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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차이나는 사촌동생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773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8
조회수 : 11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7/08 20:03:59
이번주는 사실상 휴가철같은 업무처리중이지만 이 잉여로운 시간을 함께할 그녀가 없으므로 음슴체.

저번주까지 영업부막내가 잘못 발주한 물량 임직원 모두가 달려들어 처리해내고 다들 출퇴근도장만 찍고 지내던 오늘.
어머니한테 전화가 옴. 
너네 회사 1층이니까 내려오라고 함. 어제 오늘 다들 기본적인 일만 하며 지내던 중이라
(사장님이 저번주까지는 전쟁이었으니 "영업부 제외"하고 당분간 꿀들 좀 빨며 지내라고 지시하셨음. 이번주는 2번까지 조퇴해도 무방함. 일당 다 쳐줌. 다들 금요일에 점심먹고 조퇴하려고 눈치전쟁중-.-ㅋㅋㅋ 다른 부서 인원비면 영업부에서 파견나와주게 되어있음....지난 한달반...아주 전쟁통이었지...후후후) 
눈치안보고 내려옴. 다들 맘놓고 인터넷으로 그동안 바빠서 못지른 장바구니 결제하거나 오유하거나 오유하거나 오유하는 중. 
(우리 회사가 솔로비율이 높은 이유)
내려가니까 다다다다다다~소리내며 24살 28살 차이나는 사촌동생자매들이 달라듬.
저번 어린이날때 잘 안살피고 폴리 있는거 사다줬다고 오빠 밉다고 한게 엊그제 같은데 역시 애들은 수치심이 없어서 부러움.
오늘 24살 차이나는 동생 병원가서 심장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 이제 검사받으러 안와도 좋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었다고 함.
(한 달에 한번. 우리 어머니포함 이모들이 돌아가면서 검사받으러 오가셨음.)
나이 30넘은 남징어가 잠시 자제력을 잃고 로비에서 동생 번쩍 안아들고 환호성을 질렀음.
예전같으면 비행기 10초만 태워줘도 빈혈로 입술까지 하애지던 애가 격하게 들었다놨다해도 까르르륵 웃기만 잘함.
어머니가 이번엔 외할머니가 저번에 수술하신 무릎검사중이시라 나한테 두 자매를 맡기러 오신거임.
팀장님께 사정설명하니 조퇴하라하시지만...금요일 조퇴를 위해 외출로 허락받고 셋이서 (여지없이 아빠소리 들으며....아빠아닙니다!!라고 하면 삼촌소리 들으며...애들이 오빠라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봄ㅠ.ㅠ)빕스갔다가 옷사주고 인형사주고 아이스크림 사주고 어머니께 돌려보내고 들어와서 쓰는거임. 완전 기분좋으니 이제 건강해졌음을 확인받은 나랑 24살 띠동갑 사촌동생이야기를 쓰겠음.


순박한 시골노총각인 큰외삼촌은 언어장애가 좀 있으셔서 사실 장가가는건 본인이 포기하시고 사셨음.
그러나 심성착한 외삼촌을 장가보내자!! 하고 매형 세분+매제 한분이 뜻과 자금을 모아, 베트남으로 가더만 장가들었다. 반년뒤에 들어온다고 함.
그때가 막 복학하고 교수님연구실에서 장차 산업의 역군 예행연습으로 집에를 못들어가고 날밤새며 있을때였음.
사실 의심병환자인 나는 당시에 교수님의 다문화가정관련 연구를 도우면서 숱한 일단 한국들어와서 먹튀한 사례를 봐와서 걱정이 많았지만...
이 부부 아직도 깨가 쏟아짐. (조카는 장가 언제 가요? ...안알랴줌!!)

그리고 내가 25살때 그날도 밤새 자료정리하고 교수님 손님 오시던말던 긴 쇼파에 널부러져 자고있는데 교수님이 전화왔다고 깨우시는데...안받아요~잘거예요~교수님이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요~깨우지마요~히잉~이러니까 대신 받아주시더니 "이모님이시라는데 너 사촌동생태어났대."란 말에 세수도 안하고 택시타고 날아갔음.
혼혈이 예쁘다는 말은 들었지만 신생아가 눈 그렇게 큰 건 또 첨봤음.  물론 이모부 이모들이 내다 볼때는 안울다가 내가 얼굴 보이자마자 못볼걸 본것마냥 울어대서 상처받았음.

호사다마라 했던가...태어날때도 저체중아로 태어나더니 심장이 정말 많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음. 외삼촌이나 외숙모나 다들 건강하기 그지없는 분들이라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는 소리였음.
그 조그만 아이 가슴에 수술자국이 생기고, 집에 있을때 말고는 항상 어딘가에 주사바늘이 꽂혀있음.
어렵게 장가간 외삼촌의 첫아이라(그리고 막내라...바로 위 사촌오빠랑 나이차가 10살 차이남) 온 외갓집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함.

애가 세살때 수술을 받고 반년넘게 병원에 입원했을때는 첫직장을 때려치우고 고향집에서 잉여롭게 지내던때라 이모들이나 외숙모가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가 병원가서 지켜야했음. 친구들도 나랑 좀 만나야하는데 내가 항상 병원에 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이놈들이 나를 보러 병원에 들락거리더만...
내 사촌동생에 의해 중학교때부터 연초를 즐겨온 자 10여년만에 금연을 하였고, 수많은 예비 딸바보들을 양산해냈음.
링거맞고 토하고 약먹고 토하고 좀만 격하게 움직이면 빈혈로 혼절하는 애가 이상하게 내 친구들 놀러오면 아파서 울다가도 까르륵 웃어대서 내 친구들이 완전 좋아함. 그리고 애들 좋아하는 남정네들이라 6인실 병실 놀러와서 다른 애들까지 놀아주다가 (나랑 몇명빼고)다들 20대에 장가감.
남자들이 단톡방에서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는거 보고 있으면 솔로는 어쩌라고란 말이 절로 나옴.

1.회사에서 출장나왔다가 일이 일찍 마무리되서 보고하니 집에서 하루 쉬고 오라고 특별휴가 내주셔서 집으로 가니, 애가 우리집에 와있음.
어머니가 외숙모고생하니 백화점에서 옷사준다고 불렀는데 마침 내가 들어오니까 잘 됐다고 애 좀 보라고 하고 나가심.
모처럼 건강한 모습을 보니 흡족했음.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마침 테레비에서 동물농장하는거 보고 있다가 내 기억에 뱀(...)보러 가고싶다고 해서
뱀보러 동물원에 갔음. 막 장마가 끝날때쯤이라 밖이 그냥 사우나라 애 쓰러지면 곤란하니 얼음물도 넉넉히 챙기고, 동생방 탈탈 뒤져서 미니선풍기 챙기고, 어머니 안쓰는 양산챙기고, 나가자마자 썬캡사서 씌어주고 동물원갔음.
더운 평일 여름날, 동물원에는 커플들 말고는 없었음. 그러나 간만에 만난 우리 둘은 신나서 동물원에 들어감.
나도 동물들 정말 좋아해서 얼음없어서 기운없는 북극곰, 잠만 자고 있을 호랑이와 사자, 내가 보러갔는데 나를 관찰하는 원숭이, 항상 뭔가 화가 나있는 낙타, 방심하면 똥풍기를 날리는 하마들 볼 생각에 사실 내가 더 신났음. 그런데 이 녀석이 들어가자마자 동물만지기체험하는 곳의 믹스강아지에게 꽂혀버림. 조금만 더 가면 별의별 동물들이 있는데...하필 이 강아지가 사촌동생에게 리액션이 너무 좋아서 둘이 달라붙고 안떨어짐. 동물원 아저씨도 날이 뜨거워서 동물들도 처져있는데 별일이라며 신기해함. 
결국 폐장시간이 다 되서 집에 가자니까 이 강아지 데려갈거라고 난리가 남. 사달라고 땡깡부리는거 오빠 현금없는데 여기 카드안받아!!라는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하다가 주차장까지 동물원직원분들 퇴근하는 차얻어타고 나왔음. 집에 개를 두마리나 키우는 애가 뭔 고집을...
덕분에 한동안 나만 보면 울고 불러도 들은 체도 안했음. 상처받음.

2.어머니는 내가 (레알 오유가입 후 몇개월 뒤에 차인 이후) 여자를 통 안 만나니까 굉장히 답답해 하심.
(어머니. 저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좋습니다. 연애할 틈이 없어요.ㅇㅎㅀ오ㄴㅁㄻ헣헐헐흐어어엉)
처음에는 아버지 퇴직 전에 그동안 투자한거 받아야하지 않겠냐로 압박하시다가...그렇게 아버지가 퇴직 하신 후, 여징어사촌동생들의 혼사길을 내가 막고있다.로 나오시더니(나는 아직 장가 안간 막내외삼촌카드를 꺼내며 턴을 종료해대니까)...요즘에는 이 사촌동생 만날때마다 나한테 전화하심. 

"애가 조카보고싶댄다."

외할머니의 증손자드립도 아니고...지 동생 하나도 감당못하는 못난 언니가...감히 조카드립을 할리는 없지만...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공격이 한동안 먹혔고...애가 검사받으러 와서 우리집에서 자고 갈때마다 "나 새언니보고싶어!! 새언니가 해주는 밥먹고싶어!!"라는 분명 우리 어머니가 출발 전에 시켰을 대사를 해대서...곤란했음. 다시 말하지만, 오빤 지금은 일이 너무 좋아서...아...눈에 먼지들어간것 좀 빼고...

3.다행히 인자하신 사장님과 팀장님을 만나, 애가 검사받으러 올라오면 한나절째고 병원에 따라갈 수 있게 됐음.
(사촌동생이 내 차 끌고 한번 대신 갔다가 사고내고 사장님이 그걸 운전잘하는 니가 가야지 왜 동생시켜서...라고 하셔서 공인받고 나감.)
버스도착시간에 맞춰 터미널가서 픽업하고 접수하고 기다렸다가 검사끝나면 우리 집에 모셔다드리던지 바로 터미널로 모셔다드리던지 함.
애기때부터 받아온 검사라 이 어린애가 이제 병원에서 울지도 않고 낯익은 간호사언니들한테 재롱까지 피는 단계까지 오게 됨.
전 여친이랑 헤어지고 좀 지나서 어머니가 시킨 조카드립이 시작되던 즈음에 
검사순서 기다리다가 전날 야근을 거하게 해서 흐리멍텅한 상태에서 멍~하니 제일 예쁜 간호사언니쪽을 보고 있었나 봄.
애가 오빠~하고 나를 부르다가 도도도도~하고 뛰어가더니 그 언니 손을 잡고 나한테 와서는
"언니. 우리 오빠가 언니 좋은가봐. 계속 보고 있어쪄요."
라고 폭탄을 던져놓고 검사받으러 들어가버림.
그때가 북한이 대포동으로 발광을 하던때라 진심으로 병원쪽으로 미사일 한발만 날려줬음 싶었음. 
그리고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음. 이 언니 남자친구 있다는걸. 
본의아니게 한번 더 차인 나는 훗날 그 간호사분 다른 데로 옮길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렸음-_-

4.내 친동생은 인상이 아주 날카롭고 성격은 더 날카로움. 친형인 나에게는 더욱 날카로움. 내가 천원짜리 부탁을 하면 1500원으로 받아내는 놈임.
그런데 사촌동생들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오빠이자 형인데...하물며 나이차도 많이나고 몸도 허약한 이 동생에게는 더욱 부드러워지심.
애가 장난치다가 동생이 어릴때 모아놓고 그때까지 자랑스러워하고 나는 손도 못대게하는 치토스먹으면 나오는 따조를 모아놓은 앨범을 목욕탕에 담궈버렸는데 인상 한번 안쓰고, 물에 담궈도 되는 장난감을 사주고 괜찮다고 함.
이 자매들한테 있는 어지간한 수십만원대 장난감이나 옷은 내 동생이 장만해준거임. 이모들보다 더 많이 사다줌. 학교선생이 돈 잘 버나봄.
반면 나는 장난감이나 옷고르는 센스가 더럽게 없는 대신에 정말 잘 먹임. 나한테 어린이 돈까스 정식 어디가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수도권은 어디가 맛있다고 답하는 수준이고, 어느 식당이 너무나 감사하게도 애기데려왔다고 부탁안드렸는데도 계란후라이 해주시는 식당인지도 알고 있음. 나 아직 총각인데...
그래서 요즘 나와 동생이 애네들 두고 누가 더 좋아?라는 의미없는 인기투표를 해대는데, 애가 내 편을 들면 저번에 데려간 식당이 맘에 든거임.
그런데 타요 폴리같은 장난감에는 못이김. 전에 데려간 식당이 맘에 들었어야 나한테 한표가 떨어짐. 내 동생은 핸드폰에 수업자료같은건 쥐뿔도 없으면서 애들 만화는 항상 최신판으로 들고 다님.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건 오유에서 스크랩한 짤들 뿐임. ㅎㅎㅎㅎ

5.거래처높으신 분 중에 좀 많이 불편했던 분이 있음. 나는 이 분 앞에서는 갑을병정까지 내려가는 지라...인상도 상당히 위엄있는 분이심.
주말에 이 동생 데리고 둘이서 마트에 간 적이 있는데, 이 높으신 분을 만나게 됨. 폴더인사를 드리고 저번에 미천한 내가 저질렀던 몇몇 실수는...내 동생과 눈이 마주치고 맛의 달인에 우미하라 유우잔같던 분이 드래곤볼의 무천도사가 되시더니 "젊은 사람이 일하다보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거지 뭐. 허허허. 이름이 뭐랬지? 어이구~벌써 여섯살이야? 과자 이거 좋아하니? 아니. 이건 짜니까 이걸로 먹자. 이거 내가 계산할테니까 이따가 주차장에서 만나세."라시더만...잠시 후, 둘이 할아버지와 친손녀같이 손잡고 다녔음. 정(丁)인 나는 카트를 두개 밀면서 따라다녔고...예전처럼 불편하게 안하심.
내가 그 회사에 미친 피해는 동생의 재롱에 다 묻혔음. 잘 키운 사촌동생 하나. 열번의 사죄의 접대 안부러움. 

6.작년에 베트남 출장갔다가 거기서 다 대준다는 말에 걸신들린것처럼 먹어대다가, 현지병원에서 토사곽란으로 드러누웠음. 
마침, 베트남처갓집에 와있던 외삼촌과 외숙모가 소식을 듣고 동생들 데리고 7시간 걸려서 하노이까지 오셨음.
(훗날 이역만리외국땅에서 몸져누운 조카를 위해 온 줄 알았지만...그냥 귀국할때랑 맞아서 온거였음. 그것도 모르고 귀국해서 영덕대게 조공한 내가 똥멍청이ㅠ.ㅠ)
미련하게 먹다가 이 꼴났단 말에 아무도 세상에~가 아니라 너답다~라는 말 듣고 상처받아 누웠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누군가 내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길래 눈을 떠보니 사촌동생이 물수건으로 땀 닦아주는거임.
오빠 불쌍하지?라니까...
"아니. 오빠도 나 병원에 있음 이렇게 해줬잖아."랄때 눈물이 핑 돌았음.

한국복귀해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식탐부리다가 입원했다고 혼나서 눈물이 핑 돌았음.




조금만 격하게 움직이면 심장에 무리가서 얼굴이 하애지고 빈혈로 쓰러지며
한창 뛰놀아야 할 나이에 다른 애들 뛰어노는거 부럽게 쳐다보고, 이제 겨우 걸음마를 넘어서 조금씩 뛰어다니는 자기 동생보다도 덜 뛰어다녀야했던 애가 오늘 드디어 위험한 순간은 넘기고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직은 좀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애가 뛰어다니면 넘어져서 다치는 것보다 심장때문에 쓰러지는걸 더 걱정해야하던 시절과는 안녕이네요

본의아니게 몇개월정도 똥기저귀갈아주고 ㄱㄴㄷ 1 2 3 가르쳐주며 24살 띠동갑 나이차가 나서 어디가서 애 오빠입니다.라고 하면 불신의 눈초리나 받게하고 종종 나에게 딸바보유망주소리를 듣게하는 동생이 이제 건강해졌다니까 전역하던 그 날보다 더 기쁘네요
쪼끄만 여자애가 오빠들이랑 축구보는걸 참 좋아합니다. 자기도 저렇게 뛰어다니고 싶다면서요. 특히 날둥이가 치달하면 이름도 제대로 발음못하면서 좋아합니다. 여자축구선수가 되려나 싶어서 가볍게 공차기를 시켜보았으나 오빠들 닮아 개발이니 대학교에서 사랑받는다는 축구좋아하는 여자후배소리듣게 오빠들이 써포트해줄 참입니다. 당장 제 동생은 주말에 가서 운동화사줄거라네요.
요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심란하고 피곤했는데 오늘 검사소식을 들으니까 너무 기분이 좋네요.
좀 더 크면 너 소원대로 오빠들이 놀이공원 바이킹 태워줄께.(남자한테 아이를 맡기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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