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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18 - 에메랄드궁 / 박향 / 나무옆의자
게시물ID : lovestory_664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0
조회수 : 3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28 18:43:50
 
출판일 13.03.18
읽은날 14.05.27
 
21p.
나무에 반질반질한 붉은 열매가 앞다투어 달려 있는데, 하나만 먹고 말겠는가.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진다. 맛있고 달콤하고 향기롭지만 또 늘 부족하다. 그래서 조바심치고 안달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무의 가장 진한 열매를 먹어보지도 못한 채 그들은 너무 일찍 질려버리고 만다.
 
31p.
연희는 발 앞에 거치적거리는 돌멩이를 휙 차 날렸다. 이런 얼어죽을 인간들이 있나? 왜 이 좋은 철에 오입질도 않고 얌전하게 지나가느냐 말이다. 연희는 지랄 같은 기분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목구멍 밑에 차오른 가래를 냅다 뽑아 뱉어낸다. 건너편 진미아구찜 남자가 나오가다 기겁을 하고 뒤로 몸을 넣는다.
'쪼잔한 놈. 맨날 땅딸한 금붕어 같은 마누라나 파는 놈. 사내 대장부면 젊어 한땐데 불알은 어디다 써먹어.'
연희는 진미아구찜 남자가 사라진 덧유리문을 흘겨본다. 그래도 아직은 아구찜 너보다야 낫다는 위세가 그 한심한 불알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92p.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얼마나 황폐해졌을지 연희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은 기다리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다림의 끝은 미래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현재라는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기다림의 시간은 인간에게 무의미하고 무용하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기 때문에 그녀는 세월을 뭉텅 잘라먹은 사람처럼 보였다.
 
136p.
한씨가 일을 하던 식당에 매일같이 밥을 먹으러 오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한씨를 뚫어지게 보다가 밥을 먹고 가곤 했다. 식당은 물론이고 식당 골목에까지 소문이 퍼졌다. 남자가 나타나면 다른 식당에서도 남자를 구경하러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였다. 어느 날 밥을 다 먹은 남자가 한씨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꽃분홍색 포장지로 포장했지만 구김이 여기저기 간 것으로 보아 직접 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씨에게로 쏠렸다. 결정적으로 한씨도 그가 싫지 않았다. 그 포장을 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자 안에는 귀걸이 한 쌍이 들어 있었다. 한씨는 그 길로 미장원에 가서 귀를 뚫었다. 다음에 그가 오면 꼭 그 귀걸이를 하고 있고 싶었다 .그런데 뚫은 상처는 좀처럼 낫지 않았다 .감염이 되었는지 진물이 나고 급기야 고름까지 고였다. 그래도 한씨는 화장실에서 억지로 귀걸이를 끼웠다. 귀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머리를 타고 올라갔으나 한씨는 꾹 참았다. 귀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진물이 고이는 걸 머리카락으로 살짝 가리고 홀로 나갔다. 그가 한씨의 귀를 보고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
"그때 귀걸이 하는 걸 포기했으면 내가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말이야."
"귀걸이를 안 할 수가 없었겠죠. 입안에 든 사탕을 뱉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193p.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손아귀에 꽉 움켜쥐고 놓치지 않으려고 살았는데, 그동안 잡고 있었던 것이 모래알갱이였나. 겨우 빈손인가 싶다.
"이것 봐요, 우리 인생의 길에는 비바람도 있고 진창길도 있지 않겠수.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길을 따라 가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그걸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지. 사장님을 기다리고 을 희망 말이요. 포기하지 말아요. 끝까지 가보지 못한 사람은 길 끝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해. 그게 어떤 얼굴을 하고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면 내가 지금 영감님을 어떻게 다시 만났겠어? 사장님, 희망을 잃지 말아요. 사장님은 아직 갈 길이 멀어. 포기하기엔 너무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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