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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무독성 저공해 파리 왕 끈끈이
게시물ID : readers_11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핑크
추천 : 0
조회수 : 2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1 01:33:45
새 손님이 들어왔다.
낣은 날개, 곧게 뻗은 검은 다리, 격자 무늬 붉은 눈. 검은 색과 초록색의 중간 정도 되는 빛이 나는 몸.
그는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해보인다.


"아, 젊은 이가 참으로 안타깝구먼. 이제 이 곳에서 남은 생의 전부를 보내게 될 것이오."
기력을 다한듯한 늙은 이가 말하였다. 그는 세 다리를 쓸 수 없는 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구료. 저기 저 여편네보단 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테니."
늙은 이가 손가락을 펴 가리킨 곳에는 배가 볼록한 불나방이 맥없이 쓰러져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항문이 끈적하게 눌러붙어있었다.


늙은 이는 남은 세 발과 길쭉한 입을 힘없이 꼼지락거리며 신참을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신참은 매우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건 그냥 늙은 놈 푸념이다만, 내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는데... "
늙은 이는 잠시 말을 끊고 마른 기침을 연거푸 내뱉었다. 집중하여 그의 말을 듣던 신참은 식은 땀이 흘렀다.
"그 후회되는 일, 세 다리의 자유와 여섯 다리의 속박 중에 후자를 선택한 일이라오. 만약 이 못 쓸 다리 세개를 미련 없이 끊어버렸다면 죽기 전에 따끈따끈한 대변 한 숟갈 정도는 먹을 수 있었을텐데..."
순간 늙은 이의 숨이 거칠어졌다. 곧 이승을 하직할 모양인가보다.
"서...선택은... 그대의 몫이야... 나는 여기까지인가... 그럼... 이만..."
마지막 유언을 미처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생을 마감했다.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강한 충격을 받은 신참은 무엇인가 크게 결심한 모양인지 죽을 듯이 날개짓을 하였다.
다리와 몸을 연결하던 것이 점점 끊어져간다. 찰나가 영겁같이 느껴지는 인고의 시간이 그를 망설이게 할 법도 하였지만 그는 결코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그는 다시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이상 날개짓을 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그의 체중은 여섯 개 다리만큼 감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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