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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매의 삶
게시물ID : sisa_529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얼레리
추천 : 13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4/06/11 15:55:53
할머니들이 겪는 상황은 초현실적이다.
산꼭대기에 커다란 움막이 있고,
소쩍새가 울고 별이 총총한 오밤중에 경찰이 산을 타고 오는지 안 오는지 불침번을 서며 지켜봐야하고,
이른 새벽 팔순 넘은 시골 노인들이 밭에 있지 않고 산꼭대기에 지팡이를 짚고 올라간다.
한여름에도 팔 다리가 쑤시고 시린 할매들이 멀쩡한 집을 내버려두고 텐트에서 잔다.
밭이나 일구고 노인정에서 시간이나 때울법한 노인들이 관처럼 생긴 구덩이를 파고 목에
자기 뼈보다 무거운 쇠사슬을 걸고 어떻게 걸어야 한전이나 경찰이 쉽게 끊지 못할지 연구하고 있다. 
  
한전은 부품 불량 때문에 당장 신고리 원전을 완성할 수도 없고,
당장 전기를 보낼 수도 없지만
평생 그 땅에 살아온 노인들을 이간질해가며 폭력을 써가며 송전탑을 기어코 세우고 있다.
바짝 마른 할매들을  손자보다 더 어린 건장한 경찰들이 수백명 에워싸인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
그리고 제 자리를 지키는 자들은 고통을 받는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겠다는 어르신들을 폭력으로 막아서는 이 싸움은 버겁기 그지없다.
할매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일제 시대, 동북아 전쟁때도 이리 힘들지는 않았다.” 

(중략)



일제시대 때 일본놈들에게 끌려갈까봐 일찍 시집을 가고,
남편은 보도연맹 때 잡혀가 돌아오지 않고,
아들은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허리를 다쳐서 돌아왔다.

고생만 한 막내 아들이, 막내 며느리가 할매보다 먼저 세상을 떴다.
이제는 힘든 일들이 대강 지나가고 조금 재미있게 살까 싶었는데,

송전탑 공사가 들어오고
이제 손자보다 더 어린 여자 경찰들이 빼빼마른 할매들 팔을 꼬집고 뒤튼다.

이런 거지같은 세상이 어디 있나!
욕이 나온다. 할매는 말한다.

6.25때도 빨갱이들이 밥 달라 밤에 와서 괴롭혔지
이렇게 밤낮없이 괴롭히는 놈들이 어디 있냐고,
전쟁보다 더한 전쟁이라고 말이다.

보도연맹으로 남편이 끌려가 과부가 된 할매가 너무 살기 힘들어,
배가 고파 아들 둘을 데리고 밀양강에 가서 빠져 죽이고
당신도 죽으려했던 일을 그녀는 어제의 일처럼 말한다.

첫째 아들이 월남에 가는 배에 탔을 때
나도 빠져 죽으려고 했던 그 때를 어제처럼 말한다.
그런 그녀가 새파란 경찰들과 또 실갱이를 해야 한다니 기가 차다. 


출처
http://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7649


밀양 할매들이 보상금 때문에 저런다고 글쓰는 분들께 이글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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