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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길가다가 차에 치일뻔한 할머니 두 분을 구한적이 있는데
게시물ID : gomin_11144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淸人
추천 : 5
조회수 : 42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6/08 20:23:31
음...

자세한 정황이,

현금 인출을 하려고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데, 웬 할머니 두 분이 신호를 안 보고 횡단보도를 그냥 건너시더라구요. 게다가 두 할머니가 보는 방향은 차가 달리는 곳의 반대방향이었고, 그 반대쪽인 차가 오는 쪽은 쳐다보지도 않더라구요. 신호받아 달리는 차들도 클랙슨을 울리고, 심지어 그 반대방향에 바로 앞에 서있는 차들도 그리 울려대는 상황이었는데 할머니들은 그냥 쭈욱 가고있던 상태였습니다.

뭐라고 소리를 질렀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정신차리고보니까 그 차도를 막 달려가서 할머니 두 분을 제가 감싼 형태로 다시 안전한 곳으로 모셔가고 있었습니다. 그 정신차린 위치가 딱 차가 들이받기 직전의 위치였습니다. 차가 달려가며 생기는 바람이 옷자락을 거칠게 휘날릴 정도였습니다. 횡단보도의 반은 건너가있던 상태더라구요.

할머니 두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저는 사람좋은 답례를 하고서 바로 현금 인출을 하고 독서실로 돌아갔습니다. 근데, 그 할머니 두 분을 구하려고 막 뛰쳐나갔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몸이 오들오들 떨려왔습니다. 돌이켜보니까, 자칫하면 저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는데, 내 아들보다 더 소중한건 없다면서 가볍게 타박하셨습니다.

저는 스스로 덩치만 큰 겁쟁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자조를 하곤 했는데, 그 때 일을 떠올리며 사람 본성이라는게 알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 때 당시 몸을 움직였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용기었는지, 만용이었는지, 본능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대신 두려움에 몸을 가볍게 떠는데, 비슷한 상황이 오면 과연 나는 또 그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나름 고민이라면 고민이라고 해야할까요?

심란한 와중에 그 때 일이 생각나니, 그냥 여기에 털어놓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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