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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가 이렇게 빠를 줄이야
게시물ID : freeboard_774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씀폭발
추천 : 3
조회수 : 4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14 12:26:54

  안녕하세요.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는 남징어입니다.
방금 전 119 형님, 동생 분들에게 도움받은 이야기 좀 풀어볼게요.
따끈훈훈합니다.

느즈막이 일어나서 이력서 고쳐쓰고 있는데 어디서 누룽지 냄새가 솔솔 나더라고요.
빈속에 누룽지 냄새 맡으니 더 배고프네 라며 이력서 쓰는데, 
누룽지 냄새가 점점 진해지더니 탄내가 납니다.

탄내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 혹시 내가 라면 물 올렸었나?
하는 생각에 주방을 확인했습니다. 
그럴리가 없지 암. 아직 그정도까진 아니니까.
라고 멀쩡한 기억력에 흐뭇해 하는데 이제까지안들리던 경보음이 들리네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아랫집에 내려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저희 집은 2층짜리 단독주택입니다.)
창문틈으로 하얀 연기가 나오고 탄내가 코를 찌릅니다.
가스렌지에 불을 켜두고 나간 게 분명했습니다.
가스나 화재 경보기가 울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문 비밀번호도 모르고 연락처도 몰라서 어떡하나 고민했습니다.
아직 불이 나진 않은 것 같은데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출동 되는지나 물어봐야지 하고 119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단 짜장면 시키던 버릇대로 주소부터 말하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침착하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급했나 봐요.
119상담원 분이 일단 건물 바깥에 있는 도시가스부터 잠그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주변 파출소랑 복지원 건물 확인하고 그 근처에서 기다리라고.

일단 도시가스 잠그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샤워도 안했는데 제니퍼 로렌스 닮은 미녀 소방대원이라도 만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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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까지 눌러쓰고 나가려는데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설마 벌써? 하고 큰길로 나가니 빨간 차 하나랑 구급차 두 대가 달려오네요.
반가움 마음에 냅다 손부터 흔들었습니다.

빨간차에서 키작고 단단해보이는 인상의 나이든 소방대원분이 어디냐고 묻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소방대장들은 저리가라할 포습니다.
뛰라고 해서 좀 급하게 뛰었는데 산소통까지 메고 소리도 없이 따라오시더군요.

그 뒤는 뭐 일사천리로 문따고 가스불 끄고 냄비 꺼내오면서 상황 끝.
그리고 인적사항 알려달래서 구급대원 분한테 이름이랑 전화번호 알려주는데,
헐. 완전 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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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워터크림에 마스크팩 좀 했는데 이분은 피부가 자체발광이네요.
종이가 없어서 광고지 명함에 전화번호 적는데,
약간 어설픈 느낌이 여자분들 훅 가겠던데요...

소방대원분들 돌아가는데 크게 고생하셨다고 인사했습니다. 히힛.
근데 뒤도 안돌아보고 대답만 하고 쿨하게 돌아가심 ㅜ.ㅜ

그런데 구급대원은 몰라도 화재진압 하시는 분들은 장비가 진짜 안타깝더라구요.
때탄 건 기본이고, 산소통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프린팅 된 글자가 희미해서 거의 보이지도 않고요.
방화복에 번쩍거려야 하는 띠 들은 탁해서 빛 반사도 별로 안됩니다.
장갑은 말할 것도 없고요.
기본적으로 한껍질 벗겨지고 손가락 부분은 대부분 내피가 보입니다.

진짜 전화하고 사이렌 소리 듣기까지 5분도 채 안된 것 같았는데,
이런 고생은 물론이고 이렇게 되기까지의 훈련은 얼마나 했을까요.
내 세금은 좀 저런 분들한테 썼으면 좋겠어요.

아. 신고하고, 도시가스 잠그고 구경까지 하느라 힘들어 죽겠네요.
이력서는 걍 내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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