 일종의 정신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초에 타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부모임을 앞세워 자식에게 내세우는 폭력은, 다른 폭력보다 훨씬 비겁한 폭력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직까지는 유교사상이 남아있는 이런 나라에서는 부모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금기이다. 어떤 말을 해도 '그게 자식이 부모에게 할 말이냐'라는 말은 설사 자식이 올바르더라도 부모가 이기는 것이다. 부모에게서 빨리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별로 상관 없지만, 자아와 가치관이 이미 거의 형성된 개인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런 현상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특히, 친밀하지도 애착관계도 거의 형성되지 않은 가족 간에는 불화만 쌓여 갈 것이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한 독립이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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