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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기묘한 이야기
게시물ID : readers_14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라드빠
추천 : 1
조회수 : 38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8/14 05: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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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이해할수없는 나를 이해하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너를 이해하는것이야말로 이해불가능한 현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

-제라드빠


넥타이가 메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이상하게 평소보다 기분이 상쾌하고,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나에게 있어 넥타이가 메어지는기준은 지극히 높기 때문에 좀처럼 메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지만 어쨋든간에, 기준을 만족한 날은 징크스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

오늘은 아니었다. 딱히 이렇다할 느낌 없이 지하철을 나는 면접 장소로 향했다. 1년에 1명밖에 뽑지 않는 극악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유 당당히 지원했고, 최후의 6인으로써 최종면접까지 오게 것이다. 지하철 사람들에게 지금 오유 최종면접에 가는 길입니다라고 외치고 싶은 자부심을 참느라 힘이 나는 더이상 참지 않고 외쳤다. 모두들 이상한 다보겠네, 라는 반응을 하는 도중 노약자석 구석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나와 동년배로 보이는 여성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끝을 알수없는 적개심이 느껴지는데, 왜그러는거지. 지하철에서 내릴때 살며시 보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면접대기실에 도착했다. 자신감에 보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네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대기중이다. 이때 문이 열리며 마지막 지원자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제법 스마트하게 생긴 여잔데, 아까 여자는 아니군.

대기실에서 가만히 보니, 태극기가 반대로 걸려있다. 이정도 되는 대기업에서 저런 실수를 하다니, 어불성설이다. 다른 면접자들은 눈치채지 못한 같지만. 때마침 면접 스태프가 들어왔다. 대체 저런 백발의 할아버지가 스태프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면접장으로 안내를 시작하려는 찰나, 나는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잠시 화장실좀 다녀와도 됩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긴장에는 빼는것 이상의 해결책은 없으니까. 화장실에서 돌아오니 태극기가 제대로 걸려 있다. 면접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안내하시던 할아버지가 면접장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쓰러졌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연세신데, 이런 일을 맡겼을까. 면접장에는 대체 아무 사람도 없는거지? 오분 후에 면접이라는데, 높으신 분들은 언제나 시간 맞추는걸 좋아하니까 그런건가. 주변에 면접자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모두들 상황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는 없어보인다. 누구라도 일생에 다시 오기 힘든 오유 입사의 기회를 이런식으로 져버리고 싶지는 않겠지. 대체 내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순식간에 할아버지를 들쳐업고 건물을 올라올때 보았던 한참 아래층의 병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응급실로 재빨리 이동했고 빠른수속을 밟았지만 삼십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최대한 빨리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은 이미 시작되었고, 출입불가 상태가 되었다. 안에서 종종 들려오는 지원자들의 명랑한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뒤로 ,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건물을 나오던 ,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허둥지둥 나를 찾아와 면접장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회장님 취미가 지원자들 안내라고 한다. 내가 구한게 회사 회장님이라니, 제법 남는 장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면접장에 도착한 나는 아까는 경황이 없어 받지 못했던 면접비를 받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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