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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귀신 이야기 2
게시물ID : panic_68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왼발
추천 : 21
조회수 : 1500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6/12 14: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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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귀신이야기2
전편을 보시려면 http://todayhumor.com/?panic_36675

전편보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전편 줄거리

뒷산에 소풍갔다가 뒷산화장실에서 큰 귀신과 작은 귀신을 만남.
애기무당 소리 듣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나리)가 나보고 화장실에서 귀신 씌였다고 함
그리고 귀신 처리해주겠다고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함





내려가는 길에 약수터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바지며 다리에 묻은 오물을 씻어냈는데
그래도 퀴퀴한 지린내며 담배냄새가 안빠졌다.

사람 있는 장소로 나오니까 눈물은 그쳤는데
대신 겁이 나기 시작하더라. 화장실 안에서 앞뒤로
귀신들에게 협공 당한 것도 무서운데 또 뭐가 씌인건지
막 화장실 창문에서 기어 나오던 그 검은 머리 귀신이랑
화장실 문틈으로 구물구물 움직였던 손가락이 떠오는데...

다시 또 나리네 집에 가서 그 이상하고 무서운 장소에서
귀신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죽을맛이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일은 그 후부터 일어났다.
뒷산을 내려온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나리가 내게
말했다.

"너 우리집 어딘지 알지"

"거야 알지..."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집 까지 천천히 걸어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엉거주춤 서있는데 나리 시선이 이상했다.
나랑 대화를 하고 있는데 시선이 꼭 내 어깨 너머를 보는 것처럼
초첨이 흐리멍텅 했다.

귀신을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한참을
내 어깨 너머를 바라보던 나리가 내 오른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오른 손 쪽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뛰지말고 걸어서 와라. 그거 꼭 가지고 오고
대신 올 때까지 말 한마디 하면 안된다?"

말을 왜 하면 안되냐고 묻기도 전에 나리가 지는 가서 밥차려야 한다고
어정어정 뛰어갔다.

나보고 귀신 씌였다고 처리해주겠다고 하던 가시내가 혼자
가버리니까 어안이 벙벙하고 억울하고 무섭고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소풍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애들이 주변에
몇 명 있던 터라 정줄 놓을 만큼 무섭지는 않았다는 거다.

나리 집이야 몇 번 가본적이 있어서 가는 길은 알았다.
뒷산에서 걸어서 이십여분 걸리지 않는 길이었다.
일단 나리 말대로 나리네 할머니 집까지 가야 
이 사단이 끝날래도 끝날 듯 싶었다.

젖어서 척척한 신발로 한걸음 내딛는데 뒤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꼭 장마철 통풍 안시킨 신발장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와 함께
그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너가'

철퍽 하는 물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목부터 발가락 끝까지
온 몸이 차갑게 식으며 머리가 뜨거워졌다. 온 몸의 열이 다 정수리에
몰린 것처럼 눈시울이 뜨끈뜨끈해졌다. 나는 울음이 날 것 같이 울렁
거리는 목구멍으로 몇 번이나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시커먼 거미줄 같은 머리카락이 어깨 너머에서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등 뒤에 붙은 건지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를 차갑게 얼렸다.
목덜미에 쭈볏 소름이 돋았다. 아까 화장실에서 봤던 그 귀신목소리였다.

너가
너가
너가
너가
너가
너가

아까처럼 반복적으로 처녀애 속삭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목쉰 울음 소리 같기도 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계속 등 뒤에서 들렸다.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고 싶은데 아까 나리가 가기 전에
제 집까지 천천히 걸어서 오라고, 말 한마디 하지 말고 오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게다가 아까부터 쥐고 있던 아무것도 없는 오른손이 묘하게 무겁고 굼실굼실
손바닥안에서 뭐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났다.

나는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소리도 못내고 울면서 걷기 시작했다.
걸을 때마다 등 뒤에서 철퍽 철퍽 생고기 도마에 떨어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를 따라왔다. 하교 하는 다른 학생놈들 눈에는 귀신이 보이지 않는 지
질질 짜고 있는 나를 보는 놈 하나 없었다. 차라리 귀신이 나타났다고 
소동이라도 벌어지면 나도 목청 찢어져라 비명 지르면서 도망 치겠는데
생고문도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귀신도 한 걸음 따라왔다. 화장실처럼 뒤를
돌아볼 용기는 절대 생기지 않았다.
소리만 듣는 것도 무서워 죽을 지경이지만, 아까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따라오는게 아니라 다행이긴 했다. 다만 걸을 때마다 규칙적으로 등 뒤에서 들리는
너가너가너가너가 소리와 더불어 점점 더 가까워지는 숨소리가. 점차 닿을 듯
다가오는 한기며 어깨에 닿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닿는 순간

후두둑 소리를 내며 뭔가가 내 어깨와 얼굴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드는 데, 비틀려 꺾인 목 위로 시커멓게 죽은 귀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코 앞까지 다가왔다. 시뻘건 홍체가 눈구멍 안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퍼뜩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 발치로 놈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수십마리
벌래들이 와스스 흩어졌다. 아직도 어깨 위로 후둑후둑 벌레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에 풀려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내가 주저앉자 놈이 풀썩 개구리마냥 사지를 뒤틀며 자세를 낮췄다.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에 넝마조각같은 천이 들러 붙어 있는 형상이
흉악했다.

소리를 내면 안돼

분명히 귀신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해꼬지를 못하는데는
아까 나리가 말했던 것들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울며불며 도망치고 
싶어하는 내 다리를 붙잡았다. 여기서 정말 소리를 지르면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고 시커먼 손가락이 내 양쪽 어깨를 잡았다. 얼음 덩어리가 내리 누르는 
기분이었지만 무겁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너가...

...니?

...너...

너가

말도 되지 않는 단어를 몇번이나 중얼거리던 귀신이 입이 찢어져라 벌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으으흐흐흐으으으으으흐으으으으흐흐흐으흐 울음 소리와 함께 으흐으
으흐흐흐흐 시커먼 손가락이 내 얼굴을 더듬었다. 썩은 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토기가 밀려와서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대로 주저 앉아있어봤자 귀신 놀음에나 시달릴 것을 알면서도
한참 후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왼 손은 식은 땀으로 흥건한데 오른 손은 차갑고 묵직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천리는 되는 것처럼 걷고 또 걸어서야
나리집에 도착했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내려가자 철 대문 앞에서
나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속한 마음보다 그 때는 무슨 구세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나리 앞에 이상한 상이 하나 차려져 있었다.
작은 밥상에 이인분은 족히 될 고봉밥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나리는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서 내 오른 손에 숟가락을 쥐어줬다.

"너 아무말 말고 이밥 다 먹어라"

영문을 모를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밥을 보자마자 배가 몹시 고파왔다.
귀신을 처리한다며 왜 나리네 할머니는 안보이시는지
밥으로 귀신을 어떻게 처리한다는 건지는 몰라도
갑자기 뱃속이 뒤틀릴 듯 아프고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따가워서
나는 허겁지겁 밥을 퍼서 입에 쑤셔 넣고 걸신들린 듯 몇번 씹지도 않고
밥알을 삼켰다.

그 많은 밥을 꿀떡꿀떡 삼키고 나서야 배랑 목 아픈게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앞에는 나리가 뒤에선 귀신이 버티고 있는 똥같은 상황에서도
밥은 참 잘도 넘어갔다. 며칠이나 굶은 것처럼

옳지 내새끼 잘먹는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남은 밥알을 마저 삼키는데 배가 뒤틀리듯 아프기 시작했다.
어떻게 참아볼 생각도 못하기 토기가 치밀더니 그자리에서 
구토를 쏟아냈다. 방금 먹은 밥에 시큼한 위액부터 김밥까지
다 토하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한참 웩웩거리고 고개를 드니 나리만 보였다. 물냄새도 
빨간 눈깔도 벌레도 보이지 않았다. 다 해결 된건지 몰라서
나리에게 물었다.

"귀신은 없어진거야?"

"저 집에 갔지 뭐"

"퇴치 안하고"

"할머니 굿하러 가셔서 안돼"

밥 한그릇 먹은 것 만으로도 돌아가는 귀신이 있냐고
묻자. 집에 돌려보내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하며 나리는 다시는
그 화장실에 일보러 갈생각 말라는 엄포를 놓았다.
이 고생을 해놓고 내가 다시 갈리가 없잖냐고 나는 투덜거렸다.

"그 귀신 뭔데?"

"엄마하고 애기야"

그게 뭐냐고 묻는 내 말에 나리는 얼렁 뚱땅 넘기며 제 집앞에 
토해놓은 저나 치우고 가라고 말을 돌렸다.



그리고 그날 밤에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선 구한 말 보릿고개였는데 어린 엄마가 혼자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은 징병당하고 아내는 바닷가에서 조개며
생선을 잡아다 팔며 생계를 이었는데

보릿고개가 심해지자 애기 먹을 풀죽도 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애기 엄마는 배가 고파서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가는 
어린 애기에게 자신이 잡은 생선을 구워다가 생선 살을 발라 먹였다.

허기 속에 구운 생선이 들어오니 애기가 허겁지겁
엄마 손에서 생선을 받아 먹었다.
받아먹다다 생선 가시 하나가 애기 목구멍에 걸렸다.
애기는 기침을 하고 울고 토해봤지만 생선 가시는 나오지 않았다.
놀라 자지러진 엄마는 애기를 등에 업고 옆집에 갔다.
옆집 사는 할머니는 엄마에게 생선 가시 걸린데는
밥 한덩이를 꿀떡 삼키는게 제일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할머니 집에는 밥이 없었다.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고 밥을 구하려고 다른 집에 갔다.
어디서도 밥을 얻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소나무 속살이라도 긁어 먹이려고 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소나무 속살도 다른 사람들이 다 긁어가서 
산에도 먹을 것이 없었다.

아가 참아라. 엄마가 밥 먹여줄게. 엄마가 밥 꿀떡 삼켜서
안아프게 해줄게. 우리 아가 착하다.

엄마는 울면서 산을 넘고 또 넘었다. 민가마다 문을 두드렸다.
몇날 며칠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밥 한덩어리를 구해서
죽은 아기 입에 밀어 넣었다. 죽은 아기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가 이 밥 아니니? 너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줘야 안아플까.

엄마는 다시 아기 먹일 밥을 찾아서 산을 헤메고 다녔다.
죽은 아기도 엄마 쫓아서 산을 넘었다.

아가아가 너가 먹을 밥을 찾자.

엄마가 맛난 밥 찾아줄게.

옳지 내새끼 밥 잘먹는다.

나는 꿈에서 깨서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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