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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잊고싶은 경험.
게시물ID : military_39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93
조회수 : 17733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4/03/03 02:29:07
 
군생활을 하다보면 별의 별 경험을 겪게된다. 그 중엔 좋은 경험도 있지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경험들도 존재한다.
 
주말이 되면 근무지 투입갔다 돌아오는 선탑자가 비디오를 빌려와 보는 것이 우리들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한창 혈기왕성 할 때의
남성들인지라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작품성 보다는 선정성에 있었다. 노출이 많을수록 그 작품의 작품성은 상승하는 것이었다.
보통 한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는데 두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그 이유인 즉슨 영화의 특정부분을 돌려보기 때문이었다.
말로는 저 장면의 미장센이 훌륭하네 저 부분은 어느 작품의 오마주네 하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댔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날 빌려온 비디오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고참들의 무언의 눈빛을
알아챈 후임은 하염없이 리모콘의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때 언제 들어왔는지 들어와 우리의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고참이
지금 뭐하는 짓들이냐며 우리들을 꾸짖었다. 후임의 리모콘을 뺏어든 고참은 능수능란하게 리모콘 조작하더니 특정구간을 구간반복
시켰다. 그리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리에 누워 영화에 빠져들었다. 역시 고참은 괜히 고참이 아니었다.
그렇게 영화를 본 날이면 밤마다 끙끙대며 앓는 이들이 늘어났다.
 
주말이 지나고 평일이 찾아왔다. 교육훈련을 받다가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내무실을 지나다 문득 혼자 남아있는
고참 생각이 났다. 몇일 전부터 감기에 걸려 비실대던 고참은 교육훈련도 열외하고 내무실에 누워 쉬고 있었다. 좀 나아졌나 확인해볼 겸
내무실로 들어선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켜져 있는 TV에선 빌려온 비디오의 특정 부분이 흘러나오고
자고 있을줄 알았던 고참은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있어 직접적으로 보진 못했지만
침낭의 특정부분이 일정한 리듬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 총기수입을 하고있는 걸꺼야.. 날이 추워서 침낭 안에 총을 넣고 총기수입을 하고 있는 거겠지... 라고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선 고참의 얼굴을 본 순간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봄바람난 처녀처럼 홍조띈
고참의 얼굴과 그 리드미컬한 움직임이란..  심하게 당황했는지 그 고참은 손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듯했다.
왠지 침낭의 특정부분이 베수비오 화산마냥 곧 폭발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아무말도 없이
뒷걸음질로 내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고참은 총기수입을 하고 있었던 거야.. 태어날때 부터 가지고 있던 자기의 소중한 총기를..
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그 고참과 다시 말을 섞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시각적 테러를 당하고 난 후 그 상처가 아물어 갈 때 쯤이었다.
 
한 후임이 있었는데 그 후임의 별명은 고구마였다. 처음 그 후임이 전입왔을 때였다. 항상 신병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일은 빨래와 샤워였다.
역시나 전입당시 꼬질꼬질했던 녀석을 후임과 함께 샤워장으로 보냈다. 잠시 후 넋나간 얼굴로 후임이 돌아왔고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후임은 고구마야.. 고구마... 라고 읊조릴 뿐이었다. 다음 날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줄 알게 되었다.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샤워장에 그 신병이 들어왔고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녀석의 그곳엔 달려있어야 할 물건 대신 왠 고구마가 달려
있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물건이라기 보다는 흉기에 가까워 보였다. 한 고참은 연신 내가 미안하다며 서둘러 샤워장을 벗어났고
다른 고참은 신병이 총을 두자루 가져왔다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녀석은 이름대신 고구마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
 
대대전술 훈련기간이었다. 찌는듯한 더위와 유달리 빡세게 진행되는 훈련 일정에 이미 우리들의 불쾌지수는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 있었다.
이미 하룻밤을 야영한 상태에서 다음날 훈련이 진행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mopp상황까지 겪게 되었다. 실제로 복장을 착용하란 말에
이제는 모두가 체념한 상태였다. 땀이 흘러 온 몸이 젖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해 이미 전투복은 소금기로 빳빳해질 지경이었고 거기다
mopp복장까지 착용을 하니 사우나라도 온것처럼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고 머릿속엔
씻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차량이 한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군용차량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고 올라온 차량은 제독차였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복귀해서 씻고 말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더위와 땀내에 쩌든 우리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차량에 달려들어 옷을 벗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내니 내 안의 미움 고통 분노 증오까지 한번에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초조해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앞에 사람들이 채 다 씻고 나가기도 전에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점점 앞으로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좁아터진 샤워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제는 거의 움직일 공간도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내 허벅지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총가지고 들어왔어? 라고 묻자 아닙니다.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고구마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는 것은 내 허벅지에 닿은것도..?
그랬다. 고구마였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비눗기를 채 가실새도 없이 샤워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아픔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시각적 테러와 촉각적 테러를 군생활에서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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