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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월펌]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도 수박이 열린다.
게시물ID : sports_1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덮쳐보니큰형
추천 : 12
조회수 : 101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5/11/17 13:56:48
... 고 합니다. 가지 농사 완전 망한다는 얘기죠 (-.-)/



/네덜란드 가루지기/
두피 속에 독일병정 방탄모라도 감추어 놓은거 아니냐.
혹은, 어이쿠 네덜란드가 저렇게 탈락하다니... 류의 피상적인 감상으로 그를 재단할 때만 해도
아드보카드는 우리네 일상에 있어서 한 줌의 의미도 없었습니다.

2002년 이후
국대 감독이란 단어는,
가끔, 아주 가끔 햄스터똥만큼의 즐거움을 주고는 
그 댓가로 늘 코끼리똥만큼의 짜증을 나게 하는 사람... 내지는
죄없는 우리 선수들 고개 숙이게 하는 참으로 이상한 고소득 외국인노동자... 정도로 정의 내려왔는데,
바야흐로 수정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국대감독 (國代監督) [명사]
1. 지구 반대편에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다가 어느날 눈 떠보니 나를 즐거움에 몸 떨게 하는 사람
2.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왕도 되고 거지발싸개도 되는 자리. 

위기에 강한 민족일까요.
TV 화면 너머로 그와 우리 사이에 케미스트리가 이는 것을 느끼면서,
되는 집안에 대한 희망을 조심스레 가져봅니다.
아드보카드(이하 아감독), 그의 행보의 끝이 부디 왕좌이기를.



/박지성이어서 다행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대한민국 선수가 박지성이어서 다행입니다.
24살에 A매치 57게임째를 뛰었고, 월드컵 4강과 챔피언스 리그 4강을 경험했으며,
유럽 애들이 먼저 유니폼 교환을 청하고, 세계 유수의 명문 클럽에서 뛰는 그 선수가 박지성이라서,

자신을 낮출 때와 세울 때를 바로 알고, 
동료들에게 충분히 거만할 수 있는데 그러하지 않고,
풀타임을 뛰면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몸 사리기 따윈 할 줄도 모르는,
부진하다가도 결국엔 자신의 존재 가치를 90분 내에 꼭 증명할 줄 아는,
바로 그 박지성이라서 다행입니다.

포지션 상의 문제로, 혹은 컨디션이 다운된 여파로 두 게임 공히 전반전에서
그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지성 쇼타임.
체력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가 지쳤을 때 더욱 빛난다는 말도 그다지 틀림은 없습니다만,
그는 매우 영리한 선수이고, 또한 집요한 선수입니다.
피치 위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가로막는 벽과 자신 속에 숨겨진 한계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도전하고 실험하여, 종국에는 자신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반드시 증명해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거꾸러지고 나동그라지며 멍이 들고 허파가 한계치를 넘나들지라도 말입니다.

박지성이어서,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갈 길이 먼 이동국/
중앙선 저 너머에서부터 골대에 이르기 까지 60여미터를 달리는 그 여정은,
짧지만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상으로 불과 몇 초에 불과했으니 짧았고,
그 와중에 덤벙대고, 뛰고, 주위 둘러보고, 주저하다가, 냅다 휘갈기기 까지
할 것 다 했으니 보는 이에게나 자신에게나 참으로 긴 롱테이크샷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흘려주었더라면 더욱 확률높은 축구가 될 수 있었을지라도,
만일 그가 그리 했더라면 genuine striker의 숙명을 스스로 포기함으로 나는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반니같은 옹고집이 때로는 필요한 법. 게다가 그는 스트라이커.

그 골이 비록 이동국의 베스트 골은 될 수 없겠지만,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서 의미가 깊은 골로 자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당황하고 좌절하고 땀나고 덤벙대며 질주하는 그의 여정이
통렬한 그 골처럼 마무리되기를 (벌써 끝을 논할 나이는 아니지만)



/힘내라 차두리/
폭넓은 수비가담으로 상대의 왼쪽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지시받았다손 치더라도,
분명 그의 컨디션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그는 공격수입니다.
신임 감독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많은데, 경쟁자는 차고 넘치는데, 
리그에서 풀타임 출장을 보장받지 못하는 차두리의 발끝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노마크 헤딩슛 같은 보이는 플레이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실수, 경기 흐름을 끊어먹는
투박함은 보기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그를 더욱 더 위축시켜갑니다.

그러나 아감독은 그에게 질타보다 박수를 보냅니다.
누구라도 생각할 법한 시간에 뻔한 교체휘슬이 울릴 때 그가 받을 상처까지 생각한 것일까요.
너는 실수하고 깨지고 엎어져라. 난 90분 동안 그런 너의 모두를 지켜볼 것이다.
감독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아드보카트는 지장이며 동시에 덕장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걸까요.

89분 즈음의 교체.
너는 너의 할일을 다 했다. 나는 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풀타임 출장이 꽤 오랜만임을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말거라. 하지만, 너의 자리는 언제든 지금 들어가는
바로 이 선수에 의해 빼앗길 수 있음도 너는 알라.
라고 감독이 차두리에게 보내는,
차갑게 식어버린 홍차같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어쨌거나 아감독은 두 번의 평가전에서 그 목표를 고집스러울 만치 명료하게 세웠습니다.
해외파가 90분동안 풀로 뛰면서 보여줄 수 있는 개인 능력과 전술 수행능력을 최대한 확인한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건 일순위가 될 수 없다. 국내파는 전훈을 통해서 혹은 리그와 연습을
통해서 파악을 할 자신이 있다. 수비에서의 이상적인 조합이라던지, 박지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중요한 목표였지만, 일순위는 역시나 해외파의 쓰임새를 제대로 보는 것.

상대가 2진이니 우리 홈이니 뭐니 하는 것은 그래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감독이 원한 목표가 중요하니까요. 해서. 승리의 기쁨은 덤으로 얻은 것 처럼
재미가 제법 쏠쏠하네요.



/아 홍명보/
최진철이라는 퍼즐 한 조각은 찾았습니다. 은퇴를 앞둔 노선수를 생각하면 마냥 들뜨지만은 않습니다만.
늦게 봉사를 했으니 늦게 물러남도 옳은줄 아룁니다. 
그 외 자리는 사실 누가 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K리그 정상급 수비수라면 적정 수준 이상은
된다고 보고, 잔인하게 말하자면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합의 어떤 운용이냐가 중요할 것이고 이건 전적으로 감독 이하 코칭스텝의 권한이며 책임이겠죠.

다만 감히 바라자면, 수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전개의 질과 완성도를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홍명보라는 선수가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것은, 수비수 본연의 존재감 뿐만 아니라,
공격의 시발이 되는 과정에서 매우 기여도가 높은 선수였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매끄러운 패스를 해줄 수비수가 없습니다.
1차 라인을 거치지 않고 2차 라인으로 직접 연결해줄 이가 없습니다.
그게 사이드로 가는 롱패스가 되었든, 낮고 길게 깔리는 쓰루가 되었던, 자신이 직접 중앙선을 넘어서
공을 운반하는 모습이 되었든 말이지요. 감독들이 어리고 투박한 김진규에게서 기대하는 것도,
보직까지 바꿔가며 김동진에게서 본 것도 아마 그런게 아닐까요.

선수 홍명보는 그랬습니다.
이 쪽 골대에 선 그 자신이 저 쪽 골대에 선 우군에게 직접 공을 안전하게 모험적으로 넘길 줄도 알았고,
밀집된 중원에 온통 패스 줄기가 막힌 상황에서 빠른 판단으로 중앙선 너머를 헤집고 들어갈 줄도 았았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아마 당분간 뿐만이 아니라, 평생 곱씹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도 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진에게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아니,
그가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누군가 그 역할을 반드시 해주어야 합니다. 세 명 모두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 한명만 있으면 됩니다. 홍명보나 프랑크 드보어 정도의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수비진에서 전개될 때 '아이구 저런' 하는 느낌만 주지 않는 정도의 수준이면 좋겠습니다.
이거... 수비가 안정될 기미가 보이니 점점 바라는게 많아지네요.



/그밖에 우리 선수들/
한창 물이 오를대로 오른 선수가 결국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습니다.
연습 경기에서 무력시위를 대차게 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그가 필요한 순간도 있었는데,
감독은 이천수 카드를 결국 꺼내들지 않았습니다. 
2차전에서 이미 승기를 굳힌 상황이었고, 해외파 테스트가 일순위였기 때문이지만.
혹여 이천수 길들이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고, 길들이기가 왜 필요한가 따위 푸념도 하고,
주말 성남전을 대비해서 고이 모시는 배려를 하는게 아닌가도 싶은... 덕분에,
성남은 독이 오른 사기유닛을 만나게 생겼습니다.

이영표 - 헤어 스타일만 날나리로 바꾸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이을용 - 별로 좋아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해서 국대 복귀전을 치룬다는 소식에도 심드렁했음을 고백합니다.
근데, 경기 내내 이을용만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 자신이 감탄하고 탄복하고 있음도 발견합니다.
흠... 좀 하는군. 어 잘하네. 어쩌구리 정말 잘하네? 와 축구 정말 잘한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터키 만세!!!

그 안정감과 치밀함에 정말이지 탄복했습니다.
입이 딱 벌이지게 하는 플레이는 없습니다. 
그에게 바라는게 그런 창조적 의외성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김정우와의 조합 역시 훌륭했습니다. 
이을용, 김정우, 김두현, 이호. 필요하면 박지성까지.
그리고 우리가 절대 간과하면 섭섭한 올타임 히어로 김남일.

우리는 윙의 나라요 사이드의 왕국. 창의적인 호흡은 이들에게 맡겨줘요.
미들은 유연하고 단단해주세요.

안정환 - 피부와 헤어스타일이 뽀대나면 경기도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각별히 신경써서 외모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길 기대합니다.

박주영 - 바라는건 한가지.
지난 2002년 한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카카 역할을 해주기를 바래요.
별로 기여한 것도 없으면서 우승컵 들고 환호하던 소년.
그 이후, 유럽을 호령하던 그 소년.
   

히딩크의 호주가 올라가고, 터키는 떨어지고, 토고가 올라가니 토바고도 올라가고
슬슬 재미 있어집니다. 되는 집안의 분위기가 내년 독일땅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하구요.
그리고 일요일 성남이 이깁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싸커월드 "원샷원킬"님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제가 싸커월드에 가입이 안되어 있어서
허락도 없이 펌을 했지만..출처는 분명히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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