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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씨닷넷] 세월호를 바라보며
게시물ID : sisa_5157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ㅠoㅠ
추천 : 2
조회수 : 2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23 09:59:00
*출처: 원순씨닷넷 (http://wonsoonc.net/posts/537dc510e3e893c2ce0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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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부자 되세요’
2002년 모 신용카드사의 광고 문구가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듬 해에는 ’10억 만들기’라는 구체적 목표까지 설정되면서, ‘부자 됩시다’라는 의지적 표현까지 등장했었고, 2008년에 이르러서는 대통령마저 경제제일주의를 부르짖었습니다. 온 나라 전체가 부자가 되리라는 꿈과 의지로 하나가 되어 경제성장에만 매달려왔으나, 그 결과는 천민자본주의 그리고 편법과 탈법을 묵과하는 결과중심주의에 다르지 않았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경시하고 인권보다는 금권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고 보니 2013년에 들어서 '안녕들하십니까'라며 고작 서로의 안녕을 묻는 것이 시대의 인사가 되었습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우리는 우리가 안녕치 못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참사를 목도했습니다.
인권과 금권이 반비례하는 2014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서민의 자녀들은 불법 과적의 노후한 배를 탔고, 안타깝게도 300여 명의 가여운 영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어른들이 도피가 아닌 구조라는 선택을 할 것이라 믿으며 차오르는 물 속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분을 져버린 선장과 선원들은 적확한 정보 전달과 함께 대피를 지휘하기보다는 혼자만 살아남는 길을 택했고, 수많은 목숨은 수장되었습니다. 이 참혹한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물론 책임을 저버린 선장과 선원 그리고 과적 운항이라는 금권적 가치만을 지향한 청해진 해운에 있으나, 마찬가지로 승객 구조보다는 자본의 논리를 우선시한 해경과 언딘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좌시했던 무기력한 정부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분노와 애통함은 하나의 거대한 촛불이 되어 청와대를 두드렸고, 지난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가 나빠지면 국민 모두 손해다”라고 응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저 한마디는 시대의 대답과 마찬가지입니다. 산업화 이후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만을 주장하며 우리의 일상을 차츰 차츰 상품화해왔습니다. 급기야 우리의 생명과 안전마저 자본에 저당잡히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자본은 계속해서 규제를 철폐해왔고 모두가 바라왔던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 규제 철폐는 여객선 선령 제한 규정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듯 우리 사회 성장의 크기를 늘려왔지만, 우리의 행복과 안전의 크기는 성장의 크기에 다다르지 못 했습니다. 시장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철폐는 근본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했던 아슬아슬한 줄타기였고, 결국 꽃이 흐드러지게 핀 찬란한 오월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만일 우리 사회가 세월호 사태를 300여 명의 어린 영혼들을 잃은 참담한 사고라고만 생각한다면, 세월호는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사고가 되어버리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참사 자체보다 더 큰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아니며, 우리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반성과 성찰의 책임을 줍니다.
우리의 반성과 성찰은 제도개혁에만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19일에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깊은 고민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피상적인 대책에 불과하여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가장 화두가 된 사안은 ‘해경 해체’일 것입니다. 물론 초기 대응 실패를 비롯해 자기 존재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해경은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찾지 못한 16명의 실종자가 남아있습니다. 해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수색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의문입니다. 대통령의 말은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행동은 해경해체로 면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한 고민이 없는 조직 개편을 바탕으로 한 제도 개혁은 훗날 같은 문제를 맞닦드리게 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개편이 아니며,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인한 악의 탄생입니다.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는 우리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주춧돌입니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자본과 화폐의 유혹에 흔들릴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슬퍼했냐는듯, 효율성만을 추구하고 생명을 상품화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또 다른 세월호의 침몰을 예방할 수 있게 될 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화폐의 힘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민의 힘은 그보다 더 위대하다고 믿습니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채로 평화시장을 뛰어다는 봉제 노동자 청년을 방치하는 사회로 회귀할 것인지, 산업재해로 인한 백혈병 환자들이 보상을 받는 사회로 나아갈지는 우리의 결정이며, 어떤 선택이 우리를 보호할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대한 성찰을 넘어 정부가 성장과 효율성 그리고 속도만을 좇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유권자’를 넘어 ‘주권자’라는 의식이 없다면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는 정권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테고, 결국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생각하지 않고 사는 일상적 삶이 악의 근원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이 결국 정치로 귀결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에 따른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선택은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촛불로 정부를 지켜보며,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의 행복을 저당 잡고, 국민의 안전이라는 책임을 등한시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히틀러의 독일이 포화 속에 휩쌓여 휘청거릴 때, 괴벨스는 국민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을 뿐이다."
원순씨닷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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