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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교양 과목
게시물ID : gomin_46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an유글레나
추천 : 14
조회수 : 64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9/11/01 22:29:26
저는 아직 2학년이라 교양 과목을 들어요. 한 교양 과목을 들으러 상과대학 3호관 건물에 다다른 뒤, 자전거 보관대를 보니까 비토라는 자전거가 보였어요. 아이보리 색상은 처음봐서 속으로 '우와 예쁘게 생겼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각을 면하기 위해 열심히 강의실로 걸음을 재촉했죠.      ▲ VITO 아이보리 여튼 자전거가 너무 예뻐서 수업이 끝나고 다시 보러 왔어요 때깔을 보아하니 산 지 얼마 안된거 같고, 안장 높이를 보니 주인의 키가 160초반으로 예상되더군요. 자전거 주위를 뺑 돌면서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지더라구요. 주인으로 추정되는 어떤 여성분께서 저를 의아한 눈빛(?) 으로 쳐다보고 계셨어요. 제 행동을 다시 생각해보니... 영락없는 자전거 털이범(...)이었어요. 뒤늦게 제 잘못을 깨달은 저는 자전거 도둑이 아니고 자전거가 예뻐서 봤을 뿐이라는 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란듯이 옆에 묶여있던 제 자전거를 타고 슝 사라졌죠. 잠시 후 멀리서 보니 그 여성분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엔 의심받을까봐 안하던 짓을 해서 속으론 상당히 민망한 상태였어요. 여튼 시간이 지나지나 그 교양 시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비토, 이번에도 옆자리에 자전거를 묶고 한 번 시선을 던지곤 강의실로 들어갔어요 앞 자리가 한 자리 비어있길래 옆에 분한테 자리 비냐고 물어본 뒤 거기에 앉았어요. 마지막 수업이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으로 수업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교재와 노트를 꺼내고 설렁설렁 수업을 받았죠. 수업이 끝나고 바로 집에 갈까 하는데 갑자기 비토 주인이 누군지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다렸냐구요? 귀찮고 배가 고파서 그냥 집에 갔어요. 게다가 주인이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민망하니까요. (저번 일도 있고) 그러다 한 주가 지나서 다시 교양 시간이 됩니다. 교수님이 저번에 공지한대로 이 수업은 그룹을 짜서 진행하니 조편성을 한다는 거였어요 조는 자발적으로 주면 귀찮다고 교수님이 직접 짜오셨어요. 적절한 3조에 배정됐어요. 조원을 보니 남3 여자4의 적절한 조합이었어요.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나름 친한 후배도 있었어요. (이때까지 있는지도 몰랐음) 꼴에 제가 조장을 맡게 됐어요. 차차 조원을 살펴보니 좀 친한 제 후배님, 참하게 생긴 여자애들, 훈훈하게 생긴 남자애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잉여스러운 제가 있었지요. 하하하 간략한 자기 소개를 마쳤어요. 상대 건물이라 그런지 상과대학 학생이 5명, 공돌이 1명, 자연대 1명의 구성이었죠. 조원 구성도 적절해보였고, 상대 건물에서 몇 번 본 거 같기도한 얼굴도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죠. 조별 수업의 첫 날은 그렇게 끝나고 다음 시간이 됐어요. 이번에는 조별로 하는 PPT 발표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주제는 교수님이 주신 것 중 다수결로 정했구요, 이제 역할 분담을 정해야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과제를 할때 제가 PPT를 맡고 말 잘하거나 외관상 보기 좋은 애를 잡아서 발표를 시켰요 자료 조사는요? 사실 이건 비밀인데 다른 조원들에게 의무감이나 참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주긴 하지만 그냥 네이버 지식인에서 복사 붙여넣기 하는 착한 어린이들 때문에 별 기대는 안하고 제가 다 찾아서 새로 함 ㅋㅋ... 그라해서 제가 PPT를 맡게 됐고, 발표자를 정한 다음에 나머지 자료 조사를 배정해줄 생각이었어요. 처음엔 만만한 후배에게 권했어요  "야 발표는 원래 외관상으로 좀 보기 좋은 애들이 해야되니까.. 나는 안될거야. 니가 해볼래?" 후배가 싫데요. 여튼 사람 많은데에서 발표하면 말 잘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훤칠하게 생긴 공돌 남학생한테 권유했더니 쑥쓰러워하며 자긴 말을 잘 못한다며 거절하더군요. 자연대 남학생은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할거 같아서 대충 패스했어요. 남은건 상대 학생 세 명.  "상대생은 프리젠테이션 앞으로도 많이 해야되는데, 연습하는 셈 치고 하지 않으실래요?" 두 여학생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서로 "니가 해~" 라면서 웃고있고 다른 한 명은 역시 난처한 웃음을 짓고 있었어요.  "그럼 제가 할까요? 말 어버버법 하면서 버버벅 대서 점수 안나와도 몰라요" 그러자 난처한 웃음을 짓던 여학생이 바로 자신이 한다고 해서 발표자가 결정되고, 나머지 자료 조사를 배정했어요. 시간이 흘러흘러.. 바야흐로 우리조의 발표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역시 몇 잉여들은 네이버 지식인에서 성의 없는 복사 붙여넣기 신공을 발휘했고 몇은 PPT 작성이 쉽도록 정리해서 보내줬어요 저는 예전에 만들었던 틀을 대충 뜯어 고쳐서 PPT를 완성했어요. 발표를 맡은 여학생에게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고, 문자로 이를 알린 뒤 해방감에 젖어있었어요. 다음날 그 시간엔 그 여학생에게 PPT 작성에 기반이 된 자료(A4에 프린트 해서)를 줬어요. 그래야 그걸 기반으로 발표를 할테니까요 여기선 이 내용이다, 여기는 어떤 효과를 줬으니까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 이런 내용을 하던 도중에 그 여학생이 말을 했어요.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한마디였죠.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그러면서 저를 쳐다보더군요 정면에서 보게 되니까 기억이 딱 나더라구요  "어? 첫 시간에 앞자리에 있던 분? 제가 옆에 자리 있냐고 물어봤던..?"  "에이.. 그거도 맞긴한데.."  "그 전에요?" 계속 생각해도 안나더라구요. 모르겠다는 제스쳐를 취하니까 이렇게 묻더군요  "자전거 좋아하시죠?"   아! 그 여학생은 비토 주인이었어요. 어쩐지 자리 물어볼때도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더니... "그때는 훔쳐가는 줄 알았다." , "자전거가 너무 예뻐서 그만.."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집이 가까워서 버스비도 아깝고 해서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예쁘다고 생각했던 비토를 샀다고 하더라구요. 금잔디 자전거를 사지 그랬냐고 물으니까 "저는 구혜선이 아니잖아요" 라면서 웃는데 참 귀엽더라구요.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다가 수업을 받고 나왔어요. 제 자전거는 비토 바로 옆에 있었죠. 자전거 안장이 너무 낮길래 조정해주고, 바퀴 압력도 너무 낮아서 휴대용 펌프로 공기도 넣어주고 대충 정비 하는 방법도 알려주고요 (미니벨로는 보통 로드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공기압이 너무 낮으면 오히려 더 잘터짐) 뭐 PPT나 자전거 쪽으로 물어볼 거 생기면 문자라도 하라 하고 헤어졌어요. 그 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문자도 하고 이야기도 하다보니까 말도 놓고 친해졌어요. 조별발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구요. 희정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애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약간 더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서 살았어요. 취미는 음악 듣기, 책 읽기, 자전거 타기, 영화 감상. 시끄러운 걸 싫어하고 친해지니 상당히 활발한 성격임을 알 수 있었어요. 취미가 겹치는 덕분에 도서관에 가서 무슨 책이 재밌는지 서로 골라주고, 등하교때 만나면 딸랑딸랑 벨을 울려 인사도 하고 재밌는 영화가 나오면 아침 일찍 일어나 같이 덜 깬 눈으로 조조 영화를 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이런저런 취미를 공유하고, 이야기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끌린다고 해야되나? 같이 있으면 편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더라구요      △제꺼 미니벨로 새로 샀을때 기념샷   (프라이버시 존중 작은 사진) 그 다음에는 여러분이 짐작하듯이 이런저런 감정이 교차했고,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그걸 전하기로 했어요. 그로부터 별 일 없이 시간만 흘러 10월 30일 금요일, 그 교양과목을 마지막으로 중간고사가 모두 끝났어요. 도서관에 들려 보조교재를 반납하는데 휴대폰이 울어댔어요. 슬라이드를 올려 문자를 확인하니.   오빠시험잘봤어??   찝어준거중에서세   문제나왔다ㅎㅎㅎ   감사의의미+기말   도부탁한다는의미   에서밥쏜다    -희정EE    (010 **** ****) 6시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어요. 처음엔 시험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등...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졌고.  "슬슬 일어날까?"  "벌써? 약속이라도 있어?"  "아니, 얻어먹기만 할 순 없으니 맥주라도 사야겠지?"  "오~ 맥주씩이나?"  "너무 기대는 말고!" 예전에 이야기 해본 기억에 둘 다 술이 그닥 쌔지 않았기 때문에 가볍게 맥주나 마실 생각이었어요. 한 잔, 두 잔. 웃고 즐기는 사이에 비어있는 맥주 3병이 테이블을 채우고,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둘 다 취기가 적지않게 올라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둘이 걷는 중에 보이는 빙과류 50% 할인  "아이스크림 먹자!" 둘 중 누가 먼저랄거도 없이 짝이 맞아 6000원 짜리 통으로된 아이스크림과 스푼을 챙겼어요. '이걸 어디서 먹느냐'가 문제였죠. 학교안쪽의 벤치를 이용하기로 했고, 자전거 보관대로 가 자전거를 꺼내며 "아.. 음주운전하면 안되는데" 같은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았어요. 자전거를 천천히 타며 자리를 물색하던 도중 인적이 뜸한 정보전산원 뒷편의 벤치로 향하게 됐어요.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생각보다 쌀쌀하더군요. 확실히 겨울이 다되가니 손도 살짝 시렵고.. 벤치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서 6000원 짜리 아이스크림(위X)이 바닥을 (-_-) 드러내네요 둘이서 참 빨리도 퍼먹은듯...ㅋㅋ 희정이는 이제야 추위를 느끼는지 옷을 여미기도 하고, 손을 비비기도 했어요. 둘이서 아무 말 없이 하늘과 주위만 둘러보다 눈이 마주치면 실없이 웃고 시선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길 몇 번.  "하아..."  희정이가 입김을 불었어요. 아직 입김이 보일 정도는 아니라 그런지 몇 번 더 하다가 그만 두더군요.  "추워?"  "쫌.."  "…"  "이제 장갑 끼고 다녀야겠다. 손이 얼었어. 얼어."  "내 손은 따뜻한데"  장난식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어요.  "정말?"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분명히 차가운 손이었고, 분명히 내 손이 더 따뜻했지만 온기가 느껴졌어요. 작은 손가락이 내 손가락에 맞물려 쥐어진 채로, 아무말도 없이, 서로 살짝 기댄채로 정적이 계속되다가 그 정적이 약간 어색해질 쯤.  "희정아."  "응?" 우린 서로 살짝 돌아봤어요. 당황과 미소가 반쯤 섞인 표정을 보니 왜 희정이를 좋아하게 됐는지 알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좋게해주는 그 미소...  "희정아, 할 말 있는데 나.."  "뭔데..?"  "나.. 사실.."  "…"  잠시의 정적  "나…."  "나… 낚시는 타이밍!!"  "??"  "설렜냐?"  "ㅋ..." 저는 자기전에 컴퓨터를 켜 오유에 접속하고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글을 올립니다.  그럼 안녕히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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