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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있는 소설입니다. 괜찮은가 평가 받고 싶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129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르다
추천 : 0
조회수 : 68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5/05 16:43:53
습작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장편의 소설로 완성할까 싶은데 읽는 입장에서 편하게 읽히는지, 흥미로운지 알고 싶습니다.
혹여 틀리는 맞춤법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시고
이야기의 방식이 괜찮은지, 읽기가 힘든지 그 점만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줄거리는 3차 대전 후에 
주인공 '나'가 개인적인 원한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 남자'를 쫓는 이야기로
꿈에서 본 이야기와 예전에 생각했던 이야기를 섞어 쓰고 있습니다.



거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막의 모래가 휘날리자 벌레처럼 그것들은 내 얼굴을 쏘았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견디며 걸었다. 사막에는 어디로도 숨을 곳이 없다.
간간히 마시던 물병조차 비었다는 사실에 지쳐갔다. 허리끈에 묶고 다니는 빈 물병의 존재가 이제는 거추장스럽다.
그러나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에 그것을 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믿는 구석이 있다기 보다는 살아날 수 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기루였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모래의 산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가는 반복을 하며 그것은 작은 점처럼 보였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모래와 하늘로 둘러쌓인 천지에 점 하나를 보며 나는 걸었다. 그것을 놓칠까 나는 그것만 보고 걷다 뱀에 물렸으나 다행히 물린 쪽이 강철로 된 오른발이었기 때문에 식량 하나를 얻었다며 그것을 잡아 빈 물병에 넣었다.
잠시 놓쳤다고 생각했던 그 점을 찾아 다시 나는 걸었다.

그것은 건물이었다. 
직사각 형태의 회색빛 건물로 주변을 둘러봐도 이 건물 하나 뿐이었다. 6층 정도 되는 높이로 창문도 직사각형태로 무미건조하고 미적 감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건물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굳이 용도가 있다면 고문이나 영화 셋트에 사용되었을 건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모래 바람에 지쳐 있었고 곧 밤이 찾아올 것이었다. 나는 문도 없는 건물로 들어갔다.

머리에 뒤집어 쓴 천을 벗어 모래를 털어냈다.
건물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계단도 콘크리트를 노출한 형태로 당최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을지 알 수 없는 건물이었다. 어둠이 깃든 건물은 벽면 전체에 고루 눅눅한 곰팡이를 길들이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걸었다. 불을 피울 도구라던가 물이라던가 식량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라이터가 있었지만 이런 도구는 많을 수록 좋다.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사람이 살던 흔적 비슷한 것이 보였다. 지푸라기라던가 빵가루라던가. 뻥 뚫린 창문을 나무나 비닐을 이용하여 막은 것을 보고 나는 이 곳에 사는 사람을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꼭대기 6층을 앞두고 5층에서 한 편에 식량을 쌓아둔 것을 보앗다. 나는 허기에 그것에 걸음을 빨리했지만 야만적이지 않은 성격에 사람을 찾았다. 이런 사막에 이렇게 식량을 쌓아둔 것은 주인이 있다는 뜻이며 이 식량을 마련하기까지 많은 고충이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아직 죽을만큼 허기가 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인이 거부하면 그를 해치워 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6층에도 사람은 없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투명하고 두거운 비닐로 뻥뚫린 창문을 정성스럽게 막아 모래가 들어오지 않게 했으며 양탄자가 깔려있고 한 편에는 높이 2m, 넓이 1m의 책장 하나와 낡은 탁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탁자 위에는 종이와 팬이 있었다. 그러나 종이 위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이 건물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모래바람은 계속 불고 있었다. 이 건물 가까이 도시가 없다면 이 곳에 거주하는 이도 오지 못할 것이다.
나는 5층에서 빵 몇 개를 먹고 물 한 컵을 나눠 아껴 마셨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자 잠이 왔고 나는 5층 바닥 구석에서 잠을 자려 했지만 춥고 쑤셔 6층에서 본 양탄자에서 잠을 자기로 하였다.
6층에 올라가 양탄자 위에 몸을 올렸다.
그렇게 천장을 보고 내가 올라왔던 계단도 보고 몸을 뒤치닥 거리다보니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바짝 긴장하여 잠에 들기 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다 책장을 보았다.
책을 읽지 않은게 언제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보았다. 다행히 내가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가면과 인류의 멸망, 그리고 인류는 존재 자체로 사죄해야 한다.'
뭔가 기다란 제목의 책. 아마 아마겟돈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몇 년 전 세계대전으로 인류 문명이 종말을 고했을 때 출간된 서적으로 보였다.
그 때 나는 전쟁터에 있었지.
입술을 씹으며 바닥에 쓰러지 듯 앉았다.

그 전쟁으로 나는 친구, 가족 모든 것을 잃었다. 국가는 전쟁으로 젊은이를 부르고 후에 늙은 사람과 어린 학생까지 전쟁에 참여시켰다.
나는 그 때 스물 아홉으로 다리를 잃어 병원에 있을 때였다.
전쟁에 한 번 참여했을 뿐이다.
총을 들고 나가 쏘기도 전에 위에서 포탄 수 천개가 떨어졌다. 정말 파란 하늘에 수 천의 점이 가득하여 아무리 그것을 피해 달려도 피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날아가거나 다리가 날아가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몸 자체가 없어진 것이 수 천이다.
누가 인간이 특별하다 했는가, 누가 자신을 특별하다 생각하는가.
공포로 맛이 간 군인 하나를 알고 있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다니던 도중 전쟁에 참여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포에 맛이 간 후로 12살 여자 아이를 강간했다. 군인은 다음 날 처형당했고 우습게도 12살 여자 아이는 임신을 하였다.
그리고 그 임신한 아이를 기르고 임신한 아이의 아이를 기른 사람이 맛이 간 군인을 처형한 남자였다.

그 남자의 부모는 이혼을 하였다. 아버지는 길거리에서 동사하고 어머니는 전쟁통에 생사를 알 수 없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12살 아이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며 아이를 낳은 아이와 낳아진 아이에게 자신이 먹을 빵 전부를 나눠 먹이며 이렇게 말했었다.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의미는 오직 자신만이 만든다."
그렇게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그 후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나는 강철로 된 다리를 달고 다음 날 군 병원을 탈출하여 숨어 몇 년을 살다 이렇게 온 것이다.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나에게 굳이 이야기하자면 게임판의 말처럼 살다 죽지 않을 것이다. 늙은이들이 만든 전쟁에서 죽고 싶지 않다.
오직 이 뿐이다. 더 이상 전쟁 전에 꿈꿨던 결혼이나 취업, 그런 소소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살고 싶고 이 삶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타인에게 해를 끼쳐도 무관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가끔 추악하게도 공포에 맛이 가 12살 아이를 강간했던 군인의 입장을 상상하기도 했다.

깜빡 잠이 들었다.
술을 마시고 싶었다.
나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다. 그리고 건설 노동자였다.
매일 술에 취해 있었고 무능하여 아버지와 정반대의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의 입장도 상상하게도 되었다. 

현장에 나가 며칠간 일을 하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 사무소를 찾아가지만 시비만 붙는다.
싸우기 싫으니 그 자리를 피하고 그 굴욕감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것이 반복되자 가족과 친구, 친지들에게 피해가 간다. 그것을 잊기 위해 스스로 무능하다 이야기한다.
그것으로 그는 정말 무능해지고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술만 마신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곁에 있는 것이 외로움 뿐이라 그것을 외면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신다.

나도 술을 마신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중이다. '나는 약합니다, 그러니까 살려주세요,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면 한참 이용당하다 목은 잘라 피는 빼내 굳히고 살은 발라 굽고 뼈는 고아 먹는 인간이 수 백이다.
그런 인간과 맞서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야 한다.
살을 발라 굽고 뼈를 고는 과정을 그들은 스스로 하지 않는다. 그들을 추종하는 멍청한 노예들에게, 같은 인간이면서 스스로 약하다며 복종하는 노예들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약한 인간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하고 이용당하다 죽고 싶지 않다.
전쟁중이다.
사회에서는 사회의 룰대로 했지만 여기는 전쟁중으로 훨씬 간단하다. 감정을 폭발시켜 잘 죽이고 이용할 만한 인간은 뼛속까지 이용하다 잡아 먹으면 된다. 
그런 면에서 좀 더 감정이 단순해졌다고 여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깊은 밤 모래 바람이 강하게 불어 투명한 비닐로 된 창문을 두드릴 때 나는 이런 생각들에서 깨어났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책을 읽게 되었다. 정신이 사납고 타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잠을 청하는 불안한 신세임에도 내가 그 책을 읽게 된 것은 진실을 보라는 누군가의 가르킴이라고 느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이 있다해도 이렇게 무신경하고 무책임한 이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빠는 어디 살아?]
세 여자가 한 남자의 양 팔과 다리 사이에 누운 채로 고양이 교태부리듯 눈웃음치며 몸을 비빈다.
[지구]
남자는 한 여자의 귀를 깨문다. 푹 젖은 신음 소리가 짧게 퍼지자 나머지 여자는 부끄러운지 모르고 쿡쿡 웃어댄다.
이윽고 네 사람의 몸은 알몸이 된다. 구멍과 구멍이 연결이 되고 비명을 지르고 살이 맞닿아 땀이 흐른다. 단단한 살과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살이 섞이고 서로를 간지럽히듯 젖꼭지가 피부를 스친다.
땀이 섞인다. 몇 번의 사정이 일어남에도 남자는 지칠줄 모른다. 여자들은 이 대단한 남자의 정력에 이성을 잃고 짐승이 되고 싶다. 아니 이미 짐승이다.
한 여자는 전쟁 전에는 대학생이었다. 그녀를 따르는 남자가 여럿 있었다.
한 여자는 술집에 나가 일을 했다. 몸을 팔았지만 외로웠다.
한 여자는 조용한 여자였다. 책을 읽고 이성보다 동성과 어울리기를 즐겼다.
그리고 세 여자는 전쟁 후 동시에 이 남자와 몸을 섞고 있다. 짐승처럼 길거리에서 바람이 불어도 부끄러운지 모르고 더 이상 미래를 계획하지도 않고 이 순간 단단한 살과 부드러운 살이 무너지기 전에 이 고통을 보상받아야 겠다는 것처럼 몸을 섞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슬프다. '나는 아름다웠는데 이렇게 비참하진 않았는데.' 더 이상 비참할 것도 없다.
탕!
남자의 머리가 터진다.
그 남자와 꼬리를 잇고 있던 여자들은 다른 의미의 신음과 비명을 질렀다.
꼬마들, 적게는 7살부터 갓 수염이 일어난 17살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온 몸에 무장을 한 채 세 사람과 하나의 시체를 둘러싸고 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여자는 부끄러운지 모르고 벗은 몸을 숨길 줄 모르고 매달려 울고 있다.
한 여자는 남자의 발기된 부분이 죽지 않아 그것에 박힌 채로 몸을 숨기려 든다.
이 관경을 아이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더 어린 아이들의 눈을 가리며 지켜 보았다.
[아이들은 뒤로 보내고 몇 명만 남아.]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이들을 아이들이 데리고 사라졌다. 소년들만이 남아 총을 든 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돈이나 돈이 될만한 것들이 있으면 주세요. 무기도 내 놓고.]
[없어요. 없어. 아무것도.]
[아무런 이유없이 저 남자와 관계를 가지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소년 하나가 총을 든 채로 시체 가까이 갔다. 남자는 가면만 쓴 채 발가벗은 몸이었다. 머리에 총을 맞았음에도 발기된 것은 죽지 않고 빳빳하게 서 있었다.
소년은 피묻은 가면을 벗겼다. 남자의 얼굴은 피죽도 못 먹은 얼굴로 굶주림에 볼이 핼쓱해져 있었다. 그러자 남자의 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준!]
리더가 외치자 소년들은 어깨에 개머리판을 두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두었다. 가면을 벗겼던 소년과 여자들이 급히 그 곳을 빠져나온다.
수증기처럼 투명한 연기가 남자의 몸에서 빠져 나온다. 마치 풍선처럼 남자의 몸이 쪼그라들면서 근육질이던 남자의 몸은 핼쓱한 얼굴에 어울리게 마르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단단하고 위협적이던 그것도 사라지고 엄지손가락만한 굼벵이가 남자의 몸 한 가운데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아주 짧은 이야기, 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짧은 이야기.
책의 나머지 페이지는 전부 백지였다. 쓰다만 이야기같았다.
나는 다시 책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글로 된 다른 책을 찾았지만 한글로 된 책은 이것뿐이다.
특이한 것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슬람어, 러시아어 등 한 언어에 한 권의 책으로 두 권은 없었다. 여기서 추론하자면 어쩌면 이 이야기는 각 나라 언어로 각기 다르게 쓰여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바람이 불었다. 마치 할 일을 마친 것처럼 잠은 나를 찾아왔다.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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