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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와 김진태를 보고 아버지와 싸운 썰
게시물ID : sisa_4979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지한남정네
추천 : 4
조회수 : 112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4/15 12:40:11

모처럼만에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나도 야근이 잦은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고, 아버지도 경비일을 하시면서 24시간 근무하시는지라 도통 얼굴 보기가 힘든 가족이었는데, 어제는 어쩐일로 저녁식사 시간에 같이 모이게 되었다. 그래서 고기도 굽고 소주도 한 병 꺼내서 아버지랑 TV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YTN이었나? 정확히 무슨 채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튼 뉴스 전문 보도채널에서 정청래에 관련하여 보도를 시작했다. 그 뉴스의 핵심은 정청래가 무인기를 정부의 날조라고 말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거다. 뒤이어 김진태 의원의 트위터를 소개하면서 두 사람의 설전을 보도했다. 김진태 의원이 정청래 의원에게 트위터로 <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말했고, 정청래 의원은 다시 김진태 으원에게 다시 <법대로 할 테니 감옥 가라>라고 말했다는 부분이었다.

아버지는 호남 사람이시고, 눈 앞에서 5.18 사건을 경험하신 분이다. 고모들도 아버지가 그 혼란속에서 상하지는 않으셨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할아버지 제사날때 모이면 매번 그 이야기를 하신다. 어머니도 호남 분이시다. 아버지는 김대중, 노무현까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듯 했으나 어느순간 갑자기 민주당이라면 학을 떼기 시작했다. <빨갱이 새끼들>이라고. 당연히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계시지만 박원순을 싫어한다. <빨갱이 새끼>라고.


아버지는 뉴스를 보다가 입맛이 없어지셨는지 한 마디를 내 뱉으셨다.


"저런 것들을 싹다 잡아다가 북한으로 보내버려야해. 김진태 의원 말 한 번 잘하네."

"아버지, 미국에서도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고 발표가 나온 것이 있고, 의혹 자체를 하느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너도 저 빨갱이 새끼 말에 동조하는거냐?"

"정청래 의원이 빨갱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김진태 의원의 발언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네요. 어떻게 국회의원이 국회의원한테 <네 나라로 가라>라는 망언을 할 수 있죠?"

"김진태 의원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정청래 저 놈이 어떤 놈인데!"

"어떤 놈이고 말고간에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아버지. 정청래가 실제로 간첩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 그 부분은 검찰에서도 조사가 안되는 부분이니 일단 차후 문제로 두자구요. 만약 정청래 의원이 한 말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김진태 의원은 저렇게 감정적인 인신공격을 할 게 아니라 조리있게 반박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바로 국회의원의 품위 아닌가요?"

"빨갱이 새끼한테 품위 챙길게 뭐 있어!"

"아니.... 정청래 의원이 빨갱이라는 증거가 없잖아요."

"증거가 왜 없어, 증거가! 무인기가 이번에 사진 찍은것만 봐도 바로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알겠더만! 그걸 옹호한다는 것 자체가 빨갱이라는 증거지!"

"아니.. 그건 아버지가 생각하는 정황상 증거인거고요."

"정청래 그놈은 원래부터 그런 놈이야! 천안함때도 그렇고 혼자 지 잘났다고 정부가 하는 말에 의혹이나 내 놓고 말이야! 이게 빨갱이가 하는 짓이 뭐야!"


설전은 끝나지 않았다. 난 아버지에게 <김진태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했다. 정청래 의원이 한 말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조리있게 반박하면 되는 부분이다. 감정적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잃는 문제다. 저런 놈이 국민의 대표라고 있는 것 자체가 난 싫다.> 라고 말했고 아버지는 <정청래는 빨갱이기때문에 그정도의 막말쯤은 얼마든지 허용해도 된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셨다.


"아버지, 설사 정청래가 빨갱이가 맞다고 치죠. 그리고 그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 맞다고 해요. 그러면 국방부랑 정부 뭐하고 있는 거예요? 책임 소재 안다퉈요? 옷 다 벗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북한의 40배가 넘는 국방비를 쓰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저런 허접한 무인기에 방공망이 쉽게 뚫이는거죠? 이거 직무태만 아닌가요?"

아버지는 내 말에는 동의했다. 그래도 정청래는 빨갱이라는 발언은 굽히지 않았다.




난 정청래가 빨갱이인가 아닌가는 관심이 없다. 실제로 빨갱이일수도 있다. 그러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정청래가 빨갱이냐 아니냐는 쓸데없는 소모전보다는 당장 국가는 어떻게 할 것이고, 군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궁금한데,

정작 이 나라와 아버지는 그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정청래가 빨갱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한가 보다.



새누리당이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어른들이 가지는 빨갱이에 대한 역린을 살살 건드리는 법을 아는 것이다. 방공망이 뚫렸으면 뚫린 책임을 지고 옷을 벗든 개혁안을 발표하든 무슨 액션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되도 않는 쓸데없는 소모전만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이런 말도 했다.

"박근혜 정당 지지율이 65%가 넘었다! 이게 박근혜가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냐!"

"....박근혜 내려오라고 시위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아요, 아버지. 그런데 그 부분은 전혀 보도가 안되고 있구요. 워터게이트 사건 아시죠? 닉슨 대통령의. 민간인 사찰했다고 하야한 미국 대통령이요. 그런데 박근혜는 아직도 국정원 논란에 댓글 당선 논란이 정리가 안됐어요. 그런데 그것도 보도가 안되네요. 자기 원하는대로 언론 편집해서 짜맞추기 하는데 지지율이 그것밖에 안 나오면 그게 더 문제 있는거 아니예요?"

"미국 대통령과 이건 별개지!"

"뭐가 별개예요, 아버지. 미국 대통령이 하야할 만한 사건보다 두개 이상 겹쳤는데. 거기다가 박근혜가 공약 이행한게 있어요? 제대로 한게? 하나도 없잖아요."

"야당이 사사건건 태클걸고 넘어지고 있잖아!"

"야당이 태클거는 것과 상관없어요. 이번에 기초 공천제 폐지도 그렇고, 연금도 그렇고. 박근혜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큰소리 탕탕 쳤던 거잖아요."

"막상 당선되니까 나라 살림보고 그게 안되겠다 판단했나보지."

"그런 안일한 생각이 문제 아니예요?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됐으면 그걸 지켜야지 그런 말도 안되는 논리가 어디 있어요?"

"너도 빨갱이 새끼 사상에 물들었냐!"



아버지와 이야기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모처럼만의 저녁식사 시간이 참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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