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40대 아저씨의 소시쩍 알바 이야기
게시물ID : sisa_531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래스카수협
추천 : 6
조회수 : 6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19 10:55:12
저는 93학번입니다.
선배들에 비해 취업문이 좁아지고,
대학 재학기간중 IMF가 터져 사상 최악의 취업 대란이 왔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래도 지금 세대보다는 훨씬 수월했습니다.
알바도 마찬가지였죠.

저는 고등학교 졸업후 용돈과 자취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서 썼는데,
이것저것 많이 해본 편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삶에 큰 영양분이 된것 같네요.

아래는 제가 해본 알바들입니다.
그당시 물가가 지금 기준으로 절반 이하였어요.
- 담배가 600원이었고,
- 생맥주가 한잔에 500~1000원
- 술집 소주는 한병에 1000원
- 카페 커피가 2000원
- 슈퍼 라면은 200원
- 짜장면은 2000원
- 식당 찌개가 3000원
- 지하철 600원
- 휘발유 700원
이정도 였네요.

1. 과외 알바
- 그당시 일주일에 두번 20만원, 세번 30만원이었네요.
- 그룹으로 묶으면 2기준 30만원이기도 했고,
- 90년대 후반에는 30만원으로 올랐어요.
- 제가 명문대는 아니었으니, 꽤 괜찮았죠.

2. 학원 알바
- 보습학원에서 야간에 고등수학을 한타임(2시간)가르치면 주 4회 75만원 받았습니다.

3. 공사판 노가다
- 쓰레기 치우고 간단한 삽질하고 물건 나르고 이런 잡부가 일당 6만원 (인력사무소 소개비 5천원 떼면 5.5만원)
- 몇달 열심히 하다보니 친해진 아저씨들이 기술 가르쳐줘서 일당 12만원 받았습니다.
  기공 공그리 나라시(기초공사 콘크리트 붓고 각삽으로 평탄작업) 야리끼리(건당) 6만원, 일일 2건 작업

4. 리어카 오뎅장사
- 93년은 부산오뎅이 수도권에 퍼지기 전이었습니다.
- 제가 장사했던 유흥가에는 오뎅파는 리어카가 저말고는 딱 한집 있었어요.
- 작은오뎅 300원, 큰오뎅 500원 (사오는 가격은 각 100원, 200원, 마진 60%)
-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오뎅을 팔면, 친구와 12~15만원씩 나눠 가졌습니다. (순수익)
- 하지만 아쉽게도 노점 단속이 많아 장사를 오래 할수 없었습니다. 한달정도 했네요.

5. 써빙
- 당구장, 호프집, 고기집 써빙이 시간당 2500원정도 했네요.

6. 기타
그밖에 텔레마케팅, 설문알바, 전단지 돌리기 등등, 뭘 해도 하루에 3만원정도는 받았어요.


요즘 알바의 단가를 보면,
제가 알바를 했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서빙 최저임금은 조금 올랐지만 그것도 물가만큼 반영되진 않았어요.)
그 이유는,
싼 가격에 알바를 할 사람이 많아진 탓입니다.
결정적인 두가지 이유가

첫째는,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줄었고,
둘째는, 저임금 불법 체류자들이 알바 단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둘 다,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입니다.
수출 제조업 강국이던 우리 산업은, 중국의 발전으로 제조업들이 거의 남아나지 않게 되었고,
그나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제조업들은 수출 단가를 맞추기 위해 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들여왔기 때문이죠.
재계의 압박으로 인해 정부는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단속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같은 이유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다 보니,
자영업으로 내몰린 가장들이 급증했고,
동네마다 한두개 있던 닭집과 정육점이,
제가 사는 동네에는 닭집 20여개, 정육점 10여개가 있네요.
자영업 경쟁이 심하니, 수익이 떨어지고, 알바에게 줄 돈이 없는거죠.
그나마 좀 된다 싶은 골목 상권은 대기업이 스물스물 기어들어 오니,
자영업으로 한 가족을 먹여살리기가 너무나 빠듯해지게 된겁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세탁소건 식당이건 가게를 하는 사람은 월급쟁이보다 벌이가 절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우리가 제대로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나라가 해먹고 살 산업이 계속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일자리는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정상화 되어야, 다수의 근로자들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비젼있는 정규직이 늘어야,
임금 싼 외국 불체 노동자를 줄일수 있고,
자영업자의 수를 줄일 수 있고,
인건비를 정상화 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몇몇 대기업이 폭리를 남기기 위해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하는것도 있고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하는 건물주들의 임대료 폭리도 있지만, 근본이유는 아닙니다.)

자원이 부족한 유럽 선진국은 '히든 챔피온' 이라 불리우는 중소기업들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히든 챔피온이란, 절대적 기술 우위를 가지고 큰 수익을 내는 건강한 중소기업을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살아남은 수 있는 좁은 혈로는 이거 하나입니다.
문화 컨텐츠, IT 기술, 이공계 원천기술, 
나라의 재원을 그것들에 투자하고,
개발된 기술을 대기업이 가로채지 못하게 보호해줄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근본적인 문제가 풀립니다.

그런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은,
올바른 행정부와 입법부를 만드는데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는거죠.

IT와 이공계에 투자해오던 예산들,
쥐새끼가 강바닥 판다고 다 가로채갔고,
대기업 감세해주고, 규제들 다 풀어주고 있죠.
쥐새끼 이후로 정부는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과 정 반대로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죽이면 나라 망하는거 아니냐?
핀란드의 GDP의 절반을 노키아가 벌어들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나타나기 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는 모두 노키아 휴대폰을 사용했었고,
어느 누구도 노키아가 하루아침에 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 노키아가 쓰러졌을때, 모두들 핀란드는 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삼성과 현대가 망한것과 같습니다.
핀란드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더욱 성장했습니다.
노키아에 묶여있던 인재들이 풀려나와 놀라운 히든 챔피언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대기업이 망해야 하는게 아니라,
대기업이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게 하면 됩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지 않게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정상화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고,
그 첫걸음은 우리가 청와대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씨를 말리는데 있습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