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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21 - 향수_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게시물ID : lovestory_66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0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08 10:25:14
출판일 91.12.25
읽은날 14.06.08
 
21p.
"그러니까 그걸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몸 여기저기서 나는 냄새가 다 좋기는 하지만 똑같은 냄새는 아니니까요. 신부님, 아시겠어요? 예를 들면 발에서는 매끄럽고 따뜻한 돌의 냄새가 나요. 아니, 오히려 농축 우유나.. 버터 같은 냄새예요. 맞아요, 바로 신선한 버터 냄새가 나요. 그리고 아기들 몸에서는 마치... 마치 우유에 적신 과자 같은 냄새가 나요. 그리고 머리 꼭대기에서는요, 가마가 있는 머리 뒷부분 말이에요. 아참, 신부님은 아무것도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테리에 신부의 대머리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신부는 그녀의 턱없이 바보 같은 짓거리에 한 순간 할말을 잃어버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요, 여기가 가장 좋은 냄새가 있는 곳이에요. 여기서는 캐러멜 냄새가 나지요. 아주 달콤하면서도 놀라운 냄새라고요. 신부님은 상상도 못 하실 거에요! 여기서 나는 냄새를 맡게 되면 누구나 아기를 사랑하게 된다고요. 자기 아이든 남의 아이든 상관없어요. 아기라면 모두 그런 냄새가 있어야 해요. 어린 아기한테 다른 냄새는 없어요."
 
93p.
신은 우리에게 좋은 시절도, 또 어려운 시절도 주신다. 그렇지만 신은 우리가 어려운 시절이라 하여 비탄에 젖어 탄식만 할 것이 아니라 남자답게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기를 기대하시는 게 아닐까. 신은 다시 한번 그런 징표를 보내 왔다. 이 도시의 붉게 물든 황금빛 허상은 하나의 경고였다. 자, 발디니여, 늦기 전에 행동하라! 아직 너의 집은 튼튼하고 상점에는 물건이 가득하다. 비록 망해 가는 상점이지만 아직은 좋은 가격에 팔 수가 있다. 결정권은 아직 네게 달려 있다. 메신나에서 만족해 하며 노년을 보내는 것, 물론 그것이 네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파리에서 비참하게 쓰러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 명예롭고 신의 뜻에 합치되는 일일 것이다. 브루에나 칼토, 펠리시에 같은 녀석들은 평온하게 승리를 구가하라지. 나 지세프 발디니는 물러난다.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물러나리라.
 
118p.
그것은 정말이지 천국의 향기 같아서 갑자기 발디니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험해 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냥 작업대 위에 놓인 플라스크 앞에 서서 숨을 들이쉬었다. 대단한 향수였다. <사랑과 영혼>이 한 대의 바이올린에 의한 고독한 연주라면 이것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비교할 만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눈을 감은 발디니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올랐다. 나폴리의 어느 정원, 저녁노을 속에 거니는 젊은 시절의 자신이 보인다. 검은 곱슬머리 여인의 품에 안겨 누워있는 모습도 보인다. 창문 위로 장미덩굴이 뻗어 있고 그 위로 밤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 오고, 멀리 어느 항구의 선술집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속삭이는 소리와 사랑의 고백이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듯하고 황홀한 전율로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 생생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그는 억지로 눈을 뜨고 만족의 한숨을 토해 냈다. 여기 이 향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알던 그런 향수가 아니었다. 이것은 하나의 완전한 세상, 풍요로운 마법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혀 새로운 향수였다. 이 향수 냄새를 맡으며 누구나 순식간에 주변의 구역질 나는 일들을 모두 잊어 버리고 풍요롭고 자유롭고 즐겁고..
곤두서 있던 발디니 팔의 솜털이 부드러워지면서 거짓말처럼 그의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308p.
그 사이에 바리케이드 너머에 있던 군중들은 그르누이의 등장으로 형성된 은밀한 감정의 도취에 훨씬 더 뻔뻔스럽게 빠져 있었다. 처음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단지 동정과 측은함에 빠졌던 사람들은 지금 대담한 욕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감탄과 갈망에서 감정이 시작된 사람들인 이제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이 남자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력적이며, 가장 완벽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수녀들에게는 구세주의 현신이었고, 사탄의 추종자들에게는 빛나는 어둠의 신이었으며, 계몽주의자들에게는 가장 이성적인 존재로 보였다. 처녀들에게는 동화 속 왕자였으며, 또 남자들에게는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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