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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젊은날의 패기. 남자 둘의 아지트 만들기.
게시물ID : interior_2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kicty
추천 : 29
조회수 : 3592회
댓글수 : 81개
등록시간 : 2014/03/20 14:47:2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9zMCq

안녕하세요.
글을 쓰기 앞서 제 소개를 하자면  3년째 오유를 눈팅만 하고 있는 27살 남자사람입니다.
사용하던 SNS를 모두 탈퇴한 후 온라인상에 글을 거의 쓰지 않는 저였지만 이번만큼은 어딘가에다 꼭 기록하고픈
추억이 생겨 자주 훔쳐보던 사이트였던 오유에다 저의 3년의 침묵을 깨고 이번에 처음으로 글을 쓰네요^^.
저는 2010년 군 전역 후 대학교를 자퇴하고 집 방구석에서 음악가를 자처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교도 직업도 없는 저는 남는 시간을 쪼개 돈이라도 벌자 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저랑 
음악적 가치관이 비슷한 동료를 만나게 되었고 저희 둘은 급속도로 미친듯이 친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둘이 술을 거하게 마시다 같이 작업실을 차리자! 라는 말에 합의를 하게됩니다.
술김에 한말인였는지 진심이였는진 몰라도 다음날 술이 깬 이후에도 작업실을 갖는다라는 마음에 하루하루가 설레더군요.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날 저희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자금의 한계에 좌절을 했습니다.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우리가 가진 돈에 맞는 방을 직접 눈으로 보았지만… 보는곳마다 도무지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그런 곳들 뿐이였습니다.
그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마지막 부동산에서 운명처럼 제 눈을 사로잡은 지하실을 찾았습니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그닥좋은 상태는 아니였지만 그 전에 보았던 방들이 민망할 만큼 실평수가 17평이나 되는 넓은 평수와 싼가격이 
저를 이미 계약서에 싸인하고 있게 만들더군요ㅎㅎ.

하지만 공사가 다 끝난 이후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다 우리는 왜 그 지하실을 그렇게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었는지 알게되었습니다.
착하시지만 오지랖 넓으신 옆집 편의점 여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길 거기가 예전에 단란주점이였는데 장사가 잘 안되서 망하는 바람에
사장이 거기서 자살을 했다고 그래서 가끔씩 일시적으로 신문창고나 선거사무실로 사용했던걸 제외하곤  3년째 공실로 남아있었다고……..ㅎㅎㅎㅎㅎㅎ 
어쩌겠어요. 이미 일은 저질러 놓은걸ㅎㅎㅎㅎㅎㅎㅎㅎㅎ어쩐지
작업실에 놀러온 이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도 가끔 술먹다 자고 갈때마다 하나같이 가위에 눌려서 잠을 못자겠단 증언을 하더라구요ㅎㅎ
이쯤 되면 공포게시판으로 가야겠지만 제 글의 주제는 이게 아니므로 여기까지!

여하튼 폐허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았던 전 친구가 정말 괜찮겠냐는 질문에(친구는 맘에 안들어했음) 걱정말라며 내가 잘 바꿔볼게! 말하고
계약 후 단 둘이 기본적인 연장만 가지고 공사에 들어갑니다.

밑으로는 사진을 첨부할게요. 
일단 계약 후 공사전의 지하실 사진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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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허하고 더럽기 그지 없습니다.ㅎㅎㅎ 3년동안 공실이였다는걸 증명하듯 곰팡이와 거미줄 투성이였습니다. 
이곳저곳 달려있는 이상한 모조식물들이 오히려 삭막함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역시 누군가 여기서 죽었다 하더라도 이상할것 없는 분위기네요.
 사진속의 인물은 앞으로도 종종 보일 저와 음악하는 친구입니다^^.

20130818_160729(0).jpg


 컨테이너! 지하실 안에는 낡은 저렇게 낡은 컨테이너가 하나 있었는데 안에는 과거 선거때 회의실로 썼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20130818_160823.jpg

정말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들…저 가구들이
몇년이나 된 가구들인진 모르겠지만 소파나 수납장은 멀쩡해보여 써도 되겠다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했습니다.
하지만 청소도중 소파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이미 사용한 콘돔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바람에 결국은 아낌없이 버리게 됩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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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 끄집어 냅니다. 말그대로 혼돈의 카오스 상태. 이때만해도 지금의 작업실의 모습이 될줄은 상상도 못했을 때였습니다.
그냥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죠. 내가 돈주고 쓰레기장을 사다니.. 조금 후회가 오는 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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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초안 컨셉은 레드앤 블랙이였습니다. (인테리어는 난생 처음에 왕초짜이지만 사실 저는 예고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중학교때부터 8~9년째 그림을 그렸던 나름 색에 예민한 사람이랍니다….ㅋㅋㅋ)
기본적인 색 구성을 마친 저는 페인트와 기본 도구들을 사와 먼저 기둥을 칠하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냥 검은색 기둥이 있는 쓰레기장입니다.


20130821_202559.jpg

그리고 저의 메인 포인트였던 낡은 컨테이너를 빨간색으로 칠하기 시작합니다. 
신나를 쓰는 유성 에나멜 페인트입니다. 지하라 냄새가 밖으로 잘 빠지지 않아서 냄새가 빠지는데 한달정도 걸렸던거 같습니다. 
공사내내 신나냄새에 취해서 헤롱헤롱거리면서 작업했습니다. 오직 멋을 위해서 말이죠ㅋ. 어차피 망가질 육신따위 젊음의 열정으로 버텨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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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를 색칠하던 중 색이 이뻐 자아도취하며 한컷 남겨봤습니다. 느낌이 좋은거 같습니다. 미술하기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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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두짝과 컨테이너를 완성한 모습입니다. 매우 더럽지만 그나마 조금 나아보이네요. 사실 좀더 세세하게 과정 사진들을 올리고 싶었으나 
오유에서 사진을 12개 밖에 못올린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과정사진의 3/2를 생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이상태로 안에서 무언가를 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상태입니다. 뭔놈의 쓰레기들은 치워도 계속 나오는지.. 

20130910_175204.jpg

주문했던 우리의 흡음재들이 차례대로 배달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계란판이 쉽고 공사속도도 빠르지만 
나름 미적추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저는 삭막해보이는 계란판대신 무식하게 10X10cm 의 정사각형 블럭형 흡음재를 주문하게됩니다. 
이 결정이 저에게 닥쳐올 가장 큰 재앙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한 채. 대략 2500개 가량의 블럭이 도착했습니다.

20130901_211833.jpg

블럭으로 한쪽면을 완성했습니다. 처음엔 손에 익지도 않고 어색해서 이 벽을 붙이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정말 힘들더군요. 바닥에 남은 스티커 
조각들이 그 처절했던 사투의 흔적을 말해주네요. 정말 괜히했다는 생각X100번 정도 한거 같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만 하는
성격때문에 이를 악물고 한조각 한조각씩 붙여나갑니다. 하면 할수록 말이 없어지는 숭고한 반복작업의 연속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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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입니다. 기존에 천장에 있던 이상한 조명들을 다 떼버리고 레일조명을 달았습니다. 예전부터 어딘가에서 레일조명만 보면 뭔가
간지가 폭발한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간지폭발의 기회를 실현하기위해 레일조명을 냉큼 사서 장착했습니다. 오히려 가격적으로도 저렴하더군요.
가격대비 최상의 아이템으로 선정합니다. 천장을 계란판으로 선택했던건 신의 한수였습니다. 천장마저 블럭형으로 했었더라면 전 지금쯤
미켈란젤로처럼(미켈란젤로가 하두 천장의 벽화를 많이 그려서 몸에 장애가 왔다는 이야기가 있죠.) 허리와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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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장과 한쪽 메인벽이 완성된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1300개정도의 블럭을 붙이며 부처의 뜻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둘이 공사를 시작한지 3주가 지난 시점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머릿속에 그린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둘다 인생에서의 첫 경험이라 많은 시행착오도 겪고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만족 이상의 결과물에 눈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때쯤되니 블럭붙이기의 장인이 되어있었고 남은 1200개의 블럭들과 바닥등 다른 과제들에 대해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속도가 점점 붙어나가는 시점에서

남은 공사의 과정들을 더 올리고 싶지만…사진첨부가 여기 까지 밖에 안되는것 같아(제 능력상으로는..)
일단은 여기까지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사시간은 둘이서 한달하고 보름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공사중 공급자 측에서 블럭형 방음재 수량이 모자라 일주일 이상씩 연기되느라
쉬는 날도 좀 있었고 했지만 (사장님 이야기로는 이렇게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어서 새로 만들어야된다며 기다리랍니다ㅋㅋㅋㅋ)
절대 아까운 시간이 아니였습니다.

견적이야기를 하자면… 페인트 흡음재 바닥 조명등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되기까지 총 공사비가 300만원정도 들었습니다.
바닥 타일은 도저희 저희가 할 수 있는 클라스의 일이 아니기에 컨테이너 안에 공간까지 해서 70만원이 들었네요.
만약 전문업체에 모두 의뢰했을 경우 총 얼마정도의 견적이 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둘의 최선의 노력으로 가격대비 훨씬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사진속 장면들은 아직 과정속의 단계일 뿐이나 이 사건은 제 인생을 통틀어서가장 값진 일 중에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사건이기도 했으며 아 나 그냥 인테리어 할까? 라는 자만심은 덤으로…
지금은 이 보금자리에서 제 2의 인생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반응이 조금 좋다면 
완성된 작업실 환경을 공개하겠습니다^^


라고 했지만 mp3 님이 댓글에 첨부하는걸 알려주셔서 댓글에다 따로 올리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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