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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출신 김이병
게시물ID : military_47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4
조회수 : 1634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4/08/13 14:05:18
단풍이 알록달록 물든 가을 오후.

"드르르르르륵!!"
"통신보안. X초소...아. 충성. 아, 김이병말임까? 야. 부사수. 당직부사관님이 너 찾는다. 똑바로 받아라."
"충성!! 통신보안. X초소 근무자..."
"아. 됐어됐어 XX아. 너 학교다닐때 야구했다고 했지?"

우리의 김이병은  무려 야구선수출신이다.
초등학교때 야구하다가 아버지 빚보증문제로 1년만에 그만둬서 그렇지...야구가 돈이 좀 많이 드는 운동인가.

"예. 그렇습니다!!"
"OK. 너네 근무자 지금 투입시킬테니까, 너네 빨리 내려와. 행보관님이 너 찾으신다."

운동좋아하는 중대장은 어깨가 찌뿌둥하다 싶으면 연병장끝에서 끝까지 롱토스캐치볼이 되는 김이병을 종종 찾는다.
하지만 운동이라면 축구,족구요. 그나마도 병사들 다칠까봐 운동은 국군도수체조정도로만 했으면 하는 행보관님이 김이병을 찾을 이유는 이등병면담때말고는 없다. 앞에서 신경써주면 부담스러워한다고 등 뒤에서 매의 눈으로 이등병들의 수호신처럼 지내시는 분이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이제 겨우 절반 지났는데, 다음 근무자를 투입하면서까지 내려오라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야구선수출신이냐는 질문만 아니었으면, 영창갈 사고쳐서 내려오라고 했을거라고 바지에 오줌을 적시며 내려갔을테다.

하필 다음 근무 사수는 소대를 주름잡는 상병말호봉. 게다가 성격도 더러움. 정말 더러움.
사수도 한시간 일찍 내려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 고참한테 욕처먹을까봐 더 걱정이다.

잠시 후, 행보관님 지시였는지 가을바람도 선선한데, 땀까지 뻘뻘 흘리며 다음 근무자들이 후임들을 위해 "뛰어서"올라왔다.
욕 오그라들게 먹겠구나...싶었는데 혼자 투덜거리더니, 김이병에게 "마. 니 내려가서 잘해라. 퍼뜩 내려가본나." 이러고만다. 
고참 부사수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빨리 안내려가나!!라는 쿠사리만 듣고 후다닥 내려간다. 

중대에 도착한 사수와 김이병은...
한창 저녁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취사병들이 행정반앞에서 머리박고 있는 모습과 취사장 앞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중대장님과 행보관님, 그리고 30분 뒤에 근무투입하는 인원들이 모여있다.
"아. 왔어? 탄빼고, OO너가 XX 총까지 넣고, 너는 얼른 행보관님한테 가봐. OO야. 얘 장구류도 챙겨야겠다."
감히 이등병이 상병에게 총기와 장구류를 넘기고 후다닥 취사장으로 달려간다.

"충성!! 이병 XXX. 행정보급관님께 용무있어 왔습니다!!"
"어. XX이. 너 진짜 야구했어?"
"아. 행정보급관님. 제가 말했잖습니까. 김이병 볼 끝이 장난아니예요."
"아이고. 중대장님. 이거 잘못하면 사람 여럿 다쳐요. 너 저거 맞출수 있겠어?"
고개를 드니, 아파트 2층 반 높이의 취사장 처마 밑에 사람 머리통만한 벌집이 매달려있다. 그리고 화가 많이 났는지 그 주위를 웅웅거리는 벌떼들.
애초에 취사장 지붕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행보관님도 신경 안쓰셨을테다. 행보관님이 신경안쓰더라도 센스있는 병장들이 미리 발견하면 작업거리는 생기지 않았을 터. 그러나 벌집이 저렇게 커지는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고, 하필 최초발견자가 행보관님이었다. 취사병들은 저녁준비를 하다말고 다 불려나와서 취사장주변관리안했다고...그것도 하필 사람 손이 닿지도 못하는 곳에 벌집을 저리 방치한 죄로 행정반 앞에 저리 처박혀있는거다.

"119부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고참이 바로 김이병의 뒤통수를 툭 친다. 100일휴가도 다녀온 놈이 아직 사회물이 안빠졌구나...
평소같음 고참들이 이등병 둘러싸고 있는 꼴도 혹시라도 갈구고 있는것일까봐 못보시는 행보관님이지만, 어처구니가 없으신지 아무 말이 없으시다. 
후에 알았지만, 부대에 사다리소방차가 고장나서 하필 정비중. 그리고 저 벌집따러 누가 올라갈거여.

작전은 이랬다. 김이병이 야구공으로 벌집을 저격하면, 예초기작업때 쓰는 보호장구를 뒤집어쓴 휴가날짜 많이 남은 상병장들이 에프킬라와 라이터로 퐈이아!!!!하여 벌들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한정된 자원과 있는거라곤 화염방사기사용에 능한 인원들뿐인 초라한 독립중대의 행보관님이 내놓은 눈물나는 작전이었다.

단!! 일구에 저격해야했다. 중대에 야구공이라고는 중대장님이 김이병과 캐치볼할때 쓰던 그 공 뿐이었거든.
그리고 빚맞아서 벌집은 살아남고 벌들 약만 올리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이미 장대로 시도했다가 다들 혼비백산해서 도망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고참이 안 갈구고 내려보냈구나...

저거 한방에 떨구면 야간근무를 빼주겠다며 중대장님이 달콤한 유혹을 한다. 포상휴가면 좋겠지만, 말년병장도 인원부족으로 못먹는 비번이라니...
김이병은 투심그립을 잡고 적당한(여차하면 가장 먼저 도망가기 좋은) 위치에 선다. 
그 주위로 급히 작업중에 불려내려온 에프킬라와 라이터를 든 파이엇뱃이 한 부대가 위치한다. 행보관님은 임요환으로 빙의하여 마우스클릭하시면서 단축키 A를 연타하겠지만, 그랬다간 뮤탈 5부대와 만난 파이어뱃꼴난다. 전멸. 그러나 발모양들이 공격진영까지 들어왔다가 역습상황에 처한 수비수들처럼 언제든지 방향을 바꿔 달려갈 수 있는 폼세다. 인간이란 자연 앞에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중대원들의 응원과 고참들의 무언의 압박.
베이징올림픽의 99.9 한작가가 되느냐. 쿠바와의 결승전 1사 만루에 올라온 정대현이 되느냐. 둘 중의 하나다.

사실 김이병은 나이에 비해 웬만한 중학교 1~2학년에 버금가는 어깨와 구속을 가진 유망주였으나...
제구력이 너무나 안잡혀서 감독이 1달만에 깔끔하게 투수포기하고 3루수나 외야수를 시켰던 전력이 있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김이병은 힘껏 와인드업하고 공을 벌집을 향해 던졌고...
그림과 같이 정확하게 정말 조금도 안남기고 벌집을 맞춰떨어뜨렸고, 해처리가 무너지자 우리의 용맹한 파이어뱃들은 땅에 떨어진 라바를 주저없이 지졌고, 크레이지테란모드로 각성하여 덤벼드는 뮤탈들도 사정없이 추락시켰다. 혹시나 포상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스팀팩맞은 그것을 보여주었고, 결국 (지상전에 대비하지 않은 저그) 벌들의 GG로 끝이 났다.

소대구멍으로 취급받던 김이병은 그날로 다가오는 분대개편드래프트에서 신고선수로 뽑혀갈 위기에서 대번에 드래프트 1순위 후보로 등극했고, 중대장은 즉시 통신병과 소대전령을 불러서, 에잇!! 기분이다!! 김이병 내일 오전 오침까지 풀비번을 줘라!!라고 명령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소대와 중대에서 조금은 붕~뜬 군생활을 하던 김이병은 그 날 이후로 자신감을 찾았고, 가끔 얼빠진 실수를 했지만, 그래도 무난히 군생활을 하였다.




행정보급관은 중대의 어머니이다. 그래서 여느 어머니들같이 행정보급관들이 모이면 자식같은 중대원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어느 중대 신임행정보급관이 자기 중대 취사장의 사람 손이 닿지 않을 처마에 벌집이...그것도 말벌집이 매달려있는데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마치 새댁이 살림살이 노하우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는 느낌이었을거다.
그러자 우리 행정보급관은 아유~새댁!! 우리 중대원이 그런 벌집을 기가 막히게 따버린다며 파이어뱃 1개부대만 배치해놓으라면서 그 병사를 데리러 간다.

어언, 1년이 지나 상꺽이 된 김이병...아니 김상병은 "아. 그런거라면, 역시 저 아니겠습니까!!"라며 호기롭게 행정보급관의 차에 올라탄다.

독립중대라 간만에 보는 동기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차가운 음료수를 한잔 마시면서 그 중대 취사병에게 적의 현황을 브리핑받는다.
1년 전, 우물쭈물하며 마운드에 오르던 새내기가 아니라, 자신감으로 가득찬 그에게 그때와 다른 점은 두 어깨 위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하는 "푸른 견장"이 그때와 다른 점이다.

그는 여유롭게 시프트를 갖춘 수비수(파이어뱃)들을 둘러보고는 역시나 그때와 같이 투심그립을 잡고 힘껏 와인드업하고는 벌집을 향해 볼을 던졌다.


10여년 전. 그 감독이 이 친구에게 외야수전향을 지시하며 한 말이 있었다.
"어깨가 아깝긴한데...넌 웬만하면 투수하지마라."
그의 어깨위의 두 견장은 안그래도 제구력이 안좋은 그의 어깨를 더 짓눌렀고, 그의 공은 벌집이 아닌 그 아래의 환풍기를 직격해버렸다.
놀란 말벌들은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고...풀업 뮤탈리스크 앞에서 그들의 라이터는 파이어뱃의 화염방사기가 아니라, 정찰나온 드론을 공격하는 SCV의 틱틱거리는 불꽃일뿐이었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김이...아니 김상병은 말벌에 쏘이고 쇼크까지 일으키는 몸개그를 선보이고는 급히 민간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야구공에 맞아 취사장안으로 떨어진 먼지와 기름때가 낀 환풍기는 하필 소시지볶음을 준비하던 통 안으로 떨어져서, 그 날 저녁 김상병의 중대는 말년병장마저 소시지 하나씩 배식받았다 한다. 

벌에 쏘여 본의아니게 비번을 먹은 김상병을...중대명예에 먹칠을 했다고 하여 간부들이...근무가 꼬여버린(소시지도 많이 못먹은)소대원들이 고참 동기 후임가리지 않고, 1950년 월드컵에서 마라카낭의 비극의 주범으로 몰린 브라질 골키퍼 "모아시르 바르보사"나 1994 월드컵 결승전의 공중볼을 날려버린 "로베르토 바지오"급으로 갈굴려고 했으나...퇴원해서 얼굴이 사정없이 부어서 온 김상병의 몰골을 보고는...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대장과 행보관, 밥가져다주는 취사병들 말고 유일하게 꼬리흔들어주는 병사인 김상병을 보고 중대에서 키우는 개가 도둑놈 본마냥 짖어댈 정도로 얼굴이 가관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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