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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게시물ID : gomin_990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ueRose
추천 : 7
조회수 : 81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2/03 05:40:32
오늘은 친구들과 볼링을 치고
밥을 먹고, 피씨방에서 놀다가
아침으로 뼈해장국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새벽이 되자, 전날 땅이 비에 젖은 탓일까
매우 쌀쌀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잠이 오지 않은 나는
화장실에서만 담배를 피우던 습관을 고치고자
최근에는 복도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고
담배를 피우러 집 밖을 나서게 되었다.
 
5시 15분경.
 
1층당 4개의 집이 있는 오피스텔 구조에서
철문을 열고 나와 복도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자 연휴내내 밤낮이 바뀌어 버린 내게 정신차리라는 듯
아침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내 뺨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그때.
 
"아앙!"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폐부 깊숙히서 벅차 올라 날카롭게 공기를 때리는
그것은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의 소리와 같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층 주변에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없었고, 이 오피스텔은 애완동물 금지이기도 하였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앙, 아!"
 
다시 그 높고 애절하게 마음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그 소리가 애완동물, 강아지의 그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 옆집은 남자가 살고, 반대편 2집 중 한 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인터넷에서 본 수 많은
층간 소음 중 짜증도로 치자면 아이들의 광란 다음으로
짜증난다는 교성에 대한 탄식의 글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잠깐.
 
문제는 그 교성과 함께 섞여 들려야만 하는 리드미컬한 침구의
삐걱이는 소리가 없었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려는 남성의
거친 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맙소사.'
 
이것은 정황상 원걸 플레이임이 분명했다.
 
"어, 아응아!"
 
육중한 철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들어오는 발걸음을 붙잡듯
내 달팽이관을 강렬하고 은밀하게 스쳐 들어오는 마지막 교성을 뒤로하고
 
나는 집으로 들어와 이 글을 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도중, 밖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의 구두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올라오지 않고, 다시 문이 닫기는 소리 역시 들려오지 않는다.
 
약 3분이상 기다려도 엘리베이터는 올라오지 않고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나의 정체를 눈치 채고 나의 뒤를 밟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격렬했던 자기위로 의식에 달아 오른 몸을 식히러
복도로 나와 창문을 연 것일까?
 
나의 집 반대편 2집은 모두 여성이 거주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두 집중 누구의 집인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이번 한번으로
내 귀를 후벼파는 교성이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만약 또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길에 얼굴에 홍조가 가득한
여성이 나오면 나는 어떻게 대해줘야 할까.
 
"수...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해줘야 할까, 아니면 모르는 척.
 
"조...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해줘야 할까.
 
내게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 생각을 했던 일들은 이미 내게 거의다 한번쯤 찾아 왔지만
설마 층간교성마저 내가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부디, 하루빨리 건너편집 여성의 곁에 좋은 인연이 찾아와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
주고받는 따스한 온기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일방적인 교성이 듣는 이로 하여금
얼마나 슬프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지
이제서야 난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혼자보다는 둘이 살아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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