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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생각나서 주절주절
게시물ID : gomin_10337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키달
추천 : 2
조회수 : 2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15 01:35:20

그냥.. 글 쭉 읽고나니 저도 덩달아 추억에 잠겨서 글 하나 께적여봐요.
초딩때 이후로 아빠에게 편지 하나 써본 적이 없어서..



안녕 아빠

오늘 갑자기 아빠 생각이 많이나네
까맣게 그을린 얼굴, 술 좋아해서 불긋불긋한 콧등
숱없는데 흰머리도 늘었다고 푸념하는 얼굴
마당에 있는 점순이한테 매일 구박하던 손짓

좀 더 이전에는..
딸내미 전교1등했다며 친구들이랑 한잔하며 싱글벙글하던 웃음소리 수다떠는 소리
난생처음으로 세일러문 고양이 인형 사와서 내게 안겨주며 짓던 미소

강원도 여행갔다가 집에 도착했을때 내가 차에서 잠들어서 안깨니까..혹여나 딸이 깰까 조심히 안아들고 집으로 향하던 걸음걸이.

사진 사진 사진마다 찍어주기만 하느라 항상 없던 그 얼굴

커다란 트레일러 끌고다닐때 내가 같이 가자 졸라대면.. 넓찍한 옆자리에 날 앉혀두고는.. 과자쥐어주고 트로트 노래 들으면서 드라이브하고.

내가 가정시간에 만들었던.. 
그 유치하고 초라하기짝이없는 키티방석을
다 헤지고 기름때 먹어 까매지도록 열심히 쓰던 우리아빠

여름철 바다 놀러갔다가.. 큰 튜브에 나 태우고 깊은 바다 들어갔잖아
나 그게 너무무서웠어ㅠ 그래서 아직도 물이 무서워ㅎㅎ

동물 좋아하는 날 위해 잉꼬한쌍, 십자매한쌍, 금붕어, 거북이, 강아지, 토끼, 꿩, 닭
도데체 얼마나 키워본거야ㅎㅎ 
동물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엄마랑 이혼하고 많이 힘들었지?
괴로웠지?

알아.. 그래서 술에 빠졌다는거.. 다 이해해

술때문에 몸도 아프고..
마음에도 병이 생긴거겠지..

못난딸이 철이 덜들어서.. 그런 아빠 다독여 주지 못하고....





그곳은 어때?
할머니는  잘 계셔?
아빠때문에 마음고생 제일 많으셨잖아
업어드려..
할머니 업고.. 이제 안아픈 몸으로 맘껏 달려
안아픈 다리로 멋진곳 아름다운곳 여행도 다니고..

아빠는 정말 멋진 아빠였어
그러니까.. 괜히 슬퍼하지말고 다 훌훌털고 좋은 기억만 가져갔길바래

나중에ㅎㅎ 아주 나중에 나도 그곳에 가게되면
사랑한다고 고생했다고 꼭 안고 말해주고싶어

그때까지 꼬부랑할매랑 잘지내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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