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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곳은. 트와일라잇. 시티. -13화. 숙명의 이야기-
게시물ID : cyphers_93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를위하여
추천 : 1
조회수 : 19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21 06:58:01
  그는 때로는 꿈을 꾼다. 그가 그토록 꿈꾸던 레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말은 항상 그가 원하는 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꿈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게 아니다. 꿈이기 때문에 휘둘리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카인은 또다시 악몽을 꿨다.
 
  "결국 또다시 절 지켜주시지 못했군요, 전직 군인씨. 하하하하. 무척이나 유감입니다. 하하하하."
 
  마치 안타리우스의 사신 아이작을 대면하고있는 듯한 꿈 속의 클라이막스를 거친 카인은 절벽에서 추락하는 듯한 상실감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꿈이었나…."
 
  당연히 꿈일 수 밖에. 레나는 카인을 비웃지 않는다. 아, 잠깐. 설명을 잘못했다. 그녀는 카인을 비웃지 못한다. 비웃는 방법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안타리우스에게 붙잡혀 강화인간이 되면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많은 것들을 잃었다. 비록 그것을 찾아가고는 있다지만, 그것은 카인에게 어떠한 위안도 되지 못했다. 때론 그 실오라기같은 희망이 자신을 늪으로 끌어들이는 악마의 속임수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어리석군, 카인 스타이거. 네가 감히 그 따위 생각을 하다니. 넌 그럴 자격이 없다, 카인. 네가 할 일은…앞으로도 영원히…그녀를 지키는 것…. 실패는 한번만으로도 족해. 그녀를 이용하려했던 죄조차도 갚지 못한 주제에 찡찡거리기는."
 
  카인은 있는 사실을 말하면서 매일 아침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웨슬리가 준비한 어정쩡한 아침식사와 함께 바깥으로 나간다. 레나의 일을 돕기 위해서.
 
  "다녀오겠네, 웨슬리."
  "그래. 드니스 양 조심하게."
  "이전에는 나이오비 양도 조심하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그녀는 딱히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일세."
  "만일 나이오비 양이 자네의 말을 들었다면 우리 숙소는 아마 진즉에 재가 되었을 걸세."
  "푸하하! 그녀가 이 근처에 없다는걸 알기에 이렇게 지껄인 것일세! 나와 우리의 숙소 걱정일랑 말고 어서 레나 양을 도우러 가게."
  "…알겠네."
 
  약간 먼지가 낀 것 같은 검은 회색 코트를 걸치고서 카인은 트와일라잇 카페로 향한다.
 
-
 
  "앨리셔. 또 다시 고백을 하러 왔어."
  "미, 미안해요오!!"
 
  번쩍!!
 
  심판의 빛. 눈이 멀어버리는 듯한 빛의 습격을 예상했던 카인은 자신의 코트를 얼굴 쪽으로 끌어당겨 빛을 막았다. 코트로 빛을 가리고 눈을 감기까지 했음에도 빛의 심판은 카인의 눈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살짝 어지러움을 느끼며 자신의 두 눈을 감싸고서 비틀거리는 이글을 뒤로하고 카인은 공원 바깥쪽으로 향했다.
  물론,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왔는가."
  "당신을 차지할 때 까지, 난 당신을 쫒을거예요. 나를 위해. 그리고…당신을 위해."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카인은 생각했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즉흥에 몸을 싣는 여인. 그런 그녀가 확실한 목적을 가지다니.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상했다.
 
  "날 위해…라니. 말 만으로도 고맙군. 하지만 내가 할 대답은 단 하나뿐일세."
  "알아요. 언제나의 대답이죠. 난 레나밖에 없네. 지겨워요. 이제 그만 포기할 순 없는건가요?"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네. 포기…난 포기를 해선 안되는 놈일세."
  "그렇게까지!!"
 
  드니스, 그녀는 자신의 언성이 너무도 높았음을 깨닫고서 말을 그치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고 난 뒤에야 드니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까지 그녀를 자신의 마음 속에 잡아둘 이유가 뭔가요? 이제 제발 그녀를 놓아요. 당신의 삶을 살아요. 제발…."
  "그럴 순 없네. 아니, 그리고 자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군. 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나의 삶을 살고있네.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일세. 그리고…내가 받아들인 것일세."
  "거짓말! 이제보니 당신은 순 거짓말쟁이예요!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고있지 않아! 내 거짓말에 말을 맞춰서 또 다른 거짓을 고할 뿐이야! 당신이 레나를 마음속에 잡아두고 있다고? 아니! 당신의 마음이 레나에게 잡혀있는 거예요!"
 
  맞는 말이다. 그녀에게 일어난 「결과」는 지금 내가 걸어가고자하는 길 이외의 선택지를 선택할 명분도, 기회도 남기지 않는다.
 
  "…당신의 대답은 알고있지만, 다시 한번 말할게요. 헬리오스로 들어오세요."
  "대답을 알고 있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정해진 답을 하겠네. 거절하겠네."
 
  언젠가, 카인이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이오비를 위해 존재하는 카인의 마음은 없다고. 그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드니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잊지 말아요. 난 언제든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요. 그러니…당신의 길을 걷고자 할때…제게 찾아와 주세요."
  "그럴 순 없네. 이건 숙명이니까. 바꿀 방도가 없는…이미 정해져버린 비참하리만치 서글픈 숙명."
  "…아직, 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자네의 믿음에 보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서글프군. 미안하네."
 
  그리곤 카인은 드니스에게서 천천히 멀어졌다. 드니스는 가만히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얼굴을 자신의 무릎에 파뭍고서 훌쩍일 수 밖에 없었다. 그토록 바라는 결과가 어떤 수를 써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하지만 드니스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흐릿하다 못해 천천히 사라져가는 카인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도…난 당신을 자유롭게 만들겠어…. 당신의 마음 속에 나를 허락할 수 있도록 하겠어…. 레나를 위해 당신을 희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어…. 반드시…."
 
-
 
  때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드니스의 권유를 받아들이고자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꽃 속의 꿀처럼 달콤한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모순되게도, 그녀의 달콤함이…그녀의 향기가 나의 길을 더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며 꽃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검이 무뎌지지 않도록 날을 갈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여서, 오히려 그녀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나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후회와 이기심으로 인해서. 그런 의미에서 드니스 양에게는 정말 엄청난 빚을 졌다. 이전에 그녀에게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그녀의 은혜에 어떻게, 어떤 식으로 갚아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내가 걷는 길의 끝에 다다르고 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그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조금만 더 기다려주었으면 한다. 나 자신을 끝없이 추락하게 만드는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마음 속의 빚을 갚고 난 다음에야 다음에 내가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기에.
 
  "…당신의 생각은 잘 들었습니다, 카인 스타이거 씨."
 
  마틴이 그의 생각을 읽게 된 것은 정말이지, 마틴 자신조차 생각하지 못한 우연이었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마틴은 생각했다.
  …드니스 양에게 그의 생각을 그대로 전해줄까? 아니면 비밀로…? 이것 참 고민되는 이야기로군.
  긴 고민 끝에, 그는 이 이야기를 잠시 숨겨두기로 결정했다. 카인 스타이거를 위해? 아니다. 그에겐 그럴 이유가 없었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마틴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행위가 최고의 결과물을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굉장한 이야기를 이런 상황에서 풀면 효과가 약하죠. 당신의 마음이 가장 약해졌으면서도 그녀의 의지가 가장 강해진 그 순간에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하겠습니다. 숙명의 카인 님. 자신의 마음을 생각으로 흘려보내는 것과 말로 직접 듣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요. 그리고…그녀가 이런 말을 듣는다면 당신의 빈틈을 놓칠 리가 없지요. 당신의 빈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수가 될겁니다. 당신이 허물어질 것을 상상하니 정말…즐겁기 그지없군요, 카인! 푸흐하하하!! 푸하하하!!"
 
  끔찍한 악취미.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녔기에 마음의 틈이 무엇인지 알고있는 그가 카인을 어떻게 무너뜨릴지는 궁금하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 이 쯤에서 마치도록 하겠다.
  이상, 숙명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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