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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게시물ID : cook_93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름다운시선
추천 : 1
조회수 : 14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16 15: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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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빵, 숨쉬는 빵, 건강한 빵, 여기 다 있다!
11개 동네 빵집 뭉친 ‘동네빵네 협동조합’의 신나는 도전



 “아까 다시 오래서 본청에서 한참 걸어 왔는데, 그 빵 또 다 나갔어요?”
 “공장에서 곧 가지고 올 거예요. 오후 4시쯤 옵니다.”
 “그 때 다시 올 테니까 두 개 빼놔 주시겠어요? 10분 넘게 걸어왔으니 좀 봐주세요.”

 지난 4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옆 잔디밭에서 열린 ‘협동조합 우수 상품 바자회’는 7개 협동조합 부스로 꾸며졌는데, 그 중 한 곳에 유독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은평·서대문구 동네 빵집 사장님 11명이 모여 만든 ‘동네빵네 협동조합’ 부스다.

 이 빵 저 빵 쉴 새 없이 팔리는 중에도 적잖은 손님들이 한 가지 빵을 애타게 찾았다. “그 마늘하고 크림 맛 나는 빵 없어요?”,

맛도 건강도 챙긴 빵으로 ‘히트’ 행진

 이 빵의 이름은 바로 ‘노아 갈릭’. 도너츠처럼 가운데가 뚫린 둥그런 빵 사이에 다진 양파와 크림치즈, 생크림이 배합된 크림이 들어 있고, 빵 윗부분에는 다진 마늘 크림이 발린 이 빵은 여러 가지 재료 맛이 잘 어우러지면서도 느끼함이 거의 없다는 장점으로 ‘동네빵네’의 ‘히트 제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일간 바자회 기간에만 500여개가 팔렸다.

 이외에도 천연효모로 장시간 저온숙성시킨 ‘일주일을꿈꾼빵’, 와인에 절인 무화과를 넣은 ‘무화과꽃이피었습니다’, 홍국쌀이 든 ‘루이스틱’ 등 ‘건강빵’이라고 할 만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 덕에 첫 이틀간 날이 궂었음에도 동네빵네는 총 800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지난 4월 4~10일 신촌 현대백화점 특별 행사에서 5000만 원어치를 판 데 이어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동네 빵집인데 동네 빵집과 다르다?

 물론, 사람들은 맛만 따질 뿐 동네빵네가 협동조합인지 프랜차이즈인지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볼수록 동네빵네에는 ‘동네 빵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많다.

 먼저, 천연 효모를 사용한 빵을 판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살아있는 효모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배양기를 갖춰야 하는데 동네 빵집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이런 판촉 행사 참여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정보도 부족하거니와 단기간에 많은 수량을 생산하기도도 벅차다. 행여 수요를 못 맞추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져야 하고, 특정 빵이 잘 팔린다고 바로 더 가져다 팔 수도 없다. 인력도, 기계도, 차량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따져 보면, 모두 대규모 및 대기업 계열 빵집에게는 손쉬워도 동네 빵집들에게는 힘든 일들이다. “결국, 돈이 있어야 돈을 버는구나!”, 한탄이 나올 만도 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동네빵네 협동조합’의 행보는 달라 보인다. 지난해 6월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한 11명의 조합원, 즉 11개의 동네 빵집 사장님들은 지금 아무도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 공세 속에서 버틴 20년

 국회 바자회에 앞선 지난 4월 25일. 신흥중(62) 동네빵네 이사장이 운영하는 ‘깜빠뉴 베이커리’를 찾아갔다.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이 곳은 지난 3월 이전까지는 ‘빵굼터’ 간판을 달고 있었다. 
 
 열 일곱살부터 45년간 빵을 만들어 왔다는 신 이사장은 1995년 지금의 자리에서 처음 빵집을 냈을 때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빵의 나라’라는 이름이었다가, 5년 정도 후에 도움을 받아 보려고 ‘빵굼터’ 브랜드에 들어갔어요. 월 30만원을 내는 데 비해 혜택은 거의 없었고, 그러는 사이에 근방에 7개나 되던 빵집들 중에 저희만 남았습니다. 대신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6개 들어왔지요.”

 이런 추세는 한 때 300명에 달했던 대한제과협회 서부지회(은평·서대문 지역) 회원이 현재 80여명으로 줄어든 데서도 알 수 있다.
 개중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바뀐 빵집들도 많다. “가맹점으로 바꾸지 않으면 바로 옆에 매장을 내겠다 하니 다른 수가 없어 받아들인 경우가 많다”고 신 이사장은 전했다.
 신 이사장의 가게는 크기가 작은 편이라 직접적인 공세는 덜 받았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데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위기의 정점에서 만난 학생들과 사장님

 지역 협회 차원에서 공동 사업을 모색해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30~40년 교류한 회원들끼리도 뜻 모으기는 여의치 않았다. 뭣보다 “투자를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늘 얘기가 끊어졌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11명이 협동조합으로 뭉치게 된 것은 여러 계기들이 들어맞은 결과다. 국제비영리단체(NPO) ‘인액터스’의 연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동네 빵집 위기’ 이슈를 접하고는 새로운 경영 모델을 만들어 보기 위해 학교 인근 빵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현재 조합원 빵집인 ‘노블 베이커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 첫 번째 계기였다. 

 이 학생들을 소개받아 함께 활로를 모색하던 서부지회 사장님들은 2013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 공모를 앞두고 협동조합 설립을 결의했다.

 신 이사장은 이에 대해 “솔직히, 공모 참여 자격이 협동조합에 한정돼 있어 결심한 것”이라고 말한다. 
 정관 및 규약 제정, 신고 등 협동조합 설립의 모든 과정, ‘동네빵네’라는 브랜드 개발과 디자인, 공모 참여 서류 및 발표 자료 만들기까지 연세대 학생 10여명이 적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에 일이 진행된 것이기도 하다. 

 조합원들이 3000여만 원씩 출자금을 내게 된 것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원 받은 사업비 2억2000만원이라는 씨앗 자금이 눈에 보였기에 마음먹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빵 종류 20% 증가, 평균 매출 30% 증대

 그 결과로 조성된 6억여 원의 자본금으로 동네빵네는 2014년 1월 은평구 신사동에 공장을 열었다. 
 신 이사장은 동 브랜드로 홍보 및 판촉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매장마다 판매하는 빵 종류가 평균 20% 가량 많아졌고, 매출은 30% 정도 늘어났다. 특히 규모가 작은 조합원 매장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깜빠뉴 베이커리를 찾았을 때, 평일 오전대임에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빵이 있다면서요?” 하고 물었다. 신 이사장은 가게 이름과도 같은, ‘시골빵’이라는 의미를 가진 ‘깜빠뉴’를 추천했다. 계란, 우유, 설탕, 버터가 하나도 쓰이지 않은, 통밀과 천연효모로 만든 빵이다.

 “요즘은 좋은 재료를 쓰고 천연 효모로 숙성 발효시킨 ‘건강빵’이 대세예요. 3~4년 전 제 손자들이 아토피로 계란을 못 먹었는데, 그 때부터 건강빵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동네빵네만의 히트상품 만들기

 기존에는 건강빵을 만들고 싶어도 천연효모배양기 등 설비를 들여놓을 엄두가 안 나서 못 했지만, 이제는 ‘동네빵네’ 공장이 있어 가능하다. 공장에는 배양기를 비롯해, 바게트·카스테라·식빵·쿠키에 각기 특화된 오븐 4대, 반죽기 등 설비가 갖춰져 있고, 20~30대의 젊은 제빵사들 10여명이 직원으로 일한다. 

 공장에서는 빵 반죽(생지)와 함께 채소, 견과류, 과일 등 기본재료들을 다듬어 납품하면 각 조합원 매장들은 모양을 만들고 추가 발효와 굽기 과정을 거쳐 빵을 완성한다. 그 덕에 다양한  빵 만들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프랜차이즈와 다른 점은 이 기본 재료를 가지고 어떤 빵을 만들지는 각 매장의 개성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신 이사장은 “가게마다 제빵사마다 각자 원하는 대로 만들 것을 일부러 권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빵을 개발하기도 한다. 연세대 인액터스가 마케팅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제안한 것이 “동네빵네만의 히트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매주 모여서 레시피를 공유하고 직접 반죽을 만지고 구워 보면서 개발한 결과가 ‘노아 갈릭’, ‘무화과꽃이피었습니다’ 등 현재의 효자 상품들이다.

 또 이번 바자회처럼 판촉 행사가 있거나 인터넷 주문(지난 4월 25일부터 ‘SK초콜릿’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이 들어올 경우에는 공장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포장까지 하는 것은 물론, 배달까지 완료할 수도 있다. 배달 트럭까지 한 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고 살아남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 이사장은 “가게가 생기를 찾으니 동네의 오랜 단골 고객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만큼 버티고 살아남아 줘서 고맙다고, 하루에도 인사를 몇 번씩 듣습니다. 최고로 힘이 되는 말이죠.”

 다만 ‘협동조합은 만능’이라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고 신 이사장은 말했다. “여럿이 의견을 맞춰 가면서 돈을 번다는 게 게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모릅니다. 쉽게 뛰어들 일은 결코 아니에요.”

 같은 날 오후, 동네빵네 조합원 매장을 한 군데 더 가봤다. 연희동의 ‘박복만 베이커리’는 박복만(63) 대표 혼자 빵을 만드는 작은 매장이다. 
 1981년 문을 연 뒤로 15년 정도는 제빵사를 2~3명까지 뒀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혼자 빵을 만들게 됐고, 지금은 카운터를 보는 아내와 둘이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빵을 만들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공장에서 생지와 일부 완제품을 가져오기 때문에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 그 덕에 하루 13만원 정도였던 매출은 최대 50여만 원까지 늘어났다.

좋은 재료로 빵 만들기, 협동조합의 목적”
 
 어찌보면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비슷한 듯하나 박 대표는 “우리는 프랜차이즈를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대기업 제품은 믿을 만하다는 것도 한계가 있는 생각입니다. 직접 공장을 운영하면 몰라도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시스템이 더 많은걸요. 동네빵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믿을 수 있는 좋은 재료로 빵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 빵집의 ‘효자 상품’은 만주다. 장사가 안 되던 시절에도 이 것만은 인기여서 단골이 많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고구마, 팥앙금 등을 좋은 재료로 아낌없이 넣기 때문이다.
 


 “동네빵네 시작하기 얼마 전인가, ‘이제 그만 접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이렇게 계속할 수 있게 됐고, 30~40대 젊은 조합원들에게 앞길을 열어줄 수 있게 됐고, 단골 손님들께는 계속 만주를 드시게 할 수 있으니 만족합니다!”

공동 적립포인트, 체험 프로그램도

 동네빵네의 또다른 장점은 11개 빵집이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고, 적립 포인트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장 견학 및 빵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볼 생각이다. ‘좋은 재료로 믿을 수 있게 빵을 만든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런 활동에 기대감을 표하지만 박 대표도 ‘협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입장은 같다. “같이 일하려면 먼저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야 해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의견들은 국회 바자회 때 만났던 연세대 인액터스 학생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원인선(24·연세대 경제학과 4)씨는 “가까이서 경험해 보니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대한 구속력이 작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한계도 있더라”면서 “조합원 개개인 의견을 수렴해 나가되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형준(20·연세대 경영학과 2)씨는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갈등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지금 저희가 도와드리는 부분들을 누군가 전담해야 하는데 그런 '전문경영인'을 세울 수 있느냐도 관건일 듯하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길, 그럼에도 희망 있는 이유

 이렇듯 동네빵네의 신나는 매출 행진 뒤에는 말로 다 못 할 사연과 이야기들이 깔려 있다. “누가 협동조합이 쉽다고 했느냐?”고 따질 만도 하다. 그럼에도 겪어낼 만한 고생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국회 바자회에 나왔던 동네빵네 직원, 갓 제빵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정세원씨의 말이었다. 
 “저도 언젠가 제 이름의 빵집을 내는 게 꿈이에요. 그냥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협동조합이라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이것도 좋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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