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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두 청년의 토론
게시물ID : readers_145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머의피
추천 : 6
조회수 : 30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8/11 17: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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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 홍보글이라니... ㅎㅎ

아마 저처럼 책게에 딱히 들어오지 않았던 사람도 키보드를 두드리게 하는 것이 병신백일장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계기로 해서 저도 그렇고 앞으로 책게에 자주와서 놀아여! ㅎㅎ

더이상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너무 오바해서 하는것도 아닌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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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고 한풀 꺾인 날씨의 종로 탑골공원
노인들은 바둑을 두고, 잡상인 할아버지들은 호객을 한다.

최씨

-김영감 또왔네? 오늘 소개해줄 물건은 말이지 휴대용 노래방 반주기계일세 안에 노래방반주 300개가 들어있어, 
이거 하나면 탑골을 지배하는 자가 될 수 있지

김영감

-어디서 약을 파나 최씨? 저번에 준 물약으로 안경 닦으면 녹내장도 없어진다고 해서 샀더니만, 얼마전에 나 눈나빠져서 병원갔다온거 몰러? 만든데가 코스닥 상장사라며! 진진실업? 우리 손주가 듣고 코웃음치더라

최씨

-그거는 내가 같이 파는 진진실업 삼단접이 돋보기 안경과 세트로 써야지만 세트효과로 발동되는 것인데... 어찌 그리 무식하누! 그래서 내말 못믿는겨?

김영감

-"아니 근데 이새끼가 사람을 호구로 보나. 시방 그게 말이돼? 옳지, 늙은사람들이 뭘알겠어. 저기 저 젊은이들에게 물어보세."

이게 웬일인가, 노인들 사이에, 젖꼭지에 난 두가닥의 털처럼 단연 돋보이는 두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김영감

-거기 두청년 말좀 물어봄세

이군 & 민군

-네?

자초지종을 들은 이군은 픽 웃더니 바로 대답한다.

-세상에 그런물건이 어딨겠어요? 그런게 있다면 노벨상 받았어야죠 ㅎㅎㅎ

김영감

-거봐 이 최가놈아 오늘 너죽고 나죽자 내가 가스통앞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산 물약이 가짜라니 이 사기꾼놈아 너죽고나죽자!

민군

-잠깐만요 어쩌면 일리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이군

-뭐?

민군

-녹내장의 발병원인은 혈류가 원인이라는 설과 안압이 높아서라는 설로 나뉩니다. 저는 그 물약이 안압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사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체가 보이지 않게되면 사람은 피사체를 더 가까이 대던지 스스로가 가까이가서 물체를 인식하려하죠. 만약 두번째의 경우, 허리가 굽은 노인분들은 허리를 더 굽히게 되고, 그에따른 안압이 높아져서 녹내장을 야기할 수 있죠. 만약 그 물약이 안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확실하다면 의외로 획기적인 상품일수도 있어요!

이군

-그건 논리적 비약이야, 첫째로 안압이 높은것이 녹내장의 원인이라는 것이 확실한것도 아닌데다가, 가까이보려고 고개를 숙이는것이 안압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도 않아. 넌 지금 있을수도 있는 상황을 가정해서 일반화시키고 있어

민군

-과연 그럴까? 니가 만약 녹내장을 예방하고자 하면 어떤 행동을 할거야? 안구의 혈류량과 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말이지.

이군

-그건...

민군

-1000명중의 1명이라도 그런경우로 인해서 녹내장 발병이 예방됐다면 저 제품은 효과가 있는거야. 만약 니 논리대로라면 후쿠시마 사태는 고민할필요가 없지 뭐. 암이 걸릴수도 있는 확률이 생겻을 뿐인데 모두가 겁먹어할 필요는 없잖아?

이군

-그건 암이잖아! 죽는다고!

민군

-몸이 10냥이면 눈은 9냥. 몰라? 그 속담대로라면 지금 녹내장은 후쿠시마의 0.9만큼 위험한 질병이라는 말이야. 그걸 일부나마 예방할수 있다니.... 정말 획기적인 상품이 분명해요!

김영감

-허허 청년 말 막하네 그려... 난 이거쓰고 눈이 오히려 나빠졌다니까? 그러니까 저 사기꾼이 뭐라는줄알어? 삼단돋보기 안경과 같이써야만 효과가 있다는거야.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민군

-거기 물건파는 할아버지. 혹시 삼단안경이라는거 볼 수 있어요?

당황한 최씨

-여...여기있네

민군

-흠... 역시 이 안경이라면...

이군

-또 무슨 말도안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려는거야!

민군

-궤변이 아니야. 이건 물약과 세트효과를 일으키는게 확실해

이군

-설득력없는 말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이건 그냥 장난으로 넘길일이 아니야. 지금 우리주위에 모여있는 노인들을 보라고!

민군

-내 얘기를 잘 들어봐. 노인들은 대부분 시력이 원시(遠視)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것이 안보이지.

이군

-으..응

민군

-이 안경을 봐 일반안경에 비해서 엄청 작지? 그래야 휴대가 편하니까 말이야.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었던거야.

민군의 이야기에 모인 할아버지들이 웅성대며 동요했다.

이군

-말해봐

민군

-혹시 다초점렌즈라고 알아? 그건 윗부분, 중간, 아랫부분의 도수를 다르게 해서 시력교정에 도움을 주지. 노인들은 오목렌즈가 필요없어. 이미 멀리잇는건 잘 보이거든, 가까이 있는 것을 볼때 돋보기가 필요한거야. 그런데 이 돋보기는 크기가 워낙 작아서 코에 걸쳐쓰면 자동적으로 노인들은 다초점렌즈의 효과를 보이게 만드는거지. 거기에 물약으로 깨끗하게까지 하면 더더욱 뚜렷해지고 말이야!

동요하던 군중들은 최씨를 포위하며 물건을 사재끼끼 시작한다. 평화롭던 탑골공원은 금새 좋은 시력을 향한 욕망으로 출렁였고, 탑골공원에 모여있던 노인들의 노령연금은 최씨에게 모두 흘러가고 있었다.

자리를 빠져나온 이군은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군에게 한마디한다.

이군

-후우...도대체 이렇게까지 이 아저씨를 감싸려는 이유가 뭐야?

민군

-아니 내가 말한것중에 이치에 어긋난것이 있기라도 했어?

이군

-그건 아니지만...

민군

-그럼 가자 자기야!

작열하는 태양아래 환한 미소를 띄운 그들은 어두운 골목으로 향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떨어진 명함하나가 그들을 대신했다.
-진진실업 대표 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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