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풍이 오는 날이다. 비바람도 세차게 분다고 한다.
우리 페가수스 일행은 그러한 날씨를 만들기 위해 한 자리로 모였다.
12시간을 교대로 A파트와 B파트로 나눠 하룻 동안 날씨를 만든다고 한다.
난 A파트를 맡았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어스 포니와 유니콘들은 태풍이 올 것을 대비해 온갖 나무와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드디어 A파트 페가수스들과 난 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기 시작했고 이제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난 계속해서 구름을 밟으며 비를 내렸다.
한참 내렸는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열도 있는 것 같았고 정신도 약간 어질했다.
페가수스들은 내가 몸살에 걸린 게 아니냐고 했다.
난 괜찮다고 하였지만 이런 몸으론 제대로 된 날씨도 못 만들고
오히려 건강까지 악화될 수 있으니 빨리 집으로 가라 했다.
하는 수 없이 난 집으로 갔다. 마침 내 집과 가까워서 다행이다.
그러다 어느 한 페가수스와 맞부딪쳤다.
"앗! 누구야!"
"레인보우 대쉬?"
"……소어린?"
나와 부딪힌 페가수스는 바로 연한 푸른색의 털과 진한 파란색의
갈기를 가진 숫포니인 소어린이었다.
"소어린, 니가 왜 여기에? 너 B파트 아니야? 집에 있어야 되잖아?"
"그게, 내가 잘못 알고 있었어. A파트인 줄 알았는데 한참 뒤에야 누군가 말해 줘서
B파트란 걸 깨달았지.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너무 멀어서……."
소어린의 몸에는 온통 비 범벅이 되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에 처한 소어린은 우리집에서 잠시
머물도록 하게 해 줬다. 솔까, 숫포니를 우리 집에 데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어린이 내 집을 방문한 첫 숫포니란 이야기다…….
"와, 생각보다 집이 멋진데?"
무슨 소리지? 생각보다 집이 멋지다니, 그럼 소어린은
평소에 내 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거지?
아니, 애초에 평소에도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건가?
소어린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고 몸살 기운이 있던 난 바로 샤워실로 가 샤워했다.
샤워가 끝난 후 다시 거실로 나가더니 소어린은 내 일기장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이야!"
미쳤나? 남의 사생활이 담겨진 일기장을 훔쳐 보다니.
소어린은 예절 같은 걸 모르는 것 같다.
애초에 생긴 것도 어벙해 보이는 녀석이기도 했고…….
"아, 미안 읽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보아하니 니 학창 시절 때를
다룬 일기인 것 같네? 니 첫 사랑이 그 뭐냐 이름이 덤ㅂ……"
"그만! 그만해! 다 어릴 적 일이니까! 이제 나 걔 안 좋아해!"
소어린은 내 일기장을 훔쳐봤으면서도 자꾸만 내
과거의 일을 꺼내들였다. 너무 뻔뻔스러웠다. 장난 치자는 건가?
난 이런 장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난 소어린한테서 빼앗은 일기장을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더 깊숙한
책장에 꽂아 숨겨두었다. 그 와중에 소어린은 내가 아끼는 대어링 두
소설까지 읽기 시작했다.
"우와! 이 소설에 니가 나오네? 어떻게 된 거야?"
"그냥 그런 일이 있어. 우연히 작가와 만나게 됐거든……."
"대단하다~ 나 이 소설 별로 잘 안 읽는데 니가 나온다니
다음부터는 1권부터 시작해서 꼭 봐야겠네~"
소어린은 아까 전 일에 대한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이젠 화제가 딴 데로 돌아서 버렸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난 별로 내색하지 않았으며 내가 나오는
소설에 대해 칭찬도 해 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난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코코아를 데웠고 소어린한테도 갖다 줬다.
몇 페이지 째 읽지도 않고 그만 책을 덮어버린 소어린은
나와 대화라도 하고 싶은 건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저기 대쉬, 넌 왜 원더볼츠에 들어가고 싶었던 거야?"
"나? 특별히 이유가 있겠나, 그냥 어렸을 때부터 나는 것을
좋아했고 또 우연히 본 원더볼츠 단원들이 무척 멋있었으니까……."
"음~ 그렇구나~ 나랑 비슷하네~"
"소어린 너도 같은 이유로 원더볼츠가 되었던 거야?"
"물론. 원더볼츠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설레였던지.
나도 나는 것을 좋아했고 원더볼츠라는 꿈을 가진 순간 큐티 마크가 생긴 걸로 알아."
소어린은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오른 듯 묘하게 취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였다. 역시 어벙해 보이는 표정이다.
"대쉬 넌 좋아하는 포니 없어?"
"풃!"
코코아를 마시던 도중에 소어린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자
난 체해버렸고 입술과 혀는 완전히 데어버렸다.
코코아도 조금 흘렸다.
"아, 아깝게……."
"가……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데!?"
"그냥 궁금하니까."
"난 사랑 따윈 관심 없어. 닭살 돋는다고 그런 거."
"왜? 그럼 니 첫 사랑은 뭐였는데?"
"말했잖아! 그건 과거 일이라고! 더 이상 사랑 따윈 안해!"
"왜 그러는데? 걔랑 사귀다가 헤어진 거야?"
"아니야!! 애초에 걔랑 사귀지도 않았어! 걔랑은 앙숙이었다고!"
"아, 그럼 겉으론 싸웠으면서 속으론 좋아했었구나?"
"아! 그건! 아우 됐어!! 소어린 넌 그럼 좋아하는 포니 없어?"
"나?"
"지금 있는지는 몰라도 누구나 다 첫사랑 하나 쯤 있을 거 아냐."
"아…… 그게……."
소어린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코코아를 쳐다보면서 얼굴을 붉혔다.
본인의 첫사랑이 떠올라서 그런 건가?
"있기야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아닌가 보구나? 그래서 누군데?"
난 왠지 갑자기 두근거렸다.
소어린의 첫사랑이라니……
그것도 이 어벙한 애가…….
"사실 내가 원더볼츠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됐을 때인데……."
"그래서? 어떤 앤데?"
"그 앤 나보다 훨씬 더 잘 날았고 늘 언제나 강인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줬지.
성격은 좀 까칠하고 신경질을 잘 내는 애야. 성질이 조급했지."
"너보다 잘 날고 강인하고 까칠한 성격?
음, 왠지 누군지 알 것 같은데? 내가 아는 포니인가?"
"아아아, 그건 그렇고 대쉬 너도 이제 내년부턴 원더볼츠에 정식 입사하지?"
내가 누구인지 거의 알듯 말듯 할 참에
소어린은 갑자기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나 보다.
"그래 맞아. 역사 시험이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입사 결정이 되었지."
"잘 됐네. 신입이 내가 아는 포니니. 너한테 기대가 커 지금.
너처럼 정말 실력이 우수한 페가수스는 아마 찾아보기도 힘들 거야."
"……칭찬 한 번 참…….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
"아니야, 넌 정말 대단해. 저번에도 날 두 번이나 구해 줬잖아?
처음엔 클라우즈데일 경주, 그 다음은 전국체전 예선을 위한 연습……."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난 갑자기 쑥스러워졌다.
가슴도 왠지 동동 뛰는 것 같으면서도…….
혹시 내가……? 아니야, 아닐 거야. 두 번 다시 사랑 안 하기로 했잖아.
난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좀 출출해진 것 같아. 소어린 넌 안 그래?"
"나도 그렇긴 하네."
"뭐 좀 만들어 줄까?"
"글쎄, 파이!"
"엥? 파이? 그 놈의 파이 지겹지도 않아?"
"응 안 지겨워. 특히 난 애플파이었으면 좋겠는데~"
"흠, 재료가 있나 모르겠네. 내가 요리에 익숙치는 않아서."
"아, 꼭 날 위해서 만들어 주진 않아도 돼.
그리고 너 몸도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 음식은……."
"괜찮아. 내가 원래 소화가 잘 되는 체질이니까. 그깟 파이 만들 수 있어."
"나도 도울께!"
나와 소어린은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엔 애플잭한테서 받았던 사과가 다행히 몇 개 남아 있었다.
좀 푸석해져 보이는 감이 없진 않지만…….
재료도 그럭저럭 모았고 나와 소어린은 파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보자 사과는 이렇게 깎는 건가? 아…… 잘 안 되네…… 아얏!"
사과 껍질을 깎던 난 손을 베어 버렸다.
당연하지 이제까지 사과는 껍질 채로 먹어왔으니까…….
게다가 발굽으로는 특히 더 어려울 테고…….
"레인보우 대쉬! 괜찮아?"
"그냥 살짝 좀 벤 것 뿐이야."
"지금 피가 흐르고 있는데? 어디 좀 봐바."
그러면서 소어린은 내 발굽을 만지면서 상처를 확인했다.
갑자기 나한테 이렇게 들이대다니 나는 흠칫 놀랐다.
소어린이 이렇게나 신경을 써 주다니 난 좀 의외였다.
"저, 정말 괜찮대두! 별 거 아냐. 물로 씻어내고 약 바르면 되니까."
난 왠지 정신이 약간 어질했다.
사과 껍질을 다 깎자 깎은 사과들을 잘게 썰어 냄비에 담아
설탕으로 졸일 생각이다. 사과 졸이는 방법도 잘 몰랐던 나지만
그래도 어쨋든 일단 시도해 봤다.
소어린은 파이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쟤도 요리 경험은 없는 모양인지 잘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도와 준다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열심히 졸이던 참 난 갑자기 온 몸이 후끈거렸다.
약간 어질했던 정신도 점점 심해지더니 이젠 신음소리까지
나기 시작했다. 난 끝까지 참아내봤지만 견딜 수 없었고
끝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레인보우 대쉬! 레인보우 대쉬! 레인보우……."
소어린의 계속된 외침만 내 귀에 스며들어갈 뿐
내 정신은 컴컴해진 채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난 침대에 있었다.
머리에는 물수건이 있었고 밖은 약간 밝아져 있었고 비도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제 아침인가 보다. 그 때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더니
소어린이었다. 소어린은 찬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왔다.
"어? 이제 깨어났나 보네?"
"……소어린? 내가 지금 어떻게……."
"사과 졸이다 쓰러졌어. 너한테 요리를 부탁한 게 아니었는데……."
소어린은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내 이마에 있던
물수건을 다시 찬물에 적셔서 얹으며 날 간호해 줬다.
소어린의 자상한 모습에 난 왠지 얼굴이 붉어졌다.
"……고마워."
"아, 아니야. 니가 쓰러져 있는데 이 정돈 당연한 일이지.
날 여기서 머물게 해 주기도 했고 말이야."
"이젠 반대로 내가 너한테 도움을 받았네……?"
나와 소어린은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소어린이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한 포니였다니
난 소어린을 다시 봤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소어린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변해 보이기 시작했다…….
"소어린 넌 한 숨도 못 잤어?"
"아니, 파이를 오븐에 굽는 동안 잠시 눈 좀 붙였어."
"그렇구나. 음? 근데 어디서 탄 냄새 안 나?"
"탄 냄새……? 으앗! 파이!!!!!!"
소어린은 후다닥 방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소어린은 접시에 담긴 파이 조각 하나를
가지고 들어왔다.
"헤헤헤……."
"……뭐야? 그 숯덩인?"
"파이……."
"파이!? 내 생전 이런 파이는 본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보다시피 다 태워먹었거든……. 그래도 이왕 만들었는데 맛이라도 좀 봐바."
소어린은 다 탄 파이를 건네 주었고
난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한 입 먹어 주었다.
당연히 맛은 제로다. 먹나 보나 똑같은 숯덩이 맛
"켈록켈록! 이거 먹다가 몸만 더 상해지겠어."
"그런가? 미안, 너에게 내가 직접 만든 파이 먹여 주고 싶었는데……."
"……아니야 괜찮아. 니가 혼자서 다 한 것 만으로도 대단했고
내가 만들었더라도 같은 결과물이 나왔을 거야. 나도 요리에 체질은 영 아니니까."
소어린이 날 위해 파이를 만들어 줬다는 것에
난 왠지 감탄했다. 날 위해 만들어 주다니…….
왠지 소어린이 조금씩…….
"저기, 걱정 많이 했어. 니가 갑자기 쓰러져서."
"뭐?"
"딱히 집에 가면 할 일도 없는데 너랑 같이
이야기도 많이 나눠보고 게임도 해보고 요리도 만들고
그러고 싶었는데 니가 정신을 잃었으니까……."
"……소어린."
소어린이 이런 말을 하다니 난 왠지 모르게 설레였다.
소어린은 아무래도 평소에 외로움을 잘 타는 듯한 포니인가 보다.
하긴 원더볼츠에서도 자신이 유일한 남자니 소외감도 조금 느낄 테고…….
물론 나도 여자지만…….
"오늘 일을 계기로 처음이야. 사실 난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이성친구는
없었는데 이렇게 가깝게 지낸 이성은 니가 처음이거든."
"ㅆ……쑥스럽게 왜 그래!"
"너 하고 가까이 지내고 싶었어. 여러모로 너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고……."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고……?"
"그……그러니까 왠지 넌 주위의 여자들과는 좀 달라 보였어.
그게…… 너한테 느끼는 감정은 뭔가 좀 달랐다고 해야 하나……."
"……설마."
소어린의 얼굴은 완전히 새빨개졌다.
그리고 시선도 온갖 딴데를 쳐다보면서 입가엔 살짝 미소가 나있었다.
소어린 뿐만이겠나 내 얼굴도 완전히 붉어졌다.
"저기, 니가 처음에 나한테 얘기 했지? 좋아하는 포니가 없냐고."
"ㅁ……뭐? 그렇긴 한데 왜 갑자기……?"
소어린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자 난 놀라 버렸다.
심장 박동 수도 점점 빨라지더니 어느 새 난 더워지기 시작했다.
온 몸에 땀이 뻘뻘 흘러졌다.
"그게 나도 그 동안 몰랐는데…… 있지…… 나 실은 말이야……."
"그만, 그만해!"
난 의도적임이 아닌데도 그만하라는 소리를 꺼냄과 동시에
발굽으로 소어린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내 체온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ㄹ……레인보우 대쉬?"
"더 이상 그만해……."
"하지만…… 하지만 난 너를……."
"그만하라고!"
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더 이상 사랑 같은 거 안하기로 했는데 이러면…….
난 마음 같아선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레인보우 대쉬……. 알고 있어. 더 이상 그런 거 안하기로……."
"……."
"그치만 난 내 진심을 너한테 전하고 싶은 걸……."
"……전하지 마."
"어째서?"
"왜냐 하면…… 왜냐 하면……."
"왜냐 하면?"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끝내 난 두 발굽으로 소어린을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은 주륵 내리기 시작했고
몸의 열기는 더 더욱 높아져갔다.
"레인보우 대쉬! 너 갑자기 왜 그래!?"
"왜냐면 나도 같은 생각이니까! 그러니 말하지 마."
"대쉬……?"
"더 이상 안하기로 했는데 이래선 엉켜 버리게 됐잖아!"
난 소어린을 더더욱 껴안았고 하고 싶은 얘기만 자꾸 하게 되었다.
난 소어린의 고백으로 인해 나도 바로 소어린이 좋아진 건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사실 소어린을 우리집에 머물게 했을 때도 내심
반가웠긴 했다. 그것이 이 감정일 줄은 몰랐던 것 뿐이고…….
내가 쓰러졌을 때도 정말 아파서 쓰러진 건가?
아니면 소어린에 대한 감정이 너무 과해져서……?
사랑은 내게 안 맞을 줄 알았다.
그럴 거라 생각해서 사랑 같은 거 안하기로 했었다.
"대쉬……."
소어린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소어린도 날 껴안았다.
소어린의 포옹에 난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나와 소어린은 비가 내리는 날에 계속 서로 껴안았다.
그리고 분위기는 점점 고요해졌다…….
왠지 내가 변덕쟁이가 된 것 같다.
누군가가 사랑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난 항상 역겹다는 등
그저 싫증만 내기만 했는데 정작 내가 이러고 있으니…….
그렇게, 시간을 얼마나 흘렀을까 비는 계속 내리고 있으면서도
날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거의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나와 서로 껴안고 있던 소어린은 시계를 보자 흠칫 놀랐다.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소어린이 곧 가야 한다니 난 왠지 모르게 서운해졌다.
소어린의 얼굴은 여전히 새빨개져 있었다.
내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눈물까지 고여있었다 난…….
"저, 레인보우 대쉬……. 집에 머물게 해 줘서 고마워…….
그만 나가볼께……."
소어린은 이제 막 나가려고 하였다.
나와 소어린은 현관 밖으로 나갔다. 소어린의 비를 내려야 할 지역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멀리 가야 한다.
"그럼, 갈께……."
"……"
소어린은 날개를 펴서 그만 가려고 하였다.
"잠깐!"
"……왜 그래?"
"저기……"
"……응?"
왠지 소어린이 가야 한다는 사실에 싫은 건지
난 소어린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게……"
"왜 그러는데?"
"……다음 번에 언제 우리 집에 또 와……."
"……오라고?"
"그 땐 내가 애플파이 만드는 법 제대로 배워 둘 테니까.
니가 오는 날 만들어 둘께……."
"아…… 고, 고마워. 기대할께……. 그럼……."
그렇게 소어린은 그 말을 남긴 채 떠나 버렸다.
왠지 난 오글거렸다. 보이시하고 날쌘 성격인 내가 왜
이런 말이나 내뱉은 거지? 아……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뭔가 후회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난 이제 소어린과 어떤 관계가 된 거지?
그냥 여전히 친구 사이?
그게 아니라면……?
난 헛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얼굴에 열기는 가시질 않았다.
소어린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참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