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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H - 4 (비수정본)
게시물ID : pony_636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예용잡초
추천 : 3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3/17 22:09:00
"욱... 머리야 "
 
나는 어느새인가 침대로 옮겨져있었고
눈앞은 흐릿했고 목이 타들어가는듯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침대 옆 테이블에 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눈앞에는 짧고 뭉툭한 발굽이 보였다.
 
 " 그래, 이젠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 "
 
목을 축이려던 시도는 관두고 나는 거울을 찾았다.
네발로 가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침대에서 겨우 빠져나와 거울 앞으로 다가가 몸을 비추어보았다.
거울에 비친 것은 흰 몸통에 녹색 눈과 갈기를 가진 페가수스였다.
 
 " 유니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쁘지 않네 "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며 새로운 몸에 익숙해지려 했다.
발굽으로 물건을 집는다던가 날개를 사용해본다던가 말이다.
 
발굽은 손목이 휘어지듯이 안으로 접히는데
완전히 안쪽까지 접혀 포개어져서 물건을 집을 수 있다 헌데
이러한 방법 말고도 발굽으로 물건을 집는다 어떻게?
 
 " 뭐, 좋아 일단 패스 다음은 날개인데 "
 
날개를 사용한다? 사람한테는 원래 날개가 없다
아무리 페가수스가 되었다 해도 없었던걸 사용하는 법을 알 턱이 있나.
 
일단 나는 날개를 어떻게든 펼치는 데에 성공했고
조심스럽게 위아래로 날갯짓을 했고 몸이 점점 떠올랐다.
 
 " 이제 페가수스 친구는 필요없...! "
 
몸이 앞쪽으로 기울어져 천장과 바닥이 뒤바뀌었고
바닥에 쳐박혔다.
 
 " 다시 생각해보니 필요한 것 같아 아니면 좋은 선생이라던가 "
 
 " 그런거 같네 몸은 좀 어때? "
 
언제 왔는지 메이플이 문 앞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 나쁘지 않아 "
 
 " 별로 놀라지 않네 몇 시간 전만 해도 죽을뻔했고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는 못 돌아갈 거야 아무렇지도 않아? "
 
 " 충분히 놀랐거든 그리고 사실 돌아갈 생각도 없었어 "
 
그녀는 갑자기 내 말에 격양되어 말했다.
 
 " 너도 거기에 가족들이 있잖아 못 만난다고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거야 "

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를 깨닫자 
갑작스레 눈물이 차오른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 메이플 네 말이 맞아 나는 이제 고아야
   그래서 이제 어쩔까 차라리 먼지가 되어버리면 되니? "
 
 " 나는 그런 뜻으로 한말이.. "
 
 " 그래 아니겠지 나도 가족들이 걱정돼 내가 없어져서
   걱정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미 늦었어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 얼굴도 잊어버릴 거야 "
 
말을 끝 맞히고 우리는 긴 시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메이플은 내 곁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 미안해... "
 
이래서야 나만 나쁜 놈이군
그녀의 집에는 다른 가족도 다른 포니들에게 흔한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조차 없었다.
 
그녀가 보이는 반응은 납득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 네가 사과할게 아니야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 주제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
 
 " 응 알겠어 "
 
 " 이제 진짜 식사나 하러 가자
   셀레스티아는 어디에 있어? "
 
 " 어... 그게 "
 
메이플은 조용히 창밖을 가리켰다
 
 " 밤이야? "
 
 " 밤이지... "
 
 " 왜? "
 
 " 10시간 정도 기절해 있었거든 "
 
 " 내 밥은? "
 
 " 미안... "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 끔찍해 식사하러 가서 기절하고
   친구랑 싸우고 밥도 없다니! "
 
 " 진정하고 누워서 쉬어 피곤해 보인다 "
 
 " 여기 와서 잠만 자는 기분인걸... 내일 봐 "
 
나는 침대에 몸을 뉘고 다시금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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