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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와 대중 그리고 오만한 허지웅
게시물ID : phil_86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고맨
추천 : 4
조회수 : 923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4/03/25 13:43:33
허지웅은 썰전에서 옥소리와 관련해 셀러브리티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관심과 평가는 '오만하다'고 정의했다.
뭐 악플때문에 자살한 연예인도 있다니 악플은 조심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그의 지적질에 왠지 기분나쁘고, 지가 뭔데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악의적인, 밑도 끝도 없는 악플은 단 적도 없지만 그냥 기분나빴다. 물론 뭔가 맘에 안드는데 받아칠 논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뭘까... 뭔데 이렇게 찜찜할까?
그러다 오늘 읽은 기사 중 하나에서 힌트를 얻었다.
대충 '옥소리는 평소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그녀의 이혼소송은 충격이었다'는 논지였는데...
 
아하...
결국 난 내가 왜 기분나빴는지를 깨달았다.
옥소리는 셀러브리티다. 그녀는 셀러브리티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가 셀러브리티가 된 것은 그녀를 평가하는 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 셀러브리티가 된 것이 아니란 거다.
 
예를 들어 보자.
김연아는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이며 지금 그녀가 얻은 명예와 부는 정당한 댓가라 할 수 있다.
그녀는 타고난 재능과 엄청난 훈련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녀의 성공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다.
근데 말야. 김연아가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고사하고 여염집 부엌에서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말이 하고 싶냐면...
개인은 개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개인은 그 개인에게 정체성과 주체성을 부여해주는 사회를 떠나, 그 능력과 노력을 인정해주는 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을 인정해주고 김연아를 인정해주는 이 사회 속에서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되었다.
그녀의 성공은 오롯이 그녀의 것이지만, 그녀의 성공을 가능케 한 이 사회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성공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옥소리도 옥소리라는 텔런트를 인정해주는 사회 속에서 옥소리가 되었다.
이 사회 속에서 그녀는 청순한 이미지로 시작해 차근차근 이 사회가 원하는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성장했다.
그녀가 누구든, 어떤 생각을 하든, '옥소리'는 옥소리의 이미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혹은 보여주어야만 하는 이미지를 이용해 성장했다.
그것은 그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녀를 공인이라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울 나라 연예인들... 개인사까지도 이미지 관리를 해야 성공하는 사회다.
그렇게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하다면 첨부터 때려치고 딴일 하면 됐을 일이다.
지나친 관심이 힘들다고? 그거 모르고 시작했나? 대중의 관심으로, 대중이 관심 가질만한 이미지로 성공하고서는 이제 성공했으니 관심 끄라는건가?
문제가 되는 연예인들 보면 개인의 사생활 때문에 문제가 되기 보다는, 겉과 속이 다른 이미지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청순해요 하다가 문란한 사생활이 드러날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원래부터 섹시컨셉인 연예인들은 그런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나는 나에 대한 아무런 이미지 없이, 내 노동의 댓가를 먹고 산다.
물론 자본가에게 '이윤'이라는 이름의 '잉여'를 조금씩... 아니 꽤 많이 뜯기면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내가 이 사회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것이고, 난 그렇게 살다 사라져갈 것이다.
하지만 옥소리는 이 사회 속에서 '옥소리'라는 이름, 그 이미지로 먹고 살아왔다.
옥소리는 단순한 옥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텔런트 옥소리로 존재해왔다.
대한민국 대중의 평가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옥소리와 함께 하는 대중이 옥소리에 대해 평가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있을까?
그 평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갈릴 순 있어도 평가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옥소리의 존재 자체가 그 평가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오만한 것은 대중이 아니라, 허지웅 그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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