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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군대에 보내두고 보는 '그것이 알고싶다'...
게시물ID : military_481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nlinear
추천 : 1
조회수 : 53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24 00:53:45
엄마와 저(누나)는 마루에서, 아빠는 방에서 그것이알고싶다를 봤어요.
 
 
동생은 이제 자대배치 받은지 엿새가 지났네요.
 
 
엄마는 보는 내내 우시더라구요. 세월호 문제때는 일주일만에 "지겨워 죽겠다. 저노무거 그만 좀 안하나."라고 하던 양반이 역시, 제자식 일이 되니 걱정도 많이 되고 속도 상하신 모양입니다. 심지어 엇그제는 동생에게 "왜 우리 삼촌중에는 쓰리스타가 없어서 내가 이런곳에서 고생해야 하냐!"라고 투정섞인 전화가 왔거든요. 자대배치받고 며칠간 매일 전화하며 잘지낸다는 말만 들려주더니, 갑자기 왜 그런소리가 나왔나 했어요. 선임이 옆에 없었다더라고 하더라구요. 그간 선임이 옆에 있어서 말도 함부로 못하다, 선임 없을 때 울분이 터진 모양이죠? 뭐가 힘든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우선은 훈련이 너무 많다고만 들었네요..
 
 
방송 끝나자마자 아빠가 나와서는 대뜸
 
"그래도 군은 어차피 안바뀐다. 군은 계속 이래왔고, 간부들의 진급이 걸린 이상, 군 가혹행위를 덮으려는 일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거다. 군은 안바뀌고, 이건 어쩔 수 없다"
 
의 논지로 말씀하시더라구요.
 
말투를 들어보고, 상황과 내용을 살피건대, 아빠는 울고있는 엄마를 위로하려고 한 말인것 같습니다만, 저희 아빠 진짜 눈치없거든요. 그런말 할 타이밍이 아닌데, 그리고 안바뀐다고 둘 문제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시니... 그런 아빠를 알아서 엄마도 저도, 무시하려고 했는데 듣다, 듣다, 폭발해서, 쏘아붙였어요. 방송의 취지는 폐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바꾸자는 것이고, 그런 간부들이 정말 비인간적이고 고쳐야 하는거지, 어쩔수 없다고 체념하는게 맞냐구요.
 
지금 글을 쓰다보니 또 정리가 되네요. 어쩔 수 없다고 방관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너무 큰 것 같아요.
 
결국 아빠는 본인 의견은 굽히지 못했지만, 엄마와 저에게 맹공을 당하니, 귀찮아서 아무말 없이 들어가셨어요.
 
 
 
남의 아픔에는 모른척 외면하다, 스스로에게 닥치니 이제야 화를 내는 엄마모습에
 
"세월호때는 일주일만에 지겹다고 욕하더니, 위기가 가까이 오니, 이젠 그사람들 마음이 이해돼?"
 
라고 물었어요.
 
군문제도 마찬가지로 귀찮지만, 당장 애가 가있는데 어쩌냐시기에,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속상한 일에 있는데 함부로 말하지 말라, 그 사람들에게 그 일들이 얼마나 억장무너지는 일이냐.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그 어떤일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깐족거리지 말라는 대답만 왔어요. 예민한 문제라 조심히 말씀드렸는데, 엄마는 듣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타이밍이 안좋기도 했겠죠.
 
 
 
화가 나요. 앞으로 내가 언제 세월호에 탈지 모르고 또 어떤 가족이 군에 가서 고생할지 모르겠는데, 원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우리 윗세대, 그리고 우리는 너무 사회문제를 방관하고 있어요. 안방에서 화를 내지만 대부분 나서서 행동하지 않죠.
 
 
언젠가는 엄마아빠에게 "무관심한 부모님세대와 나의 세대가 만든 이 괴물같은 사회에 사랑하는 내새끼를 두기 싫어서라도, 애를 낳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할 날이 오겠죠.
 
 
 
 
아빠도, 엄마도, 저도 이 새벽에 온 방에 불을 다 켜두고...
 
 
오늘따라 군에서 막내로 고생할 철모르는 동생과, 이대로는 영원히 빛을 보이기 미안한 제 자식이 자꾸 떠오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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