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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하여
게시물ID : sisa_487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4/2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12 22:40:59

Written by 무명논객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쓰는 글이다.


나는 사람들이 좀 더 민주주의에 대해 그 가능성을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만연한 민주화에 대한 조롱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단순히 수단으로 여기는, 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폐기 가능한 수단으로써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불편하다. 


거두절미 하고, 나는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해 조롱하는 저들에 대해 두 가지를 고려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첫 째는 민주주의를 왜 정당화해야 하는가. 두 번째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당화해야 하는가. 민주주의를 수단으로 여기며, 때에 따라서는 폐기 내지는 침해될 수 있다는 궤변에 대하여, 첫 번째 질문은 아주 유효한 대답을 제공해줄 수 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들, 예컨대 "우덜식 민주주의!" 따위의 저급저열한 선동적 문구들에 대해서는 두 번째 질문이 훌륭한 반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 째 질문을 먼저 생각해보면, 나는 민주주의가 모든 '보통 사람들'의 가능성과 능력의 여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체제라고 생각한다. 전쟁과 같은 최악의 상황, 모든 이들의 권리와 생명이 담보되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 아니고서야, 민주주의는 평상시에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조화시키는 제도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 내부에서 작동하는 경제적 원리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양산하며, 이러한 불평등은 정치적 자원으로 전환되어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정치적 평등을 위협한다.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부문에 존재하는 불평등이 정치적 자원으로 전환되지 않게끔 억제하면서, 그 위에 '정치적 평등'이라는 조건을 덧씌움으로써 여러 종류의 불평등이 조정될 수 있게끔 여지를 만들어놓는다. 따라서, 나는 민주주의가 보통 사람들의 삶과 더불어 그들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들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임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정치적 주체성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체제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질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민주주의가 '왜 정당화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생산된 대답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라는 물음의 답변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가 '보통 사람들'의 능력과 주체성을 찾아낼 수 있고 그들로 하여금 탈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면, 민주주의가 가지는 가능성은 소수에게 그 특권을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 역시 향유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여전히 산재한 문제들, 예컨대 아주 명시적으로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는 계급적 갈등 아래에 놓여 있으며, 성소수자 등 해방의 과제를 무겁게 부여받은 자들도 있으며, 얼마전 뉴스로 터져나온 '아프리카' 노동자처럼 인종차별이라는 윤리적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전지전능한 독재자가 나타나서 도덕과 윤리와 법에 관하여 심판해주고 판결해주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장 좋은 것'을 판단내리는 기준과 그 방법으로써 민주주의를 '정당화'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이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경계지점이다. 나는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므로 정당하지 않다는 모든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 민주주의는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들에 내가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좋은 것'들에 대해 사고하고 당도할 수 있도록 사유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로 인하여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잃지 않도록' 그러한 윤리적 규준과 규범에 대해 사유할 필요성 역시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를 그저 조롱으로만 대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앞으로 민주주의가 이루어 갈 '열린 사회'의 적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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