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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건설사 부도... 여기에 얽힌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483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bodyButYou
추천 : 1
조회수 : 65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9/11/24 13:12:05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납니다. 그래도 건설사는 또 신규사업을 벌이죠.

그러다보면 건설사 자산은 점점 부실화 되고, 결국 부도가 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노태우 정부때부터 시작된 아파트 올인정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택 200만호 건설부터 시작해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이 줄줄이 이어졌고, 이는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한몫 한게, 선분양 후입주 정책이구요. 건설사는 돈 없어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었고, 이건 한동안 건설사의 수익 창출에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먼저... 지금까지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이루어졌던 프로세스를 살펴볼까요?

 

일단, 주변 여건을 고려해서 적당한 부지를 찾습니다. 음.... 여기 대충 적당해 보이는 땅이 있네요. 평당 100만원인데 3만평 정도 땅이 있군요.

자... 이 땅을 사야겠지요? 그래야 집을 짓죠. 근데, 계산해 봅시다. 평당 100만원짜리 3만평이면 300억원이군요. 

우와.. 300억원 크군요. 일단 10%인 30억원정도 준비합니다. 땅 주인에게 계약금 주고, 토지이용 승낙서라는걸 받아요. 자.... 일단 땅을 이용할 권리를 얻었습니다.

그럼 설계를 해야죠. 일단 국민주택 규모인 분양면적 33평 아파트를 주력평형으로 설계합니다. 보통 용적률 200%까지 지을 수 있게 해 주니까 대충 계산해 보면 2000세대정도 나오겠군요.

 

설계사무소에 설계를 맡깁니다. 33평형 2000세대니까, 대충 계산하면 66000평정도 되는군요. 건교부 고시된대로 따지면 평당 8~9만원에 설계 맡겨야 되지만, 설계사무소야 많고, 어차피 건설회사 입김대로 왔다갔다 해야 되는게 현실이라 확 후려칩니다. 평당 3만원에 설계 맡기죠. (사실... 요즘 평당 3만원이면 많이 주는겁니다.)

자.. 설계비가 20억정도 나오는군요. 일단 계약금 10%에 설계 착수합니다.

 

기본설계를 마치면 관공서에 사업계획승인을 얻어야 됩니다. 이거야 뭐 법적 하자 없으면 대부분 통과되지요.

 

자... 그럼 이제 분양을 할 수 있습니다.

 

분양공고를 내고 모델하우스를 짓습니다. 모델하우스... 좀 비싸게 지으면 20억정도 들죠.

 

그럼 지금까지 들어간 돈 대충 따져볼까요?

 

토지 구입 계약금 30억

설계비 계약금 2억

설계비 일부 8억

모델하우스 20억

 

일단 60억원의 돈이 들어갔습니다. 기억해 두세요.

 

2000세대 분양 해 봅시다. 서울근교에선 어림도 없지만, 분양가 평당 700만원 잡아볼까요?

아까 설계할때 나온 평수가 66000평이었지요. 100% 다 분양된다면 4,620억원이군요.

 

자... 분양 했습니다. 초기에 40% 밖에 분양이 안되었네요. 이런.... 계약금으로 4,620억원 * 0.1 * 0.4 만큼 받습니다. 계산해 볼까요? 184억 8천만원 입니다. 자... 지금까지 나간 돈 대충 제하고 나면 120억원 정도가 남네요.

 

자... 그럼 공사 착수할 돈이 생겼습니다.

공사하는 동안에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분양되기 시작합니다. 중도금도 들어오지요. 그럼 그 돈으로 공사 완공될 때 까지 버팁니다. 모자란 금액은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받습니다. 건설경기가 나쁘지 않아서 돈 빌리는거 어렵지 않네요.

아파트 공사하는데 평당 300만원가까이 들었네요. (사실... 건설업도 하청이 많아서 실제 공사비는 저것보다 쌉니다.) 공사비 따져보니까 1,980억원정도 들었군요.

 

완공되었습니다. 전체 물량의 60%가 분양이 되었네요. 경기가 썩 좋지 않은가봅니다.

정산 한번 해 볼까요?

수입 : 4,620억 * 0.6 = 2,772억원

지출 : 공사비 1,980억원

.        토지 구입비 300억원

.        설계비 : 20억원

.        감리비 : 20억원

.        모델하우스 및 분양비 : 40억원

.        금융비용 : 200억원

.        기타 운영비 : 20억원

지출합계 : 2,580억원

 

자... 60% 분양되었는데 이익이 192억원 정도가 남았습니다. 물론 세금과 부담금등 이것저것 나가는것 빼고 그러면 이익이 줄어들 수는 있는데, 경비로 잡은 예산이 워낙 넉넉해서 최종적으로 얼마가 이익일지는 계산을 좀 해봐야 알겠습니다. (제가 이쪽 부서에서 일을 했던게 몇년전이라, 세금등이 좀 가물가물 합니다. ㅜㅜ)

 

자... 60% 밖에 분양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익이 남았습니다. 저 돈으로 직원들 월급주고 세금내고 해야겠지요. 일단 운영은 되네요.

남은 40%는 어떻게 할까요? 일단 분양이 되지 않았으니, 자산으로 잡아둡시다. 언제든 팔 수 있는거니까요.

계산해 볼까요? 대충 1840억원 정도의 자산이 남았습니다.

 

자.... 처음에 60억원으로 시작해서 대충 계산해도 200억원 가까이 되는 현금과 1800억원정도의 자산이 남았습니다.

 

음... 손가는대로 계산하면서 적었더니 오차가 꽤 될듯 합니다. 금융비용 계산도 대충 했구요....

 

아뭏든... 이렇게 현장이 하나 끝났습니다. 주택사업... 이거 돈 좀 되지요?

한동안 신규 분양이라고 하면 다들 빚을 내서라도 분양 받고 그랬습니다. 집값이 떨어질 줄을 몰랐거든요. 그래서 건설사들은 수요예측 결과와 상관없이 무리해서라도 신규사업을 막 벌이기 시작합니다.

 

근데.. 만약에, 초기 분양이 40%도 안되고, 사업 끝날때 까지 분양이 채 50%가 안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위의 예를 기준으로 초기분양 30%, 최종분양 50%로 계산하면 결과는 이렇습니다.

수입 : 4620*0.5= 2,310억

지출 : 2,580억.

 

바로 270억원 적자 + 2,310억원의 자산입니다. 적자가 좀 났어도 자산이 남았으니 별일 아닌것 같으시죠?

 

최종 분양이 50%정도밖에 안되었다는 이야기는, 주변 여건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앞으로도 언제 매각이 될 지 모르는 상태로 보셔도 무리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저게 자산이 아니라, 악성재고가 되는거지요.

 

일단... 이게 대충 적어본 지금까지의 주택건설 프로세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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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다보니 글이 길어지네요. 나머지는 2부로 돌려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예시는 지방 아파트를 기준으로 제가 대충 감으로 적은 내용입니다. 토지가와 제 경비는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꽤 크므로 판단의 절대기준으로 삼으시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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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글에 연달아 계속 써 보겠습니다.

 

일단... 아랫글에 가정한 토지구입비나 분양가 등은 대략적인 추측이 기반된 설정입니다. 각 지역별 여건에 따라 큰폭의 가감이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지방에 소재한 공동주택 설계의 경우 대부분 임야를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통해서 (제 2종 지구단위 계획 이라고 하지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토지 구입비는 싸지만, 대지 정리등 토목공사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어서 공사비의 증가가 수반됩니다. 이런 경우 분양가의 상승이 이루어 지지만 주변 시세가 있기에 무작정 분양가를 올릴 수가 없어서 사업성 악화의 요건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돈과 관련된 부분은 큰 폭의 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건 면피용인거죠. 네 맞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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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주택건설 사업이 이루어 지는 프로세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간단히 정리해 드리면

 

1. 토지물색

2. 토지 계약 및 설계진행

3. 사업계획 승인 완료후 분양

4. 분양대금 및 은행 차입금 기반으로 사업 진행

5. 분양 완료 및 정산

 

이런 프로세스이고요, 전체 사업을 진행하는데 초기 투자비가 그리 크게 들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한동안은 그 초기 투자비 조차 사업계획서 한장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진행할 수도 있었습니다.)

 

1부에서 적었던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종 분양률을 그리 높게 계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나는 사업구조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적은 초기투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한동안은 분양이 잘 되어 왔기에 주택건설업체들은 너도나도 이곳저곳에 신규 공동주택 단지를 개발합니다.

 

그러다가... 공급과잉이 되어가고, IMF 이후에 꽤 많은 건설사들이 부실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관계로 정부에서는 주택건설 사업에 인위적인 조정을 하지 못하고,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주택건설 사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시, IMF를 계기삼아 부실 건설업체들이 좀 정리가 되었다면, 현재까지 이어지는 건설불경기가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사실.. 제 아버지가 하시던 조그만 건설업체는 그때 망했습니다. ㅜㅜ) 이후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정권 하반기쯤 수요를 억제해서 주택공급을 줄이려는 일련의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정권이 바뀐 이후에 다시 원상복구 되었지요.

얘기가 좀 샜네요. 정치권에서 하였던 건설관련 정책은 사람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므로 이 글에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공급과잉과 IMF 이후까지 이야기를 하였지요? 건설사들이 부실해 졌지만 그래도 명맥은 이어나갑니다. 걍 부도처리하고 회사 망할 수는 없으니 계속 주택사업을 합니다. 다행히 초기 투자비가 크게 들지 않아서 주택사업이 계속 이어지지요.

 

그런데, 공급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분양되지 못한 물량들이 늘어납니다. 건설회사가 움켜쥐고 있는 미분양 물량들은 계속 늘어가지요. 그런데, 주택가격의 추이를 지켜봅니다. 어라?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데도 주택가격이 별로 떨어지지를 않네요. 자... 일단 미분양이긴 하고 악성재고이긴 하지만, 이거 자산입니다. 미분양 물량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끌어올 수 있지요. 당장 분양이 제대로 안되서 적자가 나고 있으니, 이것들의 일부를 담보로 해서 은행에서 돈을 차입합니다.

 

자.. 은행에서 돈을 차입했으니, 이걸로 뭘 할까요? 가만히 있으면 계속 차입하고 그러다 보면 부채비율이 계속 늘어나서 회사가 부실화 될 테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요? 미분양 아파트가 있더라도, 그 근처에 새로운 주택단지를 새로 개발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게 되니, 그 프로젝트를 담보로 해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지요. 그렇게 빌린 돈으로 신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부는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이 아파트를 분양하고, 사업이 종결될 때 까지 프로젝트가 흘러갑니다.

 

여기서.. 집값의 속성에 대해서 잠깐 짚고 갈께요. 이게 뭐 학술적으로 연구되고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가지고 미루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입주한지 채 2년도 안된 33평 아파트가 2억원이래요. 근데 바로 옆에 새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섭니다. 33평 아파트 분양가 봤더니 2억 2천이래요. 그럼... 기존에 있던 2년도 안된 2억원짜리 아파트의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2억원에서 2억2천으로 가격이 뛰었습니다. 새로 분양된 아파트는 프리미엄이라는게 붙어서 분양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곤 했으니, 2억에서 2천만원 더 받는게 당연하게 생각되고는 했지요. 신규 아파트 단지가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신규 아파트가 들어오면 인근 아파트의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습니다.

 

다시..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갈께요. 기존에 미분양 아파트를 재고로 갖고있었어도,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개발해서 분양했습니다. 분양 하고 나니까 또 미분양이 나서 미분양 아파트의 총 수가 늘어나버렸네요. 근데... 새로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조금 높게 분양했습니다. 그러면 이게 어떻게 되는거냐면, 기존에 갖고있던 미분양 아파트의 가치까지도 덩달아서 올라간거죠. 주변 아파트의 시세가 조금이나마 올랐으니까요. 자산이 증가하면 (장부에 있는 숫자일 뿐이지만요) 담보로 해서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도 커집니다. 금융비용을 상쇄할만큼의 증가는 있는거지요.

 

이런식으로 몇번 반복됩니다. 이러면서 재고물량은 늘어나고,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점점 높아져가지요. 이러다가... 이게 한계상황까지 가게되면,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해서 돈을 끌어오고 싶어도 은행권에서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돈 들어올 곳이 막힌거지요. 갖고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이미 시장에는 공급 과잉이라 원하는 만큼 팔리지도 않습니다.

 

자... 이게 거품이 터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거지요.

 

 

 

 

 

 

여기까지가 모공에 건설사 부도이야기가 나와서 손 가는대로 적은 제 글의 끝입니다. 틀린 부분도 많을것이고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쓴 부분도 있을거에요.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근데 내용이 그리 편한 내용은 아니지요?)

 

이제 현 정부가 어떤식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갈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듯 합니다.

 

지금까지... 설계사무소에서 10년넘게 밥벌어먹다가 한동안 백수놀이 하고 있는 블루스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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