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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병신인 나와 스스로를 병신이라 칭하는 여러분에게
게시물ID : readers_14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nlinear
추천 : 10
조회수 : 71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8/11 01: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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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질리셨어요? 그러면 인문학을 읽어보세요. 인문하기 질리셨어요? 그러면 자연과학을 읽어보세요. 자연과학도 질리셨어요? 그럼 동화책을 읽어보세요.
뭘 읽어야 할지 모르시겠어요? 책게에 와보셔요`ㅂ`/
 
 
 
 
* 병신인 나와 스스로를 병신이라 칭하는 여러분에게
 

   병신백일장의 기저를 병신으로 잡았다고 한다. 평소에 스스로에게 자조하듯,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가볍게 낮추기 위해 자주 쓰는 이 병신이라는 말을 어떻게 글에 녹여 낼 수 있을까. 병신 같았던 과거의 내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병신 같은 사람의 글을 지어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병신도 보고 비웃을 논조를 끌어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주변에 병신처럼 사는 사람들의 사례를 끌어와야 하는 걸까. 이렇게 병신이라는 단어로 수많은 분위기와 수많은 내용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진대, 백일장 공지를 보고 며칠을 고민해도 그 어떤 쪽으로도 주제를 잡지 못한 내가 병신이 맞을 테니, 역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무엇을 보고 병신이라고 말하는지부터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기로는 어떤 한 가지에 결손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의 어떤 결손을 대체 비꼬며 스스로 병신이라 칭해온 걸까?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살아서? 아니면 일상에 실수가 잦아서?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를 드러내지 못해서? 대체 어떤 일이간대 스스로를 병신이라는 말로 폄훼하며 불러왔을까?
 

   나는 왜 스스로를 언제나 못나다고 말해왔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는가? 왜 우리는 스스로를 병신이라고 말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취업을 못해서? 연애를 못해서? 아니면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서? 슬픈 일이다. 세상은 도무지 내 마음처럼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나 조차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서 나조차 나를 돕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바는 점점 꿈처럼 멀어지고, 그럴 때마다 내 입에선 “이런 병신!!!”하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런 병신도 언젠가는 병신 짓의 끝을 보지 않을까? 취업준비에도 언젠가 끝이 있을 거고, 백번을 차이다보면 한번쯤은 상대의 승낙을 받는 날도 있을 것이며, 언젠가는 남 앞에 당당하게 내 소신을 펼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 목표하는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면 아쉬울 지라도 병신 짓은 끝이 날 것이며, 또 언젠가는 내 입에서 비명이 아닌 환호성이 터질 날도 있겠지.
 

   그 날까지 우리, 스스로가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지 않도록, “병신”이라는 단어에 조금만 따듯함을 보태 “어휴, 우리 병신^ㅅ^”이라고 불러주자. 입안의 유릿조각처럼 까끄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병신짓의 끝을 볼 날까지 조금이라도 버틸 힘을 남기기 위해!
 

  “아휴, 우리 병신! 이 병신같은 글 읽느라 수고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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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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