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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깝치던 놈 엿먹인 썰.txt
게시물ID : gomin_11559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vyBLUE
추천 : 2
조회수 : 9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7/19 19:00:56
지금은 그딴 놈이랑은 인연도 음슴으로 음슴체로 씀.


고등학교 때 나는 혼자 조용히 지내는 타입이었음. 딱히 친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쉬는 시간에는 이어폰 끼고 엎드려 잠만 잠. 그러다보니 내가 좀 만만해 보였던 모양임.

학교 다닐 때 이런 타입 꼭 하나씩 있을 거임. 본인은 싸움도 공부도 못하면서 이빨만 존나 잘 털고 다니면서 주먹잡이들 옆에서 알랑거리는 놈. 개중에 한 놈이 나한테 존나 찝적거림.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만사 귀찮아하는 타입이라 찝적거리든 말든 별 대응을 안 함. 그랬더니 이놈은 더 기세등등해서 지랄하는 거임.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몇몇 놈들도 같이 껴서 깐죽거림. 슬슬 성가시다 싶었지만 그때는 이미 머릿수가 불어서 손 대기가 힘들어짐.

더 얄미운 건, 지가 필요할 때는 나한테도 겁나 손바닥 싹싹 비비는 거임. 태도조차 일관성 하나 없이 존나 비굴함. 하지만 그냥 꾹꾹 눌러담고 2년을 보냄.


그러면서도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 새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왔음. 그 즈음 해서 우리 집에는 수험생 선물이 산더미같이 쌓임. 부모님 인맥이 넓으셔서인지 살다살다 구경도 못 해본 고급 찹쌀떡이니 엿이니 하는 것들이 막 들어옴.

수능 D-2,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야자시간이었음. 저녁 먹고 야자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미리 가져온 각종 과자류를 주변에 뿌림. 원체 많이 들어와서 혼자 다 먹기는 무리가 있었음. 물론 주변 사람들은 대환호.

그 와중에 그 놈이 쫄레쫄레 와서 찹쌀떡 하나만 달라고 아양을 떪. 근데 내가 줄 리가 있음? 당연히 쿨하게 쌩깜 ㅋㅋㅋㅋ


그리고 야자가 시작됨.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따라 선생들 감시가 거의 없었음. 대놓고 시끄럽게 떠들지만 않으면 공부를 하든 잡담을 하든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였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반 반장이 깜작 제안을 함.

"우리 이렇게 다 같이 야자하는 것도 마지막인데, 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같은 거 있으면 해 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름 훈훈한 제안이었음. 근데 맨날 깝치던 그 놈이 아까 나한테 찹쌀떡 못 얻어먹은 걸 담아 두고 있었던지 갑자기 소리를 침.

"응, 나 할 말 있다. 나 사실 저 새끼(나) 존나 싫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뚝 끊어짐. 나는 목소리를 나직하게 깔고 조용히 말함.

"그러냐. 나도 너 존나게 싫어한다 이 씨ㅂ새야."

나는 평소에 욕을 안 함. 정확히는 말을 별로 안 함. 그런 내 입에서 욕이 나왔음. 교실 분위기는 싸해지고 그 새끼는 당황해서 "어...?" 함.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2년 동안 썩혀놓은 욕을 모조리 풀어놓음. 순수하게 욕만 5분 가까이 한 것 같음. (지금 내가 20대 중후반인데, 그 이전에도 그 이후로도 살면서 그렇게 신명나게 욕을 날려본 적이 없음.)

아무튼 그 끝에 한 마디 덧붙임.

"남들 다 먹는 찹쌀떡 지 혼자 못 쳐먹었다고 그 지ㄹ을 떠냐. 찌질하다 존만아 ㅉㅉ"

그 순간 침묵을 지키던 급우 중 한 명이 끼어들었음.

"쟤(깐죽이)가 너한테 찹쌀떡 달라고 하긴 했냐?"

피식 웃고 대답해 줌.

"아~~~~~~ 횽아 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찹쌀떡 하나만 쥬셰여어어어어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대한 우스꽝스럽게, 그 새끼가 했던 대사 그대로 성대모사함. 애들 다 빵 터짐. 그 새끼는 얼굴이 시뻘개짐. 웃음소리가 좀 수그러든 뒤 다시 말을 이음.

"비굴하게 사는 것도 그 정도면 능력이다 ㅆ새꺄. 그 정도면 먹고 사는 건 걱정 없을 것 같으니까 평생 그렇게 손바닥이나 열심히 비비고 잘 살아라. 마지막 시간이고 해서 내가 충고해 주는 거니까 새겨 들어 병ㅅ아."

그러고는 이어폰 끼고 책 들여다 봄. 그 새끼는 얼굴 시뻘개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님.


이윽고 쉬는 시간이 됨. 정말 수능 직전이라 봐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야자 안 하고 도망가도 딱히 잡질 않음;

잠깐 기지개 켤 겸 일어나서 교실을 한번 슥 돌아보니, 그 새끼가 (야자 튀려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거임. 그 모습이 어찌나 처량해 보이던지, 나는 가방에 남아있던 찹쌀떡을 하나 챙겨서 그 새끼한테 다가갔음.

"야."

그 새끼는 말할 기운도 없는지 말 없이 고개만 슥 들어서 나를 쳐다봄.

"이거 하나 먹어라."

와, 인간이 얼굴에 그렇게까지 주름을 만들 수 있는지 처음 알았음.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고선 "필요없다 개ㅅ끼야!" 라고 소리를 쳤음.

...정확히는, 치려고 했음.

"ㅍ..."

"이게 그렇게 먹고 싶어서 야자 시간에 그 지ㄹ을 떨었냐? 하나 줄 테니까 집에 가면서 손톱만큼 떼서 주둥이에 쳐 넣고 한 시간 동안 녹여 먹어라."

그 새끼, 소리 치려다가 말문이 막힘. 나는 그 새끼를 잠시 깔아보다가(내가 키가 좀 더 큼) 바닥에 찹쌀떡을 떨어트림.

"자, 너 먹고 싶어하던 찹쌀떡이다. 뭐 하냐. 안 주워먹고."

바닥에 떨어진 찹쌀떡을 그대로 발로 쳐서 그 새끼 발치로 미끄러트려 보냄.

"옛다. 맛있게 드세요 이 좋만한 새ㄲ야."

그 새끼 주먹 쥐고 부들부들 떠는 게 보임. 얼굴은 무슨 터질 것마냥 시뻘개져서는 나를 노려봄. 나는 턱으로 까딱거리면서 찹쌀떡 주워가세요 하고 제스쳐를 취함. 결국 그 새끼는 말 한 마디 못 하고 가방 싸서 나가 버림.


이게 수능 이틀 전 이야기. 그 놈이 과연 수능을 잘 쳤을지 못 쳤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님.

그 이후로 겨울방학까지 약 1달간, 나는 고교 생활 중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냄. 그 새끼(와 그 패거리)는 졸업할 때까지 두 번 다시 나한테 말 걸지 않았음.


아... 마무리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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