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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돌연변이의 꿈(13)
게시물ID : readers_126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x
추천 : 0
조회수 : 1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09 22:30:01
[희경]새로운 환경

 그를 따라서 온 곳은 어떤 섬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종교 분위기와 달리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곳을 소개했다. 돌연변이들의 참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보다 지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이곳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마치자 소리도 없이 험악한 사내가 나타났다. 거구의 몸을 지니고도 인기척이 없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외형에서 느껴지는 험악함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를 따라가. 그가 네가 지낼 곳, 이곳의 생활양식 등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려줄 거야.”

 모르는 사내보다 그에게 안내를 받고 싶었다. 특히나 저렇게 험악하게 생긴 사람에게 안내를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얌전히 그를 따라갔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처럼 입이 무거워 필요하지 않은 말은 하지 않았다. 몸놀림도 가벼워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받았던 험악한 분위기와는 달리 책임감 있고 듬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혹시 그가 어디서 지내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내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그분은 이곳을 총 관리하시는 주교님입니다. 다음부터는 호칭을 제대로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그 사람이 내 애인이야! 하지만 그를 곤란하게 할 수도 없고, 사내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었기 때문에 사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야기를 나눈다.

 “주교님께서는 어디서 생활하세요?”

 사내는 대답 대신 손을 가리켰다. 여러 개의 건물을 지나서 가장 먼 곳에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한 번 만나려면 꽤 멀리까지 가야 되겠구나.
섬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에 다다르자 앞을 지키고 있었던 사제들이 사내에게 인사했다. 사내는 인사를 받으며 내가 생활할 것으로 안내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미루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또 새로운 사람에게 안내받는 것보다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좀 더 좋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1인 1실을 배정받았다. 그것이 자유의 공간이라는 느낌보다는 감옥에서 사용하는 독방과 같은 느낌이 강했다. 방마다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작은 창문이 뚫려있었다. 분위기부터 시작해서 이 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였는데 앞으로 생활할 공간을 보니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가 나를 만나러 와줄 테니 일단은 참을 셈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도 없이 사내는 자신이 맡은 일을 마치자 돌아갔다.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이들은 이미 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이렇게 불편한 공간에서 잠을 올지 의문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하지?’라고 고민하기 무섭게 아침 기상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는 돌연변이의 죄를 뉘우치기 위한 참회의 기도를 드린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특별히 어려운 것도 없었다. 좀 답답한 감이 있었지만.
기도가 끝나면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원죄 뭐라고 하는 거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돌연변이는 죄를 지었고, 그것을 갚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이야기할 뿐이었다.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나는 숨어서 살았는데 죄를 지을 시간 같은 게 있을 수 있었을까?

 교육은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지루해서 몇 번을 졸았다. 주변에서도 졸고 있는 사람이 눈에 뛰었지만, 특별히 제재를 하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자 또 다른 교육이 시작되었다. 기도문을 외우거나 종교의 역사를 알려주었다. 나보고 죄인이라고 하는 이야기보다는 훨씬 듣기도 편했지만 재미있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심심한 하루였다. 종교에 대해서 배우고, 돌연변이에 대해서 배우는. 하지만 무엇보다 심심한 사실은 타인과의 대화가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 이곳을 관리하는 관리자들과는 말을 할 수 있었지만, 그들과 하는 것을 대화라고 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처럼 입력된 정보를 질문하고 뱉어내는 수준이었다. 옛날 구세대 컴퓨터 같았다. 몇 번이고 옛날 생각이 났지만 그대로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가 여기 있고, 그와 함께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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