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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달린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21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흔들린멘탈
추천 : 1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25 23:31:47
방금 전의 일이다.
 
초토화ai게임에서 멘탈이 초토화 된 내가 피시방에서 나왔을 때는 어느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거리
 
버스도 다니지 않고 택시를 타자니 애매했던 나는 비를 맞으며 나의 삭막해진 멘탈을 적시기로 했다.
 
 
비오는 날의 체온 유지를 위해 양 손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드라이한 모히또와 스파이시한 멕시칸 핫도그를 쥐고 걷던 나는
 
저 앞에서 걸어가는 두 개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불길한 예상대로 그곳에는 한 쌍의 커플이 합체를 할 기세로 붙어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비오는날 모이스쳐 팩을 하러나온 달팽이와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고
 
무엇이 그래 행복한지 꽁기꽁기 헤실헤실 웃으면 센티한 나의 멘탈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먹이를 먹고 있을땐 얌전한 나는 묵묵히 핫도그를 씹으며 그들을 지나쳐갔고 
 
남자답게 턱선을 과시하며 모히또를 들이켰다.
 
 
내가 그들의 옆을 지나쳐 그들의 꽁기꽁기가 들릴락 말락 한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며 돌풍과 함꼐 나의 싸대기를 거침없이 후려쳤다.
 
당황하며 일단 나의 먹이를 빗물로부터 사수하고 있는 나에게
 
등 뒤의 커플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저 사람봐 완전 흠뻑 젖겠다. 어떡해"
 
"아, 진짜네. 갑자기 비가 이렇게 쏟아지고."
 
"우산 안가지고 왔나봐"
 
"그러게. 오늘 예보에 비온다고 했었는데"
 
 
잠깐동안 나에 대해 걱정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비록 커플이지만,
 
핫도그를 씹으며 비를 맞고 걸어가는 괴인까지 걱정해주는 그들의 따뜻한 심성에
 
메마른 나의 멘탈이 치료되는것을 느끼고 있던 나의 귀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되겠다. 내 우산 저 사람한테 주고 올게."
 
"뭐? 그럼 자기는 어떡하구?"
 
" 너랑 같이 쓰고가면 되지 뭐."
 
 
남자의 자상한 마음씨에 잠시 동성연애에 대해 진지한 고찰과
 
어떻게 하면 신사적으로 거절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나의 귀에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되겠다. 그럼 우산 저 사람 주고 오빠 오늘 우리집에서 옷 좀 말리고 가자."
 
 
......
 
 
"저녁도 먹구 가"
 
"음...그럴까?"
 
 
......
 
 
나는 달렸다.
 
등 뒤로 들리는 커플의 당황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달렸다.
 
남자의 옷의 안녕을 바라며,
 
물 한 방울도 묻지 않길 바라며 달렸다.
 
섬유업계의 방수기술 발전과 주가 상승을 기원하며 달렸다.
 
빗물이 사정없이 나의 얼굴을 후려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내 눈에서 나오는 슬픔을 숨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1. 1줄요약 : 옷 말리러 안갔겠지?
 
 
 
※사실에 근거한 픽션입니다.
   절대 실화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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