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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미야... 좋은 곳에서 행복하렴...
게시물ID : animal_89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능리모컨
추천 : 10
조회수 : 46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6/06 18:55:41
이제 결혼한지 7개월 좀 된 신혼의 유부남입니다.
 
저희집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오래된 주택이예요.
70년대 주택이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것 빼곤 나름 운치가 있는 집이죠.
게다가 넓디넓은(?) 정원도 있어서 와이프가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토마토도 심고...
암튼 그렇게 소소한 나날을 지내고 있었죠.
 
정원이 있는지라 늘 동네 길냥이들이 거처하다가 가곤 했던 집인데...
얼마전부터 어미길냥이와 태어난지 한달정도 됐을법한 새끼냥이가 저희집 정원에 머물더군요.

처음에는 길냥이답게 경계가 심하고, 가까이 가다서면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다른 길냥이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멀치감찌서 어미와 새끼 단둘이 있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예쁜지... 저와 와이프는 먹을 것을 챙겨주기 시작했어요.
 
결국 저희집 정원에 정착을 하는 듯 했고, 덕분에 상추를 심어놓은 곳이 제법 망가졌지만요...ㅎㅎ
그래서 어미 이름은 "상추"라고 하고... 새끼는 워낙에 미묘라서 "미미"라고 지어줬네요...
 
20140604_171727.jpg
 
가깝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도망가지는 않는... 딱 그만큼의 사이(?)가 되었죠.
 
사본 -1968498816.jpg

몇일전엔 저와 와이프가 귀가가 늦어지게 되서 함께 집 근처에서 만나 집에 들어가던 길이었습니다.
상추가 우리를 집 대문 밖에서 기다리더군요. 웬일인가 싶어 집에 들어와보니, 부엌 뒤쪽 창고에 문을 열어놨었는데,
미미가 그 안에 들어갔다가 미처 나오지 못한채 문이 닫혔었나봐요. 저희 부부에게 구조를 요청했던거지요. ㅎㅎ
그렇게 조금씩 더 가깝게 친해지고 있었는데...
.
.
.
.
.
.
 
평온한 오늘 아침... 와이프가 갑자기 울며불며 저를 깨웠습니다.
미미가 죽어있다고... 빨리 나가보라고...
 
후... ㅜㅜ
 
정원 수돗가에 물을 길어놓은 큰 물통이 있었어요. 높이가 돌정도되는 아이의 키보다 조금 큰 물통...
거기에 물이 반 정도 차있었는데... 거기에... 거기에... ㅜㅜ
미미가 차갑게 떠있는채로 있었어요... 저렇게 조그맣고 귀여운 녀석이... ㅜㅜ
 
밤새 놀다가 그 큰 물통에 빠진 것 같은데... 허우적재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렇게 싸늘하게 간거였습니다...
그 조그마한 녀석이 어쩌다가 거기까지 들어가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상추는 근처에서 미미가 있는 물통을 향해 계속 울기만 하더군요...
 
와이프는 자기가 그 물통에 물을 채워놨는데... 그것 때문에 미미가 그렇게 됐다며... 계속 자책하며 울고 있어요... 에휴...
 
미미를 건져내어 땅에 내려주고, 상추를 위해 잠시 저희는 물러났습니다.
새끼가 죽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방황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잠시만동안의 시간을 주고, 어미가 보는 앞에서 미미를 정원에 묻어주어 주었습니다.
 
제가 이리 마음이 쓰리고 슬픈데... 어미는 오죽할까요...
상추는 아까까지 미미를 찾으며 울다가, 지금은 그 자리에 앉아 움직이질 않네요...
 
20140604_171727.jpg
 
미안하다... 여러디 여린 미미를 지켜주지 못해서...
 
* 고양이가 보통 새끼를 여러마리 데리고 다니지 않나요? 새끼들중 가장 약하고 어린 새끼였던 미미를 보살폈던거 같은데...
아...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네요...

미미야 좋은데서 편히 뛰어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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